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 화백 “학교, 게임과 맞서라”

문화 예술로서 게임의 가치와 중요성 강조

일반입력 :2013/11/21 14:13    수정: 2013/11/21 15:26

“왜 아이들이 공부보다 게임을 좋아하냐면 더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학교도 게임과 대결해야 하는 거죠. 공부는 재미없게 만들어놓고 아이들 쉬지도 못하게 하고…”

21일 오전에 진행된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식’(이하 게임규제개혁공대위)에서 나온 박재동 화백의 말이다.

문화연대 등 22개 단체가 참가한 게임규제대학공대위의 위원장을 맡은 박재동 화백은 놀이로서, 또 문화이자 예술로서 게임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게임뿐 아니라 독자와 이용자들을 매혹할 수밖에 없는 문화계의 사명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박 화백은 게임규제대학공대위를 발족하는 상황이 여러 가지로 착잡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옛날 어렸을 때 만화가게 아들이었다고 밝힌 그는 과거 유일한 문화이자 오락이었던 만화를 사회악으로 바라보던 그 때를 떠올렸다.

“어린이날만 되면 학부모들이 만화책 모아서 불태우고 이 장면을 TV가 방영했어요. 마녀사냥 하듯 너무 오랫동안 만화를 규제하고 탄압해 왔죠. 청소년보호법까지 만들어서 갖가지 규제를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청소년은 배제됐죠.”

박 화백은 현재의 게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청소년들의 인권과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 채 규제받고 탄압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소년들에게 놀이문화를 주지 못한 채 유일한 놀이거리인 게임을 마약처럼 취급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중독법은) 모든 놀거리를 범죄 행위처럼 만들어버리는 것이 문제에요. 생산자도 마약 만드는 것처럼 만드는 거죠. 이런 시선이 얼마나 안 좋은지 겪어봐야 압니다. 그 위축감과 치욕감을요.”

박 화백은 만화든 게임이든 하나의 문화, 산업, 예술, 콘텐츠로 애정 있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규제를 개구리를 향해 툭하고 돌처럼 던지지만 맞는 개구리는 악 하고 죽는다는 비유까지 사용했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에요. 게임을 잘해야 공부를 잘한다는 얘기도 있고 중독자도 있는 게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많은 토론이 있어야 하고 천천히 확실하게 다뤄야 합니다. 어떤 법안이 됐든 이용자와 생산자가 맞다고 하는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야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이와 함께 박재동 화백은 독자와 이용자들을 매혹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문화계의 사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게임 중독에 대한 문제를 논하고 이를 문제 삼는 국내 정부와 일부 학부모 단체들을 향한 솔직하면서도 뼈 있는 발언이었다.

“모든 사람이 내 작품에 중독돼서 다른 것 아무것도 못하고 폐인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에요. 봐도 되고 안 봐도 되는 콘텐츠를 누가 보고 싶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문화 콘텐츠 중독은 작가를 중독 시켜야 하고 보는 사람을 기꺼이 즐겁게 중독 시켜야 하는 겁니다.”

박재동 화백에 따르면 세상에는 다양한 중독이 있다. 본인 자신도 그림에 중독돼 하루라도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할 만큼 인생이란 무언가에 중독되는 일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중독과 생활 사이에서 고통하고 스스로 조절하면서 사회적 역량과 더불어 해결해 나가는 것, 이게 인생이죠. 무언가를 봐야 하는 욕구가운데 일해야 하는데 혹은 공부해야 하는 데를 두고 갈등하는 이것이 바로 인생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사람의 인생이 늘 선택과 판단의 연속이고, 또 이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 해결하고 통제함으로써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특별한 것으로 볼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그것이 영화, 만화, 게임과 같은 문화콘텐츠일 경우 더욱 그렇다는 뜻이다.

“영화나 만화가 너무 재미있다고 규제할 수 있습니까. 게임도 마찬가지죠. 중독성 약물과 다른 중독이에요 이건. 문화적인 중독인데 나쁘지 않은 현상이죠. 일중독, 공부 중독인 세상에서 도대체 아이들의 뭘 하겠습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데서 영혼을 쉬게 하고 마음을 즐겁게 하는 거의 유일한 문화적인 오락을 나쁘게 보는 것이 옳을까요.”

계속해서 박재동 화백은 우리나라의 과열된 입시경쟁, 그리고 공부 빼고 나머지 것들을 악으로 규정하는 우리나라 현주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아이들이 공부만 해야 하는 기계인가라는 말로 그들에게도 자유와 인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주장했다.

“그래서 얻는 게 뭔가요. 우리나라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그리고 행복지수는 거의 꼴찌에요. 이런 나라가 됐어요. 게임중독 문화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해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야지 나쁜 것만으로 보고 규제하는 것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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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박 화백은 어른들의 일방적인 사고방식과 소통의 문제를 지적했다.

“어른들이 마음대로 생각해서 아이들에게 하는 것들, 아이들을 위한다고 하는 것들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아이들과 같이 토론하는 게 맞는 거죠. 왜 공부보다 게임을 좋아하느냐, 더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학교도 게임과 대결하고, 게임업체도 공부가 엄청 되는 게임을 개발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