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열흘 앞두고…MWC, 사상 첫 취소 파장

GSMA 이사회 멤버 이탈 결정적…매몰비용+사업기회 상실 고민

방송/통신입력 :2020/02/13 10:47    수정: 2020/02/14 10:58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오는 24일(현지시간) 개막될 예정이던 MWC가 전격 취소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전염 확산에 대한 우려에 따른 조치다.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행사 기간 중 방역 강화, 중국 후베이성 참가자의 출입 통제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여섯 차례에 걸쳐 공지를 했지만 주요 참가 회사의 불참이 이어지면서 취소 결정에 이르게 됐다.

존 호프만 GSMA CEO는 12일(현지시간) 성명서를 내고 “코로나 19 발생과 여행 문제 등으로 더 이상 MWC 행사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MWC 2020 바르셀로나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GSMA의 이같은 결정은 카탈루냐 현지 정부와 의견 조율을 마치면서 이뤄졌다. 바르셀로나는 2023년까지 MWC 개최지로 GSMA와 계약돼 있다.

경제 파급 효과와 일시적인 일자리 창출 등으로 바르셀로나 당국의 MWC 개최 의지는 높았다. 하지만 주요 참가사의 이탈이 이어지자 GSMA와 협의 끝에 개막 10여일을 앞두고 긴급 이사회를 통해 사상 첫 MWC 개최 취소 결정을 내리게 됐다.

■ 취소 결정 발표 전까지 행사 준비

MWC는 1년에 세 차례에 걸쳐 열린다. 2월 마지막 주 스페인에서 MWC 본 행사가 열리고 MWC 상하이와 MWC 아메리카가 연이어 열리지만 장관급 협의와 GSMA 이사회 미팅 등 주요 논의는 MWC 바르셀로나 현장에 집중돼 있다. MWC 상하이와 MWC 아메리카는 지역 분산 개최 성격에 가깝다.

그런만큼 GSMA는 대표 행사인 MWC 바르셀로나 정상 개최 입장을 고수해왔다. 10만여명이 참석하는 MWC에 코로나19 발생지인 중국 참가자 수는 제한적이고, 방역 활동 강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해왔다.

하지만 대형 참가사들의 연쇄 이탈로 결국 취소 결정을 하게 됐다.

MWC 바르셀로나 행사 취소는 GSMA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부 전시 참가 업체가 이탈했지만 세계 각국의 통신업계와 정부의 의견을 논의하는 자리까지 포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MWC는 1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와도 성격이 다르다.

CES는 세계 최대 소비재 시장인 미국에서 B2C 전시 중심의 행사다. 반면 MWC는 업계 오피니언 리더의 컨퍼런스가 중심이고 네트워크 장비 회사와 통신사,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 등 B2B 성격과 각국 정부 관료들이 모이는 B2G 성격이 강하다.

특히 올해 MWC는 인터스트리X 개념을 두고 인공지능과 IoT 등의 본격적인 논의 시작을 예고해왔고, 지난해 열린 세계전파회의(WRC-19) 후속으로 통신사 간 새로운 주파수 운용 논의를 계획했다.

단순 전시 취소를 넘어 여러 회의 일정도 보류해야 하는 탓에 GSMA는 내부적으로 바르셀로나 당국과 행사 취소를 논의하면서도 MWC 개최 준비를 병행해왔다. MWC 취소 성명 발표 전날까지도 기업용 네트워크 자동화에 대한 전망을 공유했다.

전시 참가 업체도 성명 발표 직전까지 피라그란비아, 피라몬주익 등의 전시장에서 전시 부스를 꾸미는 일을 매진해왔다.

