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문가] 김종재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 "AI로 치매 등 8대 질환 치료 개선"

350억 투입 '닥터 왓슨' 사업 총괄 .."의료AI 강국 되려면 사용처 많아야"

컴퓨팅입력 :2020/06/01 09:44    수정: 2020/06/01 14:39

"축구, 야구 등 특정 종목 스포츠 강국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관련 스포츠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좋은 선수들이 발탁되고, 강한 팀들이 나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AI의료 강국이 되기 위해선 먼저 AI의료 시장을 활성화, 사용하는 곳이 많아야 합니다."

치매, 대장암 등 우리나라 8대 질환에 AI를 적용해 치료를 돕는 '닥터 앤서(Dr. Answer)'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종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은 "AI가 의료 효율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가 주관하는 '닥터 앤서' 사업은 2018년 시작했다. 3년 기간으로 올해말 끝난다. 우리 국민이 많이 앓고 있는 8대 질환(치매,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심장질환, 심뇌혈관, 뇌전증, 소아희귀난치성유전질환)에 AI를 적용, 맞춤형 정밀의료 서비스로 이의 치료를 돕는 프로젝트다.

예산은 350여 억원(정부 280억원, 민간 77억원)이 투입된다. 국내 의료 연구개발(R&D) 사상 최대 규모다. 참여 병원도 '메머드급'이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 고려대구로병원 등 내로라하는 국내 의료기관 25곳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21개 ICT 및 SW기업도 파트너로 동참하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 및 진료를 바꾸고 있다"는 기자 말에 김 원장은 "그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병리과 전공의이기도 하다. "다들 녹록치 않을 거라고 말한다.하지만 안해보면 못하는 거 아니냐. 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있는 서울아산병원 본관 맞은편에 위치한 아산생명과학연구원에서 김 원장을 만나봤다.

김종재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

-의료AI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얼리 어답터는 아니다. 중간 어답터다(웃음).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 이후 AI가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IBM의 '닥터 왓슨' 도입은 국내 의료 현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의료AI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나는 병리과 의사다. 병리과는 다른 전공과목보다 이미지를 많이 처리한다. AI는 이미지와 관련이 높다. 닥터 앤서 사업을 맡으면서 AI 관심이 훨씬 커졌다."

-전반적으로 의료인들은 AI를 어떻게 보나

"일률적인 답변을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의료AI 필요성은 대부분 인정한다. 의료 전문과가 30~40개 된다. 이중 영상의학과가 제일 빨리 AI를 도입했다. 지난 3월 메디게이트와 공동으로 1차 의료기관 근무 의료진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68%가 의료AI 소프트웨어(SW)가 진료에 도움이 될 거라 답했다. 또 92%는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의료AI를 알파고나 체스, 퀴즈 대결과 같이 인간과 AI 대결로 이해하려는 성향이 있는데, 이는 지양해야 한다. 의료AI는 의료진을 돕는 AI일 뿐이다. 의료AI 확산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양질의 의료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의료AI 수준은

"원천기술과 응용 SW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국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SW들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 국내 기업이나 '닥터 앤서' 참가 기업들이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걸 보면 잘 알 수 있다. 국내 헬스케어 AI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70.4%(2015년 17.9억원→2020년 256.4억원)다. 세계 시장 보다 높다. 고무적 현상이다."

-코로나 사태에 AI가 큰 활약을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AI를 어떻게 보나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은 병원 진료 측면에서 보면 감염을 신속히 진단하고 또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의료AI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최근 화두가 된 비대면 (untact) 의료와 병원 및 사회 감염원으로부터 안전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로봇 도입과 이용이 증가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김종재 원장이 지난해 12월 문을 연 닥터앤서 체험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의료AI 강국이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축구, 야구 등 특정 스포츠 강국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관련 스포츠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있다는 거다. 여기서 좋은 선수들이 발탁되고, 강한 팀들이 나온다. 의료 AI 강국이 되려면 의료 AI 시장이 먼저 활발히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AI들이 양질의 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많이 개발되어야한다. 또 무엇보다 여러 의료 현장에서 쓰여야한다. 의료진, 기업체, 국민이 같은 뜻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제도와 문화적 개선도 필요하다."

