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제조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10부 - 경험경제 시대 : 제품과 서비스 융합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전문가 칼럼입력 :2019/11/13 16:19

정대영 SAP Korea 제조산업 본부장
정대영 SAP Korea 제조산업 본부장

우리나라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화/맞춤화 기반의 제품 혁신, 제품과 서비스 융합 등의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필요하다.

먼저 제조업 관점에서 서비스화가 왜 중요한지를 살펴본다.

첫째, 신규 제품 시장의 정체이다. 많은 산업에서 수요 정체 및 공급 과잉이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경우, 지난 해 자동차 판매가 28년 만에 0.5%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자동차 판매가 정체되면, 오일의 판매도 정체되고, 자동차 강판을 비롯해 자동차 부품 판매도 정체된다. 소비 및 소유의 패턴 변화도 수요 정체에 일조를 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차량 소유보다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호하는 것이 대표적 예이다.

둘째, 서비스 시장의 성장과 수익성이다. 신규 제품 시장은 정체되어 있지만, 기존에 판매한 제품(Install Base)을 관리하는 시장은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Install Base의 규모는 신규 제품 시장과 비교하여 몇 배에서 크게는 몇 십 배에 이르고 있으며, Install Base를 대상으로 부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회는 늘어나고 있다.

셋째, 고객의 압력과 경쟁 심화이다. 기업 고객은 공급 업체의 규모를 줄이고 있으며,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으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 시 실현된 성과를 기준으로 지불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CAPEX(Capital Expenditure, 설비투자비용)에서 OPEX(Operating Expenditure, 운영비용)로 투자 구조를 바꾸고, 아웃소싱을 통해 유연성을 높이고자 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급업체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품과 결합해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림 1]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디지털 서비스. (자료=SAP)

기술적으로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많은 소비재와 산업 제품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있다. 제품과 고객이 연결됨에 따라 새로운 차원의 혁신 기회들이 열리고 있다 ([그림 1] 참조).

과거에는 제조업체가 제품을 판매한 이후에는 제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제품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어떤 상태에 있는지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제품의 설계, 생산, 판매, 설치 이력 정보와 결합하면, 고객이 제품을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의 활용 정보와 고객의 만족도 정보를 결합·분석하여, 제품 개발 부서에서는 차기 제품의 기능 또는 성능을 개선 할 수 있다. 제품의 상태 및 성능을 모니터링하면서, 제품이 고장 나기 이전에 정비 서비스와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 제품의 활용 패턴을 분석하여, 제품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제품을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보험과 같은 연계 서비스를 추천할 수도 있고, 제품의 수명주기가 다한 경우에는 대체품을 추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이 미래의 모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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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산업용 기계 및 부품 산업의 핵심 트렌드. (자료=SAP)

실제로 많은 업체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림 2]는 산업용 기계 및 부품 산업의 리더들이 참여하여, 미래의 핵심 트렌드를 논의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우측의 10대 트렌드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내용이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에 대한 것임을 파악할 수 있다. 제품의 디지털화 및 스마트화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트렌드 2, 7). 제품의 사용 과정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며(트렌드 4, 8), 디지털 트윈, 빅데이터 분석 등은 앞으로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제조업체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매출과 수익을 높일 수 있다(트렌드 1, 3, 5). 제품의 사용량 또는 효용에 기반하여 대금을 지불하는 비즈니스 모델(Pay-per-Use)은 대세가 될 것이며, 경쟁 업체 제품에 대해 판매 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확산될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은 많은 제조업체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지만, 이를 위해 극복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먼저 제품 중심의 사고방식을 극복해야 한다. 제품 중심의 회사들은 무형의 서비스를 다루는 데 낯설 수밖에 없다. 서비스 판매를 위해서는 고객이 얻을 가치를 이해하고, 정량화하고, 이를 의사소통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매출이나 수익은 작아 보이기 때문에 서비스가 무시되기도 쉽다. 또 다른 어려움으로 고객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모른다는 것에 있다.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과정에 고객의 참여가 필요한데, 많은 제조업체들은 고객과 함께 서비스를 만드는 경험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 외에 판매채널의 문제도 있다. 그간 유통업체 또는 딜러는 제품 판매 및 판매 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제조업체가 기존의 사고방식을 극복하기 힘든 것처럼 유통업체가 기존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제조업체의 서비스화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역량이다. 제품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고,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문가를 확보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적합한 인재를 찾기 어려운 것도 문제이지만 디지털 전문가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도 과제이다.

[그림 3] 경험 경제 시대 - 제품에서 서비스로. (자료=B. Joseph Pine II and James H. Gilmore, The Experience Economy, 1999)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대영 (現) SAP Korea 제조산업본부 본부장

JDA Software (i2 Technologies) Global Service Director,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등 역임.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공학과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