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문가]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나 대신 강의하는 AI 만들고 싶어"

30년간 머신러닝 연구 몰두..."초등교육은 AI를 소양으로 가르쳐야"

인터뷰입력 :2020/05/04 10:23    수정: 2020/05/04 17:24

서울대 AI연구원(AIIS, AI Institute of SNU, 에이스)이 지난해 12월 4일 문을 열었다. AIIS는 인공지능(AI) 두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 먼저 원천기술이다. 학습, 추론, 시각과 언어, AI시스템 같은 '코어 AI(Core AI)' 기술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하나는 AI응용 분야다. 보통 'AI+X'라 불린다. 금융, 제조, 의료 등 각 산업과 AI를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거다.

초대 원장은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맡았다. 그는 머신러닝(ML) 분야 국내 최고전문가로 꼽힌다. 대학 3학년(서울대 컴퓨터공학과)때 처음으로 AI를 접했고, 이후 30여년을 머신러닝(ML)과 함께 했다. 흔히 말하는 'AI 겨울'에도 그는 ML을 연구했다. 특히 그는 로봇에 AI를 적용, 사람 수준 로봇을 연구하는데 국내 톱이다. 이 연구로 국내외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최근 서울대 글로벌공학관에 위치한 AIIS 사무실에서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를 한 장병탁 원장 "AI 총합이 로봇'이라며 "사람 수준 AI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AI겸무 교수에 273명 지원...서울대 사상 최대 AI학제 연구 진행

특히 AIIS는 학제간 연구에 힘을 기울인다. 서울대가 최근 조교수, 부교수, 교수를 대상으로 연구원과 인공지능 연구를 같이 할 겸무 교수를 신청 받았는데 무려 273명이나 몰렸다. 경제학과 법학전문대학원은 물론 철학과, 불어교육과, 의류학과, 소비자학과, 체육교육과 교수 들이 신청을 했다. 서울대 개교(1946년 10월 )이래 70여년 만에 사상 최대 학제간 연구가 이뤄질 전망이다. 장 원장에게 AIIS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컴퓨터공학부 교수). 장 원장은 사람 수준 AI를 만드는데 매진하고 있다.

-서울대 AI연구원은 어떤 곳인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나

"6개월간 준비해 작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두가지 필요성(니즈)이 있었다. 하나는 사회적 니즈다. 인공지능이 시대적으로, 국가적으로, 산업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됐다. 사회와, 기술, 산업 발전과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교내 니즈도 있었다. 인문, 사회, 예술, 의료 등 다른 분야에서도 AI가 중요해졌다. 다른 학과 교수들이 AI를 활용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했다."

-어떤 연구를 하나

"연구 분야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원천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응용분야다. 원천기술은 AI코어(AI Core), 응용분야는 X+AI라 부른다. 우선, AI코어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고 싶다. 기계 수준을 넘어선 인간 수준 AI를 선보이고 싶다. 가상 세계를 넘어선 현실세계 AI에도 관심이 크다. 알파고는 가상세계 AI인데, 알파고와 차원이 다른 현실세계 AI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학문간 경계도 뛰어 넘을 거다. AI는 묘한데가 있다. 기계니까 자연과학이나 공학 성격이 있다. 또 하려고 하는게 '사람 같은 일'이다. 그러니 사람을 알아야 한다. AI를 하면서 뇌나 인지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내가 꾸준히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AI는 학제간 연구를 하기에도 좋은 아이템이다. 서로 다른 학문분야가 모여 차세대 인공지능을 만들자는게 우리 연구원이 지향하는 바다. '휴먼 레벨 AI'와 '리얼월드 AI'가 연구원의 두 핵심 키워드다. 이 두 키워드를 기반으로 'AI 포 올(AI for All)'을 지향한다."

