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코리아, 게임 들었다 놨다…해외는?

중독법 논란 속 국내외 엇갈린 시각 주목

일반입력 :2013/11/25 11:05    수정: 2013/11/25 15:44

“게임에 중독됐을 경우 뇌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국내 연구진이 측정해 봤더니, 게임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을 때조차 뇌가 비정상적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KBS)

“게임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BBC)

‘게임중독법’ 논란이 커지면서 게임을 바라보는 국내 외 상반된 시각들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언론과 정신의학과 단체들은 대부분 게임이 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폄하하고 있는 반면, 해외 저명한 정신의학자와 언론들은 게임과 뇌의 관계가 명확히 연구되지 않았고 오히려 게임이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까지 소개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1월 국내 방송사인 SBS는 가족 총기 살해 소년이 폭력게임에 중독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총기 살해의 원인을 게임으로 지목했다. 이 방송사는 게임과 폭력의 연관성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면서 게임 중독자의 뇌 사진을 보여줬다. 마약 중독자처럼 전두엽 부위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펼치며 게임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킨 것.

또 이 방송사는 같은 달 27일 ‘생생리포트’라는 코너를 통해 카톡 게임이 눈 건강에 좋지 않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안구 추적 장치를 통해 실험한 결과 안구 움직임이 굉장히 빠르게 나타났고, 시력측정 결과 카톡 게임 10분만 했더니 1.0 시력이 0.7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게임에 대한 작위적인 보도로 논란이 됐던 MBC의 ‘잔인한 게임 난폭해진 아이들…실제 폭력 부른다’라는 기사도 결과에 과정을 끼워 맞춘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MBC는 PC방 전원을 내리고 게임 이용자들의 격분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게임을 하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에 MBC는 비객관적이고 작위적인 실험결과를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25일 KBS1 TV는 ‘게임 중독, 평상시 뇌 기능까지 문제 초래’라는 제목으로 “게임에 중독됐을 경우 쉬고 있을 때조차 뇌가 비정상적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중독군의 경우 베타파가 감소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즉 ADHD와 비슷한 충동성과 부주의함, 감정 조절 실패를 초래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게임에 대한 해외의 반응과 연구 결과는 어떨까. 과연 우리나라처럼 마약 중독자처럼 뇌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할까. 결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올 1월22일 영국의 BBC뉴스는 폭력 게임으로 유명한 'GTA4' 등을 즐기는 86세 할머니의 ‘게임사랑’ 사연을 소개했다. 40년 간 게임을 즐겨온 할머니가 게임을 통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이 외신은 “게임이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면서 “게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 게임스파크 등 해외 게임전문 매체들은 ‘헤일로4’ 등 1인칭슈팅(FPS) 게임을 즐기는 84세 할아버지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외신은 “할아버지가 게임은 물론, 장성한 손자와 함께 놀 수 있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낀다”면서 게임이 단순한 재미를 넘어 가족 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의 경우 최근 “TV 시청과 게임이 아이들의 행동 및 정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게임은 이용자가 참여하고 문자를 식별하거나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등의 활동으로 강력한 효과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 정신의학협회 연차회의’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인터넷과 게임 문제는 매우 신중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로 모아지기도 했다.

국내 정신의학계 의견도 엇갈린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중독을 유발하는 인터넷게임을 4대 중독법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게임중독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반면 세계 정신의학협회 연차회의에 다녀온 중앙대학교병원 이영식 정신의학과 교수는 “중독법과 같이 법제화를 통해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통합 관리하는 식의 접근 방법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게임 때문에 ADHD, 우울장애, 부모와의 애착장애 현상 등이 일어난다는 1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교수 역시 작년 초 게임과몰입치료센터 성과식 자리에서 “아직 게임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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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영식 과장도 게임중독자와 마약중독자 뇌의 비교 실험의 허점을 지적하며 “게임을 많이 해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보다, 우울증에 빠져서 게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게임에 대한 다각도 연구 필요성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게임과 뇌 관계 연구는 게임은 나쁘다 혹은 나쁠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린 뒤 끼워 맞추기 식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며 “편협한 시각을 버리고 게임문화 선진국들이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어떤 식으로 유익하게 활용하는지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