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삼성물산'에 69.53% 압도적 지지

소액주주들, 합병비율 논란에도 시너지 선택

홈&모바일입력 :2015/07/17 13:22    수정: 2015/07/17 14:46

정현정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양사는 오는 9월 통합 삼성물산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이날 주총은 막판까지 예측이 어려웠지만 뚜껑을 연 결과는 삼성물산의 압도적 승리였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필두로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은 통합 삼성물산의 비전과 시너지에 기꺼이 표를 던졌다.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주주 설득에 나선 것도 표심 결집에 큰 힘을 보탰다.

삼성물산은 17일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제일모직과 합병안을 승인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투표에 참여한 1억3천235만5천800주 중 총 9천202만3660주의 찬성을 얻어 69.53%의 압도적 찬성율로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날 주총에 출석한 주주수는 대리출석 포함 총 553명(소유주식수 1억3천54만8천184주)으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83.57%에 해당한다. 특별결의 사항인 합병안 통과를 위해서는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합병안 통과를 위한 최소 찬성비율은 55.71%였다.

삼성물산이 표 대결에서 승리한 것은 지분 11.21%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정하면서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을 움직인 영향이 컸다. 또 24.43%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의 힘도 컸다.

임시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가 합병안 승인을 발표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이 보유한 우호지분은 삼성 특수관계인과 ‘백기사’ KCC를 포함해 19.8% 수준이었지만 지지 세력을 결집하는데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주식 단 한주라도 위임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대대적인 광고에 나선 동시에, 임직원들이 총동원 체제로 전국의 소액주주들을 직접 찾아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면서 표심 잡기에 나섰다.

글로벌 1·2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합병 반대를 권고하면서 삼성물산 33.53%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이 불투명해졌지만 최치훈 사장 등 최고경영진이 직접 홍콩으로 출국해 막판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이날 표결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초 오전 9시 개회할 예정이었던 주총은 많은 주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신분증 확인과 주주명부 대조, 위임장 확인 등에 시간이 걸리면서 9시 35분경 개회했다.

또 제1호 의안인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이 상정된 이후에도 주주들의 의사진행발언이 1시간 30분 가량 이어지며 11시가 다 돼서야 표결에 부칠 수 있었다.

엘리엇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넥서스의 최영익 대표변호사는 “엘리엇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든 주주들에게 공정하게 거래와 합병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이대로 합병안이 승인되면 7조8천억 이상 순자산가치가 삼성물산 주주로부터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넘어가는 일이 벌어지는 만큼 불공정한 결정에 대한 반대표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주주들에게 막판까지 호소하기도 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 만큼 추후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삼성물산은 만전에 만전을 기했다. 이날 투표 이후 1시간 이상 진행된 개표 작업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물산 관계자를 비롯해 엘리엇 측 대리인과 주주 대표가 참관인으로 참여했다. 또 법원에서 지정한 검사인도 입회했다.

삼성물산과 엘리엇 양쪽에 제출된 중복위임장의 경우에도 주주들의 진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일일이 최종확인이 이뤄졌고 이 자리에도 역시 엘리엇 측 대리인이 참관인 형태로 참여했다.

이에 앞서 제일모직은 이날 오전 태평로 삼성생명빌딩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삼성물산과의 합병안을 순조롭게 통과시켰다. 합병안 통과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9월 1일자로 합병하게 된다. 합병회사의 명칭은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쓰게 된다.

통합 삼성물산은 2020년 매출 60조원을 볼표로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이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물산은 또 삼성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로서 위상을 갖추게 된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합병 이후 새로운 삼성물산은 건설, 상사 부문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 뿐 아니라 제일모직 패션, 식음 사업 해외진출 확대하고 바이오 사업 등 그룹 신수종 사업 주도하면서 2020년 매출 60조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삼성그룹 대표 회사로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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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에서는 현재 2호 의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 중이다. 이날 부의된 안건은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의 건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현물 중간배당을 하도록 결의할 수 있게 하는 정관 개정의 건 등 세 가지다.

2호와 3호 의안은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한 것으로 삼성물산이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의 안과 이사회 결의 뿐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로도 회사가 현물로 중간배당을 하도록 결의할 수 있는 정관을 개정하는 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