-'AI 포 올'은 무슨 뜻인가

"연구원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세 분야에서 올(all)을 추구한다. 연구(리서치)와 산업(인더스트리), 사람(피플)이다. 연구 부문(AI 포 리서치)은 세계적 코어 AI기술을 개발하자는 거다. 여기에 모든 학문 분야가 AI를 통해 새로운 지식 발전을 이룰 수 있게 공동연구의 장이 되고 싶다. 산업 부문(AI 포 인더스트리)은 수많은 산학협력 프로젝트, 연구실, 학생창업 벤처 등을 통해 우리 연구원이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자는 거다. 사람(AI 포 피플)은 인공지능 사회에 필요한 법과 제도 정비, 부작용 예견 및 방지, 사회 경제 발전에 기여하자는 의미다."

-다른 연구원과 달리 부원장이 2명이다

"다학제적인 AI 특성을 반영한 거다. 법대 교수 한 명과 컴퓨터공학 교수 한명 등 2명을 부원장으로 두고 있다. 우리 연구원은 서울대 본부 직속 산하 기관이다."

-겸무 교수 모집에 273명이나 몰렸다고 들었다

"우리도 이렇게 많이 신청할 줄 몰랐다. 교수, 부교수, 조교수를 대상으로 AI연구에 참여할 겸무 교수를 모집했는데 273명이 신청했다. 신청 교수 전공이 천차만별이다. 아무래도 컴퓨터공학부와 전기정보공학부, 의과대학 교수들이 많다. 의대 경우 다양한 전공 교수들이 신청했다. 내과, 병리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 외과, 신경외과, 병리과, 이비인후과, 의과학과, 핵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이 신청했다. 간호학과 교수도 있다. 문과 교수들도 많다. 경영대, 경제학부, 법학전문대학원, 철학과, 불어교육과, 언론정보학과 교수들이 신청을 했다. 의류학과, 소비자학과, 체육교육과 교수들도 지원했다. 신청 교수들에게는 겸무 교수 발령장을 준다. 보통 공대 교수 대학원생 랩에 학생이 15명 정도 있다. 공대 교수 100명이 신청 했다면 대학원생 1500명이 참여한 거나 마찬가지다."

-해동AI센터는 언제 완공되나. 김정식 전 대덕전자 회장이 500억 원을 쾌척해 만들어지는데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 최근 부지가 정해졌다. 400명 정도가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다. AI코어와 X+AI와 관련한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AI 연구를 한다. 이런 대규모 다제간 연구는 해동AI센터가 국내에서 처음인 것 같다. 미국은 MIT가 이렇게 연구를 한다. C세일(CSAIL, Computer Scienc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oratory)이란 곳에서 대규모 학제간 AI연구를 한다. 나도 여기서 2003년부터 1년간 연구교수로 있었다."

-올해 AIIS가 계획하고 있는 행사는

"전문가 초청 행사인 '콜로퀴움 시리즈'를 연다. 한달에 두번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다. 오는 7일 오후 5시에 첫 행사가 열린다.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AI와 일자리'를 주제로 강연을 한다. 두번째 행사는 21일이다. 서울대 이경무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Human Pose Estimation 기술의 발전과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다. 이어 다음달 4일 이원종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가 'AI기술 본질과 산업 응용'을 주제로, 다음달 18일에는 이상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패션에 AI 접목하기'를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2003년에 MIT 인공지능연구소 및 뇌인지과학과의 초빙교수로 1년간 가 있었다.

"MIT가 'C세일(CSAIL)'이라는 AI학제 연구 빌딩을 지어 막 입주할때 초빙교수로 갔다. MIT는 기본적으로 엔지니어링 학교인데, C세일에서는 뇌과학을 했다. 당시 제일 놀란 건 활발한 학제간 연구다. 인접 학문간 협동 연구가 활발했다. 뇌인지과학자를 채용하는데 컴퓨터공학과와 같이 뽑더라. 당시 MIT에 있으면서 '하이퍼 네트워크(Hypernetwokr)'라는, 인지과학을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이게 기억에 남는다. 사람 수준 AI로 가기 위한 머신러닝 모델이다. 공식 논문은 2008년에 나왔다. 대학원생 2명도 MIT에 같이 갔는데, 이들은 지금 성대와 숭실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이 지난해 12월 열린 개원 개념 심포지엄에서 '리얼AI'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학 강연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 퍼스널 로봇 국가 과제를 오랫동안 했다. 어떤 내용인가

"과기정통부가 시행하는 SW원천연구기술 개발 과제인 'SW 스타랩' 일환이다. 내가 계속 추구해온 인지 아키텍처, 커그너티브 아키텍처, 인지 시스템의 뇌 구조에 관한 연구 과제다. 로봇을 많이 활용해 연구했다. 알파고는 바둑만 두는 지능이다. 하지만 로봇은 주변을 이해하고 행동까지 해야 한다. 이 연구로 2018년 10월에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뽑혔다."