■ GSMA 이사회 멤버 이탈이 결정적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MWC 불참 회사가 처음 나올 때만 하더라도 GSMA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LG전자와 중국 우한 소재 중소기업 몇 곳의 전시 이탈에 GSMA는 최고 수준의 방역 활동으로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지난 2017년 이슬람 극단주의단체인 ISIS의 바르셀로나 테러가 일어난 뒤 열린 MWC는 코로나19 전염 우려보다 안전 문제에 더욱 예민했다. 하지만 전시장 외곽까지 펜스로 두르고 경찰병력을 확대하면서도 MWC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MWC에 대한 의지가 높은 바르셀로나 현지 정부의 협조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코로나19 전염 우려가 다른 기업으로 퍼지면서 GSMA의 고민이 깊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에릭슨에 이어 노키아, 인텔, 시스코 등 네트워크 장비 회사가 올해 MWC를 건너 뛰기로 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올해 MWC에서 가장 기대를 받던 분야는 5G 네트워크 장비였다. 한국과 중국 등이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 속도를 냈지만 다른 나라 대부분의 통신사는 5G 구축에 갓 나서는 분위기다. 즉, 5G 솔루션 장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인공들이 빠져버린 셈이 됐다.

GSMA 이사회 멤버 안에서도 MWC 불참이 이어지면서 행사 개막 자체를 보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GSMA 내부에서 커졌다.

특히 일본의 NTT도코모와 미국 AT&T가 MWC 불참을 선언한 것이 결정적이다. 두 회사는 국내 SK텔레콤을 비롯해 GSMA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24개 회사에 포함돼 있다.

NTT도코모는 올 여름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맞춰 5G 서비스를 예고하고 있었고, AT&T는 5G 커버리지 확대와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아울러 두 회사는 키노트 컨퍼런스에도 참여키로 했는데 자체적인 MWC 불참 결정이 내려지면서 GSMA도 MWC 일정을 유지할 동력을 잃게 됐다.

주최 측에 포함된 주요 통신사마저 이탈하면서 MWC 엑소더스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 인공지능이란 주제로 이벤트 토픽의 스폰서로 참여키로 한 엔비디아와 같은 회사의 이탈도 MWC 취소 결정에 힘을 싣게 됐다.

■ 개막 직전 취소...매몰비용 고심

GSMA의 긴급 이사회를 통해 MWC 취소가 결정되면서 구체적인 논의는 오가지 않았다. MWC 취소 성명이 발표된 시점도 스페인 바르셀로나 또는 GSMA 본사가 있는 영국 런던 기준으로는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다.

때문에 MWC 전시 참여 회사들은 후속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명 발표 직전까지 전시 부스 공사에 투입된 비용이 모두 매몰될 위기에 처해있고, 예약된 항공과 숙박 위약금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시 취소에 따른 매몰비용보다 새로운 사업기회를 기대했던 부분이 업계에서는 크게 느끼는 당혹스러운 점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에서 발표한 갤럭시S20, 갤럭시Z플립을 일반 대중에 알리는 것보다 세계 각국의 통신사가 모인 곳에서 영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삼성전자는 매년 MWC에서 피라그란비아 전시장 앞 포르타피라 호텔에 대규모 B2B 미팅 장소를 꾸리고 새해 첫 전략 스마트폰의 판매를 위한 거래선 미팅을 이어왔다.

또 네트워크 장비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삼성전자는 대규모 전시부스를 꾸려 올해 5G 상용망 구축을 앞두고 있는 유럽 지역의 통신사 상대로 5G 네트워크 솔루션 공급 논의를 기대해왔다.

중소기업과 벤처 스타트업이 잃게 되는 기회는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MWC는 매년 글로벌 스타트업 중심의 4YFN 행사를 주요 전시 못지않게 무게를 실어왔다. 4년 뒤에 더 큰 회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의 4YFN은 단순 전시 참관객을 넘어 정책입안자와 주요 글로벌 대기업의 의사결정권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

GSMA 자체적으로도 피해가 클 전망이다. WHO 권고 기준 이상의 전격적인 취소 결정을 내렸고 스페인 당국이 긴급사태를 선포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천재지변 등의 이유로 손실을 만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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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도 고심이 커졌다.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주(州) 자치정부는 스페인 경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바르셀로나가 받는 타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바르셀로나는 현지 실업률이 30%에 육박하는 탓에 MWC는 그간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됐다. 또 10만여명의 참관객을 맞이하면서 현지 당국이 기대했던 5억 유로(약 6천5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도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