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규제 반대, 지스타서 봇물

일반입력 :2013/11/16 11:34    수정: 2013/11/16 22:16

특별취재팀 기자

<부산=특별취재팀>지스타 축제 중에도 '게임중독법'에 대한 우려는 계속 이어졌다. 게임사 대표들이 일명 신의진법이라 불리는 게임중독법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참가자들도 정부여당의 규제가 게임산업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에 목소리를 보탰다.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가 지난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이틀간 지스타를 찾은 인구는 총 7만6천179명으로, 지난해보다 관람객 집객 수가 다소 줄었다. 업계는 수학능력시험과 비껴간 개막 일정 외에도 잇단 규제 이슈가 다소 저조한 흥행의 원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주요 게임사 대표들은 지스타 기간 간담회를 통해 게임 중독법이 업계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외국계 기업도 마찬가지다. '월드오브탱크'로 인기를 얻은 워게이밍 빅터 키슬리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온라인게임을 술이나 마약 같은 범주로 분류해 제한한다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본다며 초콜릿 생산을 제한하겠다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온라인게임 발상지 중 하나인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월함을 갖고 있는 산업에 제동을 걸려고 하는 것이 이상하다며 게임 산업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 김치 등과 함께 한국을 알리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영재 블리자드코리아 대표도 15일 오후 열린 만찬에서 게임 인더스터리(산업)가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 있다라며 최근 규제 이슈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어려운 와중에 지스타에 참석한 이들을 격려하며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은상 NHN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게임, 그중에서도 일부분의 사회적인 단면이 지렛대가 돼 게임계 전반이 마약, 술, 도박과 유사한 중독가능한 문제군으로 상품화 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가슴 먹먹하다라고 속내를 풀었다. 신의진 의원이 최근 대형 게임 업체들은 숨지 말고 나와라라고 말한 이후 꺼낸 입장이다.

그는 청소년의 공부와 정신건강을 빌미로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과 TV 전원을 켜는 방법까지 규제한다면 어른들도 순식간에 절제불능의 병리학적 과몰입 상태의 소아가 되는 느낌일 것이라고 지적하며 게임업계는 과몰입 이용자 병원치료연계사업이나, 문화재단을 통한 청소년 상담과 치유사업 등 미흡한 수준이지만 책임감 있게 과몰입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정부 규제보단 업계 자정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도 중독법 반대에 한 목소리를 냈다. 벡스코 앞마당서 이틀간 진행된 '게임중독법 반대 오프라인 서명 운동'에는 3천900여명이 참여했다. 주말이 시작되는 16일부턴 서명운동 참가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명에 참여한 한 학생은 중독법으로 말이 많다. 게임을 산업으로 보면 발전하고 있는데 안좋다고 반대한다고 말했다. 아침부터 일찍 줄을 선 또 다른 학생 역시 솔직히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사람들이 이상하다, 합리적이지 않은 일차원적 해결법이라며 중독법을 비판했다.

관련기사

중독법을 반대하는 플래시몹도 있었다. 개막식 당일인 14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모인 100여명이 게임중독법을 반대하는 플래시몹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공룡 탈을 쓰고, 흰 옷을 입은 이들은 준비된 노래에 맞춰 공연을 하며 게임중독법을 저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15일 저녁엔 학생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에 대한 판넬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게임은 이용자들에 '즐거움을 주는' 오락거리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놀이 문화가 되기도 했다. 단순히, 게임을 중독물로 치부하기에 앞서 왜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