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 소액주주, 결국은 삼성으로 기울다

찬성표 던지면서도 주주정책 쓴소리...과제 남겨

홈&모바일입력 :2015/07/17 15:33    수정: 2015/07/18 10:17

이재운 기자

삼성과 엘리엇의 '합병 전쟁'에서 소액주주들은 결국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합병이 무산될 경우 파장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과 장기적 관점에선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주총은 장시간 격론 속에서 진행됐지만 결과는 의외로 싱거웠다.

합병과정에서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낸 뒤에도 합병 성사 여부는 주총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 불허였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의 복심이 드러나며 합병안은 7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소액주주들은 그러나 찬성표를 던지면서도 삼성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1시간 30분 가량 길게 진행된 토론 시간에 다수 소액주주들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언급하면서 비판했다.

한 개인 주주는 “호암 선생이 계셨다면 이런 결정은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합병 자체는 찬성하지만, 액면가 100원인 제일모직과 액면가 5천원인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1:0.35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따졌다. 또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때문에 소액주주의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불만도 터뜨렸다.

합병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삼성그룹 전체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우려되고, 합병으로 인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돼, 합병에는 찬성하지만, 합병 비율의 경우 삼성물산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한 셈이다.

관련기사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이후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와 소통 강화를 위해 거버넌스 운영위원회 설치를 비롯한 다양한 주주친화 정책을 제시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는 주주총회 이후 “반대한 분들에게도 감사한다”며 합병 과정에서 제기된 주주 친화 방안들에 대해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도 이 같은 대목이다. 다만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거렸다는 점은 삼성 측에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두 회사의 주가는 전일 대비 하락한 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