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여전히 혼동하는 '자율주행' 의미

테슬라 오토파일럿, 자율주행이 아닌 주행보조...운전자 책임 커

기자수첩입력 :2020/06/03 15:14

아직도 ‘자율주행’의 의미를 헷갈려하는 이가 적잖다. 특히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여전히 자율주행차로 소개하는 언론도 적지않다.

최근 일부 온라인 미디어와 방송사 등은 대만 매체를 인용해 오토파일럿 기능이 작동 중이었던 테슬라 모델 3 추돌 사고 소식을 전했다.

오토파일럿이 작동중인 테슬라 모델 3는 당시 1차선에서 주행중이었다. 해당 차량 운전자가 뒤늦게 전복한 화물차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결국 모델 3는 전복된 화물차 화물 컨테이너 천장을 받는 사고를 냈다.

여기서 일부 우리나라 미디어 보도는 자율주행중이었던 모델 3 사고가 대만에서 일어났다고 소개했다. 특히 한 방송사는 “자율주행 차량의 성능만 믿고 운전대를 잠시 놓았는데 장애물을 그대로 들이받았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라며 테슬라 오토파일럿 성능을 자율주행차로 묘사해 이같이 언급했다.

오토파일럿이 실행 중인 테슬라 모델 3 주행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오토파일럿은 엄연한 주행보조, 책임은 운전자

대만에서 사고 난 모델 3는 당시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이 작동됐는지, 아니면 일반 오토파일럿이 작동됐는지 알 수 없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대만 교통당국이나 차량을 판매한 테슬라 측에서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은 내비게이션 목적지와 연동된 주행보조 기능이다. 차량이 스스로 차선 변경을 할 수 있고, 알아서 간선도로 출구를 찾아 빠져나갈 수 있다. 기존에 마련된 주행보조 ‘오토파일럿’의 한 단계 진화형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이 빠지면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고 차선 중앙을 유지시켜주는 일반 ‘오토파일럿’ 작동이 가능하다.

두 주행보조 기술 다 기능상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점은 2단계 수준의 주행보조 구현 기술을 갖췄다는 점이다. 운전자는 항상 전방 주시를 하면서 돌발상황에 대처를 해야 하고, 스티어링 휠은 반드시 잡아 측면 충돌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만약 오랫동안 스티어링 휠(핸들 또는 운전대)을 잡지 않으면, 모든 테슬라 차량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오토파일럿을 주행중에 재실행할 수 없는 제한을 걸 수 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기술의 일환인 ‘오토스티어’ 기능 실행 초기에 운전자의 안전 운전을 유도시킬 수 있는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한글 판 경고 메시지에는 “오토스티어는 운전자 보조 기능이며, 차량의 자동 운전(자율주행) 기능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운전자가 이 내용의 경고 메시지를 동의하지 못하면 전체적인 오토파일럿 기능을 실현시킬 수 없다.

스티어링 휠 관련 경고를 여러 차례 운전자가 무시하면, 테슬라는 클러스터에 빨간색 테두리의 손이 감겨진 이미지를 선보인다. 더 이상 오토파일럿을 쓸 수 없다는 문구도 보인다. (사

만약 모든 미디어가 테슬라의 주행보조 활용 사례를 알았으면, 차량 사고 내용을 보도할 때 운전자의 안전 운전 이행 여부 등을 가장 먼저 활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행보조와 자율주행 의미가 미디어 업계에서 혼동되다 보니, 미디어 스스로 불필요하게 테슬라 차량이 아닌 모든 자율주행차 대상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보도가 지속되면 우리 사회는 자율주행차의 의미와 안전운전의 중요성에 대해 혼동할 수 있다.

테슬라는 모든 차량을 구매할 때 ‘풀 셀프 드라이빙(Full Self-Driving)’이라는 옵션 패키지를 둔다. FSD라고 불리는 이 패키지는 말 그대로 완전 자율주행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FSD 패키지는 국가에 따라 구현되는 범위가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 모델 3의 경우 차량을 호출할 수 있는 서몬(Summon) 기능,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 기능 등이 FSD 패키지에 포함됐다. 신호등을 인식해 자동으로 정차할 수 있는 기능은 북미 사양에 포함됐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적용되려면 많은 데이터를 받고 처리해야 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테슬라는 앞으로 FSD 패키지에 넣을 기능등을 계속 보완해 향후 미래 완전 자율주행 시대 실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FSD가 구현할 수 있는 범위는 2단계 주행보조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용어 자체에 대해 일부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 향후 반복되는 오토파일럿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테슬라 스스로 주행보조 관련 옵션 패키지 명칭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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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는 양산 모델 중 완벽하게 자율주행을 이끌어낼 수 있는 모델은 없다. 제네시스 최신 모델의 경우 방향지시등 레버를 작동시켜야 자동 차선 변경이 되는 수준까지 구현된다. 국내에 진정한 자율주행차를 내놓으려면 5G 네트워크 구축 등 자동차 스스로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완벽한 시스템이 갖춰진 자율주행차가 나온 후, 빈번하게 사고가 난다면 그 때부터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미디어가 충분히 내놔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