삼성전자가 "회사분할 검토하겠다"는 이유

엘리엇의 지주사 전환 요구에 "신중히 검토해보겠다"

홈&모바일입력 :2016/10/06 15:49    수정: 2016/10/07 09:32

정현정 기자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며 삼성을 공격했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번엔 삼성전자를 겨냥해 지주회사 전환과 특별 배당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엘리엇의 속내가 무엇인지와 삼성의 향배가 어떨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의 공식 반응은 일단 "신중히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다.

엘리엇의 이번 2차 경영 간섭과 관련해 삼성이 삼성물산 합병 때와 달리 크게 반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시장은 이와 관련해 엘리엇의 요구가 삼성에 유리한 측면과 불리한 측면 두 가지를 동시에 갖는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요구는 지배구조 개편을 고심 중이던 삼성전자에게 힘이 될 만한 이야기고 고액의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관련 내용은 부담이 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엘리엇의 요구사항은 크게 ▲삼성전자를 지주회사(홀드코)와 사업회사(옵코)로 인적분할하고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 ▲30조원 규모의 특별 현금배당과 잉여현금흐름의 75%를 주주들에게 지속 환원할 것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한국과 미국에 동시 상장할 것 ▲기업경영구조 개선을 위해 독립성이 보장되는 최소 3인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 네 가지다.

이번 엘리엇의 제안에는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거칠 것으로 예상됐던 과정들이 거의 모두 포함됐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분할과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돼왔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엘리엇이 삼성전자가 스스로 내세우기 힘들었던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전환에 관한 명분을 세워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엘리엇은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 삼성전자와 오너일가가 이룬 과거 업적을 지지하고, 지주 전환을 통한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엘리엇 제안의 배경은 삼성전자의 저평가 해소이지만 사실상 삼성이 스스로 꺼내기 힘들었던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 전환의 명분을 엘리엇이 세워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며 삼성을 공격했던 미국 헤지펄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번에는 삼성전자는 겨냥해 지주회사 전환과 특별 배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삼성전자 사옥. (사진=삼성 뉴스룸)

또 "삼성이 아닌 엘리엇이 화두를 던졌지만 삼성전자 저평가 해소, 순환출자 해소와 금산분리 이슈를 통한 지배구조의 투명성,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라는 명분이 충분하다"면서 "양쪽의 갈등 요인이 되기 보다는 지배구조개편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이번 엘리엇의 요구는 삼성전자의 비영업자산 가치인식 측면에서 긍정적 관점을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라며 "삼성전자는 점차 주주환원 정책을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과정에서 견조한 주가 상승이 동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보낸 공개서한 중 삼성전자 분할 절차 관련 내용 (자료=엘리엇)

다만 특수배당 30조원과 연간 잉여현금흐름의 75% 주주환원 제안은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 규모를 고려할 때 다소 과하다는 지적이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사업회사가 30조원 또는 보통주 1주당 24만5천원 규모의 특별 현금 배당을 실시하고 국제적 기업 기준에 걸맞도록 향후 지속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의 75%를 주주들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재투자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

또 기업경영구조 개선을 위해 독립적인 3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추가하라는 제안 역시 빠른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엘리엇은 이 과정에서 배당 등의 투자 실리를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엘리엇의 제안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좋은 기회가 되는 동시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경쟁 기업들보다 40% 저평가됐으며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에 따른 문제에 직면했고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면 승계 과정에서 수백억 달러의 상속세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이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라는 엘리엇의 요구대로라면 삼성가(家)는 세금 혜택과 함께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늘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도전에 직면한 이재용 부회장이 엘리엇이라는 두 번째 시련을 맞았지만 이를 회사의 미래를 바꿀 기회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나스닥 상장 요구도 삼성전자의 유동성과 접근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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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 삼성과 갈등을 빚었다.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은 삼성전자 지분 0.62%에 해당하는 76만218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삼성전자는 "엘리엇 측은 삼성전자의 주주이고 주주의 제안에 대해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