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체제' 재편 사실상 마무리

물산→전자 & 물산→생명…지배구조 단순·강화

홈&모바일입력 :2015/07/17 16:05    수정: 2015/07/19 16:18

정현정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탄생하는 '뉴 삼성물산'의 출범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세 경영체제가 힘을 받게 됐다.

지난 5월 26일 합병 결의 이후 50여일 만에 마무리 된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지배력 강화와 지배구조를 한층 단순화하는 결과를 얻었다. 또 지난 2013년 말부터 숨가쁘게 진행돼 온 사업구조 재편 작업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어 사실상 삼성 3세 경영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17일 삼성물산은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제일모직과 합병안을 승인했다. 합병안은 1억3천235만5천800주 중 총 9천202만3천660주의 찬성표를 얻어 69.53%의 찬성율로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축인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증권·카드'와 '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전기·중공업'으로 단순해지게 됐다.

■그룹 사업구조 개편 사실상 마무리...이재용 부회장, 전자 지배력 강화

그동안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던 형태였지만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통합 삼성물산을 통해 ICT 계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금융부문의 핵심인 삼성생명을 모두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탄생하는 '뉴 삼성물산'의 출범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세 경영체제가 힘을 받게 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특히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가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그룹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율은 0.57%에 불과했다. 이번 합병으로 탄생하는 통합 삼성물산을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현재보다 높일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통합 삼성물산에서 16.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다만 제일모직은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음에도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소유한 2대 주주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이유다.

동시에 그룹 전체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도 가능해졌다. 이건희 회장(3.4%)과 이재용 부회장(23.2%), 이부진 부진 호텔신라 사장(7.8%),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7.8%) 등 오너 일가의 제일모직 지분율은 42.2%다.

합병으로 탄생하는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오너일가 지분율은 30.4%로 줄어들게 되지만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 또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을 높일 수 있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아울러 2013년 말부터 시작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후속으로 추가적인 합병 작업이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삼성 측이 지속적으로 지주사 전환에 대해 부인해 온 만큼 이번 합병으로 일단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가 됐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3년 9월 삼성에버랜드(現 제일모직)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 결정을 시작으로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에스원의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사업 인수, 삼성에버랜드의 급식·식자재 사업 분리와 삼성웰스토리 설립 등 작업을 진행해왔다.

또 지난해에는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와 함께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작업이 진행됐고 석유화학과 방산부문을 한화에 넘기는 빅딜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단순화해왔다.

메르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지디넷코리아)

■통합 삼성물산, 과제는?...바이오 사업 신성장 동력

이번 합병을 정점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사업구조 개편에도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그룹의 상징적인 자리인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부친인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

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삼성서울병원이 도마 위에 오르자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 역시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경영자로서 본격적인 역할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통합 삼성물산은 지배력 강화와 의미에 더해 이재용 시대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제약 분야는 지난 2010년 삼성이 5대 신수종 사업으로 내세웠던 분야 중 하나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51%를 가진 최대주주로 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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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자리잡게 되는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로서 위상이 공고해진다. 통합 삼성물산은 2020년 매출 60조원을 목표로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이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로 건설·상사·패션·식음·레저·바이오 사업까지 포괄하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합병 이후 새로운 삼성물산은 건설, 상사 부문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 뿐 아니라 제일모직 패션, 식음 사업 해외진출 확대하고 바이오 사업 등 그룹 신수종 사업 주도하면서 2020년 매출 60조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삼성그룹의 대표 회사로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