-2017년 '국제 로보컵 대회'에서 처음 만든 '소셜 리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로보컵'은 1997년 생긴 국제 로봇 축구대회다. 로봇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행사다. 2017년에 처음으로 '소셜 로봇 리그'가 만들어졌다. 로봇이 '소셜' 활동을 얼마나 잘 하는지 겨루는 대회였다. 사람을 알아봐야 하고, 사람말을 알아듣고 이야기할 줄 알아야 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일 등 8가지 시나리오를 로봇이 수행해야 했다. 우리 팀이 미국 등을 제치고 우승했다. 당시 2등과 점수차가 꽤 컸다. 작년에는 일본이 월드컵을 겨냥해 만든 월드로봇서밋(WRS)에 나가 2등을 했다."

-AI와 로봇은 어떤 관계가 있나.

"인공지능 집합체가 로봇이다. 로봇은 AI를 적용하기에 최적의 디바이스다. 내가 로봇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다. 사람닮은 무엇을 만들기에 로봇이 최고다. 문제를 진짜로 풀려면 디바이스가 있어야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디바이스가 없으면 가상 세계다. 가상세계에서는 마치 다 된 것 처럼 보인다. 디바이스가 필요한 이유고, AI의 현실세계를 구현하기 가장 좋은 디바이스가 로봇이다. 알파고는 가상에 불과하다. 가상에서 리얼로 가자는 게 내 철학이다. 예를 들어보자. 현재 AI는 차(茶)라는 텍스트를 검색으로만 안다. 실제 차를 만지거나 마신 것이 아니다. 로봇은 그렇지 않다. 직접 경험을 할 수 있다. 진짜(실물)를 가지고 진짜 AI를 만들 수 있다. 로봇이 나한테 중요한 연구 플랫폼인 이유다. 물론 산업과 서비스 면에서 보면 로봇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가격이 비싸다. 산업으로 확산되려면 가격이 스마트폰 보다는 싸져야 할 것 같다. 20여년전 내가 서울대 교수가 처음 됐을때 파이어로봇 이라는 연구 로봇을 사고 싶었는데 비싸서 못 샀다. 지금은 '페퍼' 등 연구할 로봇 플랫폼이 많이 있다. WRS가 사용하는 로봇도 인공지능 연구를 하기에 아주 좋은 플랫폼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당시 전자계산기공학과)과 82학번이다. AI를 전공한 이유나 계기는

"처음 입학은 과가 아닌 계열로 들어갔다. 2학년때 전공과를 택했다. 전공을 선택할 때만해도 AI가 있는지 몰랐다. 대학 갈때도 전자과만 있는 줄 알았고 전산이 있는 줄 몰랐다. 대학 와서야 컴퓨터를 제대로 알게됐다. 새로운 것에 잘 빠지는 성격인데, 전산과 가서 AI를 알게 됐고 훅 빠졌다. AI는 대학 3학년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한 책을 보고 알게 됐다. 라파엘이 쓴 책이다. AI를 개괄적으로 설명한 책이였다. 기계가 퍼즐을 풀고 논리적 추론을 하는 내용이였다. "아, 이런게 다 있구나..." 했다. AI에 대한 첫번째 '아이 오프닝(새로운 세계에 눈을 뜸)'이였다. 학부 졸업할때 쯤 두번째 아이 오프닝이 왔다. 뇌를 닮은 컴퓨터 이야기, 지금의 신경망 이야기를 다룬 논문을 봤다. 펠트만하고 발라드라는 미국 사람이 쓴 논문이다. 컴퓨터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기계인데, 컴퓨터가 뇌를 닯아 사람 처럼 학습을 한다고? 너무 놀랐고 충격이였다. 컴퓨터를 만든 폰 노이만도 뇌를 닮은 컴퓨터를 생각했던 걸 나중에 알게 됐다. 원래 원초적인 것에 집착하는 성격이다. 부인이 인문학 교수인데, 나와 이야기 하면 내가 이상주의자처럼 느껴진다고 한다(웃음). AI겨울이 있었지만, 나는 이 분야 연구가 재미있어 30여년을 연구해왔다. 박사를 독일에서 한 건 누님이 독일에 살았기 때문이다. "

