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 깬 우리은행 밋업…"은행이야, 스타트업이야'

[현장] 오픈API 플랫폼 공개 앞두고 개발자 초청 행사

일반입력 :2019/06/28 14:04    수정: 2019/07/03 19:23

"다른 은행을 디스하는 것(낮춰말하는 것)같아서 망설여지는데요, 우리은행 오픈 애이피아이(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플랫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어디에도 누구나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사이트 주소를 활짝 공개한다는 거죠. 다른 은행들의 오픈 API 플랫폼 주소를 찾기 위해서 무수히 노력했는데 꽁꽁 숨겨두셨는지 알기가 힘들었습니다. 우리은행은 언제든 많은 개발자분들이 쉽게 찾고 협업할 수 있도록 열려있습니다."

우리은행이 27일 서울 성수 바이산에서 '개발자 밋업'을 개최했다. 기술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선 흔한 행사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개발자 밋업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개최된 우리은행의 '오픈 API 개발자 밋업데이' 현장에 가면서 살짝 흥분됐다. 은행의 밋업은 IT 기업들의 행사와 어떤 차이가 있을 지 궁금했다. 또 상대적으로 늦게 단행된 우리은행 오픈 API 플랫폼은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는지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27일 서울 성수 '바이산'에서 열린 '우리은행 밋업 데이'.(사진=지디넷코리아)
27일 서울 성수 '바이산'에서 열린 '우리은행 밋업 데이'에서 청바지와 재킷 차림으로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상무)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우리은행의 밋업은 스타트업 밋업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은행하면 연상되는 정장입은 은행원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초록색 맨투맨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행원들은 스타트업에서 흔히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디지털전략부를 이끄는 황원철 상무는 야상 재킷에 골든 구스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편안한 차림의 개발자와 직원들, 기자들은 한 데 섞여 맥주 한 잔씩을 마시며 오픈 API 플랫폼의 개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어떤 행사인지 모르고 들어온 사람들은 어느 스타트업의 밋업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오픈뱅킹 생태계 구축을 위해 오픈 API플랫폼을 5월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은행에서 직접 이를 디자인하고 설계하기보다 시스템 통합(SI)업체들과 협업하다보니 다소 일정이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27일 서울 성수 '바이산'에서 열린 '우리은행 밋업 데이'. 개발자 및 은행 직원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마련됐다.(사진=지디넷코리아)
27일 서울 성수 '바이산'에서 열린 '우리은행 밋업 데이'에서 우리은행 이욱환 디지털전략부 차장이 우리은행 오픈 API 플랫폼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우리은행 이욱환 디지털전략부 차장은 개발에 몰두하느라 '상암동 독거노인'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우리은행은 회원 누구나 테스트용 API를 마음껏 써보도록 해 수많은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며 "타 은행의 오픈 API 플랫폼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28일 오후 4시에 공개되는 우리은행 오픈 API 플랫폼은 ▲우리은행 오픈API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가이드 등을 제공한다. 핀테크 개발자는 이를 토대로 대출·환전 신청·해외 송금·이체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우리은행 오픈 API플랫폼의 API를 활용해 앱을개발하고자하는 개발자는 필요한 API에 접근해 테스트해볼 수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테스트베드도 활용할 수 있다. AWS 테스트베드는 서울 여의도 우리은행 '디노랩'과 상암동에서 가능하다.

확장성을 꾀하기 위해 우리은행은 오픈 API 플랫폼 내 개발자들이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블로그도 운영한다. 동시에 글로벌 개발 플랫폼 '깃 허브(GitHub)'에도 개발 가이드와 샘플 코드를 올린다는 것이다. 깃허브는 세계 3천600만명의 개발자가 사용 중이다.

이날 오후 오픈 즉시 API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 포탈과 AWS 테스트베드 이용 가입 신청을 하고, 사업자등록번호 조회나 사용자 정보 입력 후 필요한 키를 우리은행으로부터 받아 API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욱환 차장은 우리은행의 오픈 API 플랫폼의 장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다른 은행들이 오픈 API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해서 가보려고 하니 주소를 찾기 어려웠다"며 "우리은행은 어디에도 누구나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사이트 주소를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다양한 오픈 API 플랫폼 기사가 작성된 후 기자에게 도대체 그 오픈 API 플랫폼 주소가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메일이 수통 온 적이 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위비뱅크'의 '오픈뱅킹' 서비스에 입점한 기업들이 오픈 API 플랫폼을 활용해 더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는 위비뱅크의 대고객에게 서비스된다.

우리은행의 또다른 디지털전략부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자인 '레이니스트'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오픈뱅킹 시대, 마이데이터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며 "핀테크·스타트업을 위한 물리적인 협업 공간 뿐 아니라 오픈 API 플랫폼을 통해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와 데이터를 이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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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오픈 API란

오픈API란 은행 내부의 데이터와 서비스를 API라는 표준기술을 이용해서 외부에 제공하여 핀테크 기업 등이 금융서비스를 고객에게 직접 제공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참고 기사: 은행권, 오픈API 구축 바람...새 수익원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