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셧다운?..."팔지 말란 소리"

일반입력 :2012/09/22 09:04    수정: 2012/09/22 14:42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되는 모바일 게임마저 셧다운제 적용을 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관련 업계와 이용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도 실효성은 물론 추진 취지 공감대 형성도 이끌어내지 못한 체 산업 이해 노력 없이 규제만 내놓으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토해 ‘청소년인터넷게임건전이용제도 대상 게임물 평가계획 제정안’을 고시했다.

‘청소년인터넷게임건전이용제도’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여사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여가부가 고시한 이번 평가는 이 제도의 대상인 온라인 게임물 평가안을 다시 살피는 것이지만, 실제 제정안 게임분류체계는 PC, 콘솔과 함께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포함됐다.

당초 모든 게임물에 셧다운제를 적용하려던 여가부는 모바일 게임에 대해 셧다운제 적용 여부를 유예했다. 재선정 시점은 내년 5월이다. 하지만 여가부는 최근 고시한 제정안을 통해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추진 속도를 내고 있다.

■“협동이 악이 될수 있다?” 여가부 고시안 살펴보니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는 유예기간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포함 여부를 재선정하기 전까지 언제든 논의될 문제였다. 규제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업계 중론에도 불구하고 이미 관련 법안이 시행중이기에 정책적으로나 산업적으로 거론될 예정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논란을 촉발시킨 것은 여가부의 고시안 중 붙임2에 해당하는 평가표다. 평가지표의 질문 내용에 따라 다섯 단계의 평가 척도를 내리는 식이다. 크게 ‘강박적 상호작용’, ‘과도한 보상구조’. ‘우월한 경쟁심 유발’ 등의 요인에 따라 세부 문항 지표가 더해졌다.

세부 평가지표에는 “게임 캐릭터의 레벨,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역할을 분담해 협동하는 게임구조”, “게임을 하면서 같이 하는 팀원들고 함께 무엇을 해나간다는 뿌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게임구조” 등이 강박적 상호 작용에 속한다. 즉, 남과 협동을 할 수 있는 구조일수록 강박적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지표가 공개되자 업계 관계자는 물론 누리꾼들도 냉소를 담은 비아냥을 쏟아내고 있다. 나아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움직이도 일고 있다.

우선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모든 스포트에 해당하는 내용이나 건전한 사회 조직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가 평가 기준이냐며 비판했다. 그는 “(여가부가 과도한 보상 구조라고 설명한) 4,5,6번 항목을 탈피한 게임을 먼저 만들어 보여준다면 인정하겠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9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병헌 의원은 김금래 여가부 장관에게 “장관께서도 협동심을 발휘해서 뭔가 성취를 한다는 뿌듯한 감정은 좋은 것이라고 답했는데 그런 감정을 더 많이 느끼면 ‘나쁜게임’으로 규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게임물 평가계획 고시에 비상식적이라고 질타했다.

문화연대 측은 논평을 통해 “게임 콘텐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나 정보제공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선입관을 전제하고 마련한 된 것으로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인 시각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게임에 대한 기본적이고 객관적인 이해가 결여된 채로 일방적으로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논란을 야기한 평가안 내용은 물론 절차적 문제와 평가 자문단 구성도 논란거리다. 평가 완료 시한을 단 2개월을 남겨두고 무리한 진행을 하면서 게임 관계자보다 청소년 문제 관계자 중심으로 게임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12시면 땡?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추진이 논란이 되는 이유 중에 기술적 제도 구현 방식도 있다. 규제 효과를 떠나 과연 심야시간에만 애플리케이션 실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없이 법안만 제출하면 된다는 인식으로 업계서는 보고 있다.

우선 PC 온라인 게임에서 셧다운제를 구현한 방식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서버를 일정 시간 사용자에 따라 막아둔 것이다. 법에 따른 연령 미만 이용자 아이디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반면 모바일 게임은 각종 오픈마켓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내려받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버와 연결된 실시간 게임과 앱 내부 콘텐츠만 즐기는 게임으로 나뉜다.

예컨대 최근 인기작으로 떠오른 ‘애니팡’의 경우 게임 실행이 끝난 뒤 자신의 점수 기록을 전송한다. 반면 앵그리버드와 같은 게임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지형 지물 콘텐츠를 즐기기만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여가부가 모바일 게임도 셧다운제 대상에 포함하게 되면 당장 네트워크 연결형 게임은 일정 시간 동안 서버를 막아두게 된다. 즉 하루 중 6시간 동안 애니팡과 같은 게임은 못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앵그리버드와 같은 게임은 현실적으로 규제할 방안이 없다. 때문에 국내 출시 불가 정도의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스마트폰 업계 한 전문가는 전망했다.

이 전문가는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휴대폰에 설정된 시간과 연동시켜 일정 시간 동안 켜지지 않게 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국내 규제에 따라 글로벌 게임사들이 한국 출시용으로만 앱을 따로 제작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외국 게임사 문제가 아니다. 국내 한 신생 모바일 게임사는 “더러워서 못하겠다, 그냥 차라리 우리나라를 위한 게임은 안 만들고 외국에만 팔아야겠다”고 격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 각종 시장조사업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은 PC 콘솔을 포함한 게임 산업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역시 올해는 모바일 게임사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서 갓 태동한 모바일 게임 개발 산업이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규제에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게임 산업은 규제가 만사?

사실 모바일 게임의 규제 적용 여부 이전에 셧다운제의 실효성 문제가 우선 논의될 사안이다. 이미 시행중이지만, 업계서는 여가부의 논리대로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최선이 제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 7월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내놓은 ‘2012년 상반기 등급분류 현황’이 눈길을 끈다. 게임물 등급분류 신청은 대폭 줄었지만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은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셧다운제를 의식해 게임물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수준의 내용으로 등급분류 신청하는 것이 이 등급 결정 건수가 증가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청소년과 성년 이용자를 위해 2중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복잡한 게임을 내놓느니 성인용 게임만 출시하는 상황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월 집계 발표한 ‘게임시간선택제 참여도’에 따르면 시행 첫달 이용자는 8천500명에 불과하다. 700만명에 이르는 청소년 중 대부분이 이 제도를 회피한 것이다. 실제 이달 초 실시된 한국소비자연맹의 설문에 따르면 청소년 10명중 4명이 타인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문화 개선에 대한 노력보다 규제안만 들이대는 현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 판결을 받는 가운데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셧다운제는 이미 외국서도 조롱거리며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사행성 도박을 막겠다고 시작한 정책이 국내 대표적인 IT 산업 발목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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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이어 “게임 콘텐츠는 비단 한 산업뿐 아니라 N스크린 시대에 각종 기기에 도입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TV에 들어간 게임도 스마트하게 이용자 연령을 입력하고 6시간동안 못하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9일 내놓은 ‘2012년 2분기 및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산업 가운데 게임 분야 수출액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계 경기 둔화에 불구하고, 게임 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