-30여년간 머신러닝을 연구해왔다. 머신러닝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머신러닝 수준은

"신경망 계열, 뇌를 닮은 머신러닝 연구는 국내에서 내가 제일 오래한 것 같다. 머신러닝이 빨리 발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머신러닝을 연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제대로 공부한 전공자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 머신러닝은 퀄러티(질)로 보면 잘하고 있다. 문제는 매스(mass)다. 선진국과 비교해 양적으로 매우 적다. 그동안 투자하지 않아서 그렇다. 미국과 중국은 차치하고 우리나라는 매스면에서 캐나다에도 밀린다. 캐나다는 정부가 꾸준히 지원한 덕분에 AI 4대 천왕이라는 힌튼을 배출했다. 힌튼은 원래 심리학자다. 나중에 컴퓨터 사이언스를 배웠다. 힌튼과 나랑 비교하면, AI가 뇌를 닮아야 한다는 건 같지만, 내가 힌튼에 비해 더 엔지니어에 가깝다. 캐나다에 씨파(CIFAR,Canadian Institute For Advanced Research)라는 연구소가 있다. 캐나다 정부가 오랫동안 지원했고, 그 결과 튜링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했다. 힌튼이 씨파 연구소장 할때 AI계에서 유명한 벤지오 등을 영입했다. 우리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머신러닝 뿐 아니라 딥러닝도 많이 회자된다. 머신러닝과 딥러닝 차이는 뭔가

"딥러닝도 그냥 머신러닝이다. 딥(deep)하다는 건, 신경망의 층이 많다는 거다. 딥러닝이라는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 세계적으로 AI 선구자로 평가받는 힌튼 교수를 비롯해 커뮤니티에서 지었다. AI가 좋아하는 단어가 딥이다. 90년대 딥싱킹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딥러닝의 딥은 모델이 딥하게, 즉 층이 많다는 거다. 딥러닝이 잘 되려면 데이터가 많이 필요한데, 사실 데이터를 많이 필요로 하는 건 기술면에서 단점이다. 데이터가 적어도 학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신경망 구조를 가진 문제를 잘 푸는 머신러닝의 한 방법이 딥러닝이다. 딥러닝으로 가면서 머신러닝이 한단계 점프했다. 예전에는 영상처리와 사진 분석을 머신러닝이 못했는데, 딥러닝이 나오면서 이것이 가능해졌다."

