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기득권 버리고 디지털 생태계 강화하겠다"

[데이터로 변화를 만드는 은행③] 황원철 CDO

금융입력 :2019/06/05 17:19    수정: 2019/06/05 17:20

국내 은행이 데이터 분석 등에 탁월한 외부인재를 영입하는 등 '데이터가 이끌어가는 회사'로 바뀌기 위한 힘쓰고 있다. 수십년간 쌓여있던 데이터가 새로운 고객 확보와 수익성을 강화할 '무기'가 됐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에서 데이터로 변화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인 인물들을 직접 만나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신한은행 -김철기 빅데이터센터 본부장

② KB국민은행 -윤진수 데이터전략본부 전무(KB금융지주 데이터총괄책임자 겸임)

③ 우리은행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CDO·상무)

④ 하나금융지주

⑤ NH농협은행

⑥ 한국카카오은행

우리은행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상무)는 우리은행에 온 지 딱 1년이 지났다. 1년 전 황원철 상무는 데이터란 모름지기 단 1분이라도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정의했으며, 데이터를 근간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조직문화를 일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만난 황원철 상무는 계획했던 대부분을 이뤄놨다. 임원이 명령해 금융상품을 만들거나 '예전에 내가 말이야' 라고 시작되는 '꼰대식' 영업도 데이터 기반으로 바뀌었다.

신용정보법 규제때문에 인공지능(AI)에 더 많은 데이터를 주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도, 황원철 상무는 더 많은 고민과 분석기법을 활용해 추출할 수 있는 데이터를 건지겠다고 말했다. 특히 신용정보법 개정이 이뤄지면 도래할 '마이데이터' 창세기에 우리은행이 혁신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 은행권 빅데이터 차별성 없는 이유는 '규제'

최근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 옆 남산센트럴타워 건물에 위치한 빅데이터센터 집무실에서 만난 황원철 CDO는 일단 현 규제에서 은행들은 달성할 수 있는 빅데이터 전략을 대부분 시행했다고 진단했다. 황원철 상무는 "은행마다 빅데이터 전략 차별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모든 은행이 기존 데이터로 도모할 수 있는 것은 다 왔다"며 "새로운 데이터와 규제 해체가 필요하다. 기술이 부족해서 안하고 있는게 아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단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으로 빅데이터를 다루는 '경험주의적 분석법'을 시행할 수 있는 물리적 여건은 갖춰졌다고 봤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이 학습해야 하는 데이터는 부재하고 규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묶어놔 사실은 큰 진전을 이루기 힘들다는 것이다. 황 상무는 "경험주의 분석을 못한 이유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컴퓨팅 파워가 적었는데 지금은 인공지능 엔진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고 인프라도 돈만 주면 살 수 있다"면서 "데이터가 바로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사진=우리은행)

이 때문에 은행이 인공지능으로 이루는 프로젝트가 사람이 하는 일을 줄이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 사람이 못했던 일을 해주는 비정형데이터 분석 등만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은행의 지나친 사회적 책무 강요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꾀할 수 있는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황 상무는 "은행 경영진이 빅데이터에 투자를 하고 싶어한다고 해보자. 그럼 투자 효과는 앞서 말한 두 프로젝트에서 나와야 하는데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했다고 하더라도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지점을 없앨 수 있나"라며 "은행 입장에서 빅데이터서 투자해 수익을 얻어야 하는데 인력 재배치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우리은행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특장점

기술적 여건과 동떨어져 뒤쳐진 사회적 환경에도 불구, 황원철 CDO는 빅데이터를 통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황 상무는 "우리은행에서는 변화 관리 차원에서 데이터 전략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상품 개발, 마케팅 계획 수립 시 데이터 분석 결과에 근거해서 하는 것"이라며 "의사 결정권자의 개인적 경험이 아니고 데이터로 정리된 국가적·사회적 경험의 총 집합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원급들의 개인 경험보다는 데이터가 더 정확하다는 조직적 경험치가 생겼고 은행 내의 '뉴 노멀(New Normal·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이 됐다"고 말했다.

또 SK텔레콤과 11번가 등 통신·유통 데이터와의 결합으로 대출 고객의 미세 조정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빅데이터센터는 6개월 간 작업 인프라 구축을 거쳐 지난 4월부터 관련 데이터를 통해 신용평가를 심사하고 있다. 황원철 상무는 "실명 데이터 결합은 당연히 지금 규제로는 안되고 신용평가사와 대출자의 동의를 거쳐 신용평가를 하는 것"이라며 "기존 신용평가로 대출해주지 못하는 고객 있으니까 대출 사이즈와 금리를 조절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통신사의 '전화 행동태도 분석(Call Behaviour Analysis)' 데이터, 커머스 데이터, 금융 데이터가 결합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얼 했는지, 신상에 변화는 없는지 다 알 수 있다"며 "커머스에서는 물건을 택배로 받아야 하니 집과 직장 주소가 가장 정확할 것이고 전화를 언제 오래 하는지 얼마나 하는지로 직군 등을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황 상무는 "현재 사실은 실명 확인하지 못하는 갭이 있지만 쓸모없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입장에서 여러가지로 분석기법을 들이고 프로파일링하면 건질 수 있는 게 있다"고 강조했다.

■ 마이데이터 '혁명'적으로 할 준비 완료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는 신용정보법 개정 이후 열릴 '마이데이터' 사업을 철저히 대비한 상황이라고 힘줘 말했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가 자신의 금융데이터를 관리할 업체를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개인신용정보 이동권'이 전제된 사업이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가능해질 경우 다양한 금융사에 퍼져있는 내 정보를 정보 주체가 원하는 곳에서 간편하게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신용정보법이 개정돼 새로운 업(業)종이 신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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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CDO는 "마이데이터는 혁명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마이데이터 창세기가 열리면 은행 판매채널이 극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마이데이터 시대에선 은행이 자신이 만든 플랫폼만으로 하는게 아니고 생태계(에코시스템)에 적응하는 시대"라고 짚었다. 그는 "세상에 중심이 되자는 착각을 하지 말고 형성된 에코시스템에 잘 순응하고 본질적인 은행의 목표를 얻어내는게 중요하다"며 "오픈 데이터·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고객을 이야기한 것이 바로 그 연유며 우리은행은 현실적으로 준비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사진=우리은행)

그는 은행'만'의 플랫폼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황원철 상무는 "잘 생각해봐라. A은행 고객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실명확인을 거쳐서 계좌를 개설하면 A은행 고객인가"라고 되물으며 "은행 고객이라고 하면 내 목소리가 전달이 가능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며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상무는 "앞으로 은행 목소리를 전달하는 경로, 이를 고객이 이해하고 의사결정하는 과정에 은행이 있지 않다. 핀테크와 정보통신기술기업이 있는 것"이라며 "은행은 이 에코시스템에 잘 녹아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