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제조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9부 - 스마트 제조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전문가 칼럼입력 :2019/11/06 13:03

주영섭 고려대 석좌교수(전중소기업청장)
주영섭 고려대 석좌교수(전중소기업청장)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에서는 초기에 5개의 Working Group(WG, 작업반)과 함께 스마트 팩토리를 중심으로 한 기업 내부 제조 프로세스의 디지털화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치창출의 변화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핵심 요건으로 부상하고 있다(BMWi, 2019). 즉, 기존 대량생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제조 효율성 증대만으로 강력한 가격·가성비 경쟁력을 가진 중국과 경쟁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개인화 및 맞춤화 기반의 제품 혁신, 제품과 서비스 융합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독일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여 당면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효율성 중심의 점진적 개선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포함한 총체적 혁신이 필요하다([그림 1] 참조).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요소는 대상 고객, 고객에 제공할 제품 및 서비스, 제품 개발 및 생산 등 가치사슬, 수익 모델 등이다. 우리 제조업이 세계 시장의 니즈 변화와 기술 혁신, 우리 강약점 등을 고려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선행되고 이에 적합한 제조 시스템 혁신이 이루어져야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스마트 제조혁신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필요성 및 방향.

우리나라 제조업이 구사할 수 있는 유력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방안으로 제품·서비스 혁신,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 제품과 금융의 융합, 토탈 솔루션 모델 및 플랫폼화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이 시급히 요청된다.

첫째로, 제품 혁신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핵심이다. 산업별 및 기업 유형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개인화 및 맞춤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림 2] 제조혁신 대상 분야 유형별 분류 및 사례.
[그림 3] 산업 및 기업 유형별 제품혁신 차별화. (사진=Koren)

[그림 2]와 같이 4가지 유형별로 개인화 및 맞춤화 추세를 보면, B2C Discrete 산업은 개인 맞춤형 제품에 가까이 가고 있고, B2C Process 산업과 B2B Discrete 산업, B2B Process 산업 순으로 따라가고 있다([그림 3] 참조). 즉, B2C Discrete 산업은 B2C 시장 추세 및 Discrete 산업 특성 상 개인 맞춤형 제품 추세가 강하다. B2C Process 산업도 개인화 요구가 크나 Process 산업 특성 상 대량 맞춤화(Mass customization) 등으로 절충점을 찾고 있다. B2B Discrete 산업도 고객사의 개인화 및 맞춤화 추세에 따라가고 있으나 제조시스템의 특성에 따라 모듈화 기반의 대량 맞춤형부터 개인 맞춤형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B2B Process 산업은 특성 상 초고효율 대량생산 성격이 강하나, 모델 변경 유연화 및 최소 생산단위 축소 등을 통하여 고객사의 개인화 및 맞춤화 추세를 지원하고 있다.

둘째로, 제품과 서비스 융합은 XaaS(Everything as a Service)를 위시한 제품의 서비스화(Servitization)가 핵심이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세계적 추세로, 신성장동력 창출, 부가가치 및 고용 확대 등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유수의 제조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신의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서비스화를 통한 사업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자국 시장 중심인 일반 서비스 산업과 달리 제조업 기반의 서비스 산업은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능하고 대규모 수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대체로 아직 제품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제품의 서비스화를 서두르고 정부도 이를 촉진하기 위한 법·제도 및 정책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스마트카 기술 및 인프라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정보, 진단, 분석, 광고 및 커머스, 보험 등 각종 서비스, 위치기반 서비스, 카셰어링 등 공유 서비스, V2X(Vehicle to Everything) 기반의 안전 및 편의 서비스, 다양한 콘텐츠 및 앱 서비스, V2G(Vehicle to Grid)/V2H(Vehicle to Home)를 위시한 에너지 융합서비스 등 실로 다양한 서비스화 모델을 발굴하여 대규모 산업화가 가능하다.

셋째로, 제품과 금융의 융합도 글로벌 시장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어 우리나라의 대응이 시급하다. 현재 발전소 등 플랜트, 항공기 등 고가 제품에 활용되고 있는 BOT(Build-Operate-Transfer/건설-운영-이전), BOO(Build-Own-Operate/건설-소유-운영), BTL(Build-Transfer-Lease/건설-이전-임대) 등 다양한 “제품+금융” 모델을 확대 발전시켜 새로운 금융 기법, 자원 개발 등과 연계한 입체적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 미국 GE(General Electric)의 항공기 엔진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좋은 성공 사례이고, 발전소 등 플랜트, 터빈·발전기, 전기차 기반 그린 수송 시스템 등도 유사한 사례이다. “제품+금융” 비즈니스 모델의 파급효과, 효용성과 확장성은 매우 크며,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제품이 금융과의 결합 없이는 경쟁력이 없을 정도로 본 모델이 보편화되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응과 다양한 “제품+금융”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 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조기에 성공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법·제도·정책 혁신이 중요하다. 특히, “제품+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할 수 있는 대형 투자은행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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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로, 토탈 솔루션 및 플랫폼화는 연관 제품 및 산업을 패키지화하여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그린 수송 시스템, 발전소 등 플랜트, 공작기계 기반의 제조시스템 등 시스템 산업은 본 비즈니스 모델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화학산업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고른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이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의 협업이나 중소벤처기업 간 협업을 통한 통합 솔루션도 가능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업계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나, 정부가 중재자로서 이러한 대·중소기업 간 협업, 중소기업 간 협업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적·제도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효과적 방안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위해 독일은 작년 초부터 WG을 구성하여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도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매진할 때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영섭 고려대 석좌교수(전중소기업청장)

(현) 스마트제조혁신포럼(SMIF) 위원장,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 중소기업청장,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겸 산학협력위원장,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 주력산업총괄 MD, (주)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주)본텍 대표이사, GE 써모메트릭스 아태담당 사장을 역임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전공했으며,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생산공학 석사학위와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