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에서 만든 갤럭시S를 보고 싶다

[이균성 칼럼] ‘한반도의 봄’과 기업

데스크 칼럼입력 :2018/03/28 18:06    수정: 2018/11/16 11:22

미세 먼지와 황사 탓에 하늘이 뿌옇다. 가끔은 숨 쉬기 벅찰 정도다. 그래도 봄은 기어코 다시 오고야 말았다. 하늘은 탁해도 풀은 올라오고 꽃봉오리는 피어난다. 봄은, 10년 가까이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도 찾아왔다.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한다. 이데올로기의 마지막 화약고가 해체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피로 얼룩진 세계사가 한반도에서 새로 쓰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봄은 왔으되 봄이 봄답지 않은 원인은 모두 인간이 제공했다. 미세 먼지와 황사는 결국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됐다. 그걸 해결하려면 모든 인간이 총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서울시장 혼자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한반도의 봄’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 봄이 싫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우). (사진=씨넷, 뉴스1)

그렇다면 우리는 각자 무엇을 하고 어떻게 힘을 보탤 것인가. 쉬운 일부터 하자. 겨우내 봄을 그리워했던 그 마음부터 상기하자. 그 마음을 귀하게 여기자. 봄은 오고야 만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봄 하늘이 맑을 수 있도록 내가 배출하는 오염원을 각자 조금씩 줄여나가자. ‘한반도의 봄’도 마찬가지다. 모처럼 온 세