-정부가 AI강국 코리아를 선언하고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AI가 넓은데,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이렇게 보는게 맞을 것 같다. AI가 두 종류가 있다. 먼저, AI 자체로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는게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 스피커나 시리가 대표적이다. 이런 거는 그동안 없던, 새로운 거다. 또 하나는 자율차가 대표적인데, AI 자체라기보다 자동차와 결합한 거다. 각 산업이든 어디든 AI를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는게 중요하다. 이는 산업의 다음 세대를 만드는 일이고, 각 분야에서 하면 된다. 두 분야간 인력 양성 비율을 따지면 3대 7 정도가 어떨까 한다. 고급 인력이 필요한 코어 기술도 놓치면 안된다. 코어 인력은 수학도 잘해야 하고 코딩도 잘해야 한다. 여기에 학제적 사고도 갖춰야 한다. 캐나다 교육 체계가 이런 식이다. 코어가 없으면 10년후에도 쫒아가기 바쁘다. 전통적 방식에서 보면 지금의 머신러닝과 신경망 기술은 가히 혁명이다. 기술로 보면 혁명인 이유가 보다 명확해진다. 옛날에는 AI를 코딩으로만, 프로그래밍만 하려 했다. 인공지능을 이렇게 만들려고해 실패한 거다. 지금은 코딩하지 않고 가르치려하고, 데이터로 학습한다. 이걸 머신러닝이 한 거다. 이게 중요하다는 걸 나는 오래전부터 알았다. 대학원 다닐때 자연어 처리가 너무 어려웠다. 예외가 계속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계한테 맡기는 것, 기계에 학습하는 걸 생각했다. 당장은 빨리 못하지만 학습만 시키면 언젠가 기계가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 교육 철학이기도 하다. 우리 집 얘들도 잘할때까지 기다린다. 대학원생들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깨달아야 한다. 깨달을 준비가 안된 사람한테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안된다. 기계도 마찬가지다. 기계가 똑똑해지려면 자기가 아는 형식의 지식으로 만들어 성장해야 한다. 사람이 자꾸 집어 넣어주면 우선 당장은 해보이는 것 처럼 하지만, 오래 못간다. 휴먼 레벨 AI가 나오려면 기계가 똑똑해져야 하고, 기계가 데이터를 모으고 기계 자신이 학습하는 내재화가 필요하다. 외부에서 사람이 계속 주입하면 안된다.구글도 이런 방향으로 간다. 기계가 스스로 터득하도록 하는 것, 이게 머신러닝 원리다. 진짜 머신러닝이 되면 기계가 데이터를 찾아 다니고, 학습을 스스로 한다. 사람이 데이터를 주는게 아니다. 박사 논문도 그렇고 내가 계속 추구해 온 거다. 이게 가능해 진 건 컴퓨팅 파워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AI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AI초등학교도 선정했다. 초등학교에서 AI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중고등 등 여러 군데서 자문해달라는 연락이 온다. AI는 코딩과 데이터가 기본인데, 기본적으로 롱텀으로 봐야 한다. AI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을 만드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코딩을 해서 만들었다. 지금 AI는 코딩을 하지만 옛날보다 쉬운 코딩을 사용한다. 코딩이 여러개다. 기계어, 어셈블리어, 고급어, 이 위에 인공지능 언어가 하나 더 있다. 머신러닝은 코딩 일부를 기계한테 맡긴 거다. 이게 큰 변화다. 이전에는 사람이 다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1950년대에도 있었지만, 당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는 말도 안되는 거였는데, 결국 혁명이 성공한 셈이다. 초등학생들은 뭘 준비해야 할까. 이는 단순히 AI 문제가 아니다. 수학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 가와 같은 문제다. 수학이 없어도 되는 사람이 있지만 공학을 하려면 수학은 기본 언어다. 수식을 모르면 논문을 못 읽는다. AI는 영어, 국어 같은 언어다. 이 언어에는 사고가 들어 있고, 문화가 녹아들어 있다. 영어로 이야기하면 단순히 단어가 아니고, 영어식으로 사고해야한다. AI를 소양으로 생각하고 가르쳐야 한다. AI를 통해 기초 사고를 하고, 문과와 이과 사고를 같이 하게 훈련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스마트 스피커를 갖다 놓고 이를 똑똑하게 하는 코딩을 가르치는 식이다. 초등학교때 부터 AI를 가르치는건 좋다고 본다. 단, 암기나 입시로 흐르면 안된다."

-개인적으로 AI분야에서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내가 은퇴하고도 쓸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 그러면 성공한 거다. 나이가 더 들면 내 인지 능력이 떨어질텐데 은퇴 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 내 대신 강의를 해도 좋을 것 같다(웃음).그러자면 아직 AI가 갈 길이 멀다. 대학원생들한테 24시간 학습하는 로봇을 만들자고 한다. 지금 로봇이 다 놀고 있고,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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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탁 서울대 AI대학원장은...

△서울대 전자계산기공학과 졸업 △서울대 컴퓨터공학 석사 △독일 본(Bonn)대 컴퓨터과학 박사 △독일국립정보기술연구소(GMD) 선임연구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초빙교수 △전 한국정보과학회 인공지능소사이어티 회장 △전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 △2019년~서울대 AI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