-의료AI가 많이 쓰이려면 무엇이 필요하나

"아무래도 의료 수가에 반영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러려면 효용성이 먼저 증명돼야 한다. AI의료는 새로운 형태 의료다. 병원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가 있다."

-총괄하고 있는 '닥터 앤서' 사업을 설명해 달라

"다양한 의료데이터(진단정보, 의료영상, 유전체정보, 생활패턴 등)를 연계 및 분석해 개인 특성에 맞춘 질병 예측과 진단,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사업이다. 소아희귀유전질환, 심뇌혈관, 치매, 심장질환,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뇌전증 등 8대 질환 대상 21개 SW를 개발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지원해준다. 무엇이든 다 대답해준다는 의미에서 'AI 닥터' 혹은 '닥터 앤서(Answer: Ai, network, software, er)라 명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수도권 및 권역별 거점 병원 25개 의료기관과 21개 ICT 및 SW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지난해 12월 아산병원에 '닥터앤서 체험관'도 문을 열었다."

-'닥터 앤서' 사업은 왜 필요하나

"국산 가전이나 자동차가 없어도 생활할 수 있지만 산업이 종속된다. 우리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AI의료는 우리에게 더 적합한 의료를 제공한다. 또 코로나 사태에서 증명했듯이 우리의 우수한 진료가 세계로 진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거다. 다만 '닥터앤서' 완성도를 위해 현 사업에 담겨져 있는 8개 질환과 21개 SW 이외에 지속적으로 질환과 SW를 확장 및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이 사업의 틀이 유지될 수 있도록 '닥터앤서 2.0'과 '닥터앤서 3.0' 사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적으로 운동화하면 나이키가 생각나듯 AI의료하면 '닥터앤서'가 생각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

"많은 성과가 있었다. 우선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동으로 의료기기 해당 여부 및 품목군에 대한 사전질의를 통해 경험이 적은 국내 ICT 중소기업이 제품에 맞는 인허가 과정을 미리 확인하고 인허가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인허가 전문 기업 등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협력하고 있다. 현재 '닥터앤서' 21개 SW중 2,3등급 의료기기는 10개, 비의료기기는 5개다. 나머지 6개 SW는 의료기기 여부와 등급판정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기기로 판정된 10개 SW는 임상시험을 포함해 안정성, 유효성 등에 대한 검증을 거쳐 올 하반기까지 의료기기 인허가를 완료할 예정이다. 닥터앤서를 사우디아라비아 적용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병원과 교차검증도 추진할 예정이다."

-'닥터 앤서' 사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업인 커니코리아가 발표한 게 있다. 관련 논문 및 지침을 기반으로 미국 보건성 관련 부서 및 WHO의 주요 적용 항목과 비교분석 후, 관계 분야 전문자문위원과 인터뷰를 한후 경제성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8대 질환에 닥터앤서 적용시 8대질환 연간 진료비 7조2000억원 중 8.7%인 627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장을 맡고 있는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은 어떤 기관인가

"서울아산병원의 연구 부문 조직이다. 현재 1300 여명의 연구진이 일하고 있다. 특히 2017년 1월 국내 병원중 처음으로 산하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의료 빅데이터와 AI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이런 틀을 기반으로 닥터앤서사업의 총괄주관병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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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재 원장은...

<학력>

△서울대학교 의학과(86년 졸) △서울대학교 의학과 대학원(석사, 89년 졸) △서울대학교 의학과 대학원(박사, 94년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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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 (병리과) △국방부과학수사연구소 법의감식과장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 (소아병리) △미국 국립암센터 Visiting fellow(NCI, NIH) △미국 웨인주립대학교 의과대학 교수(Wayne Stat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현)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 △(현)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 △(현)한국뇌연구원 한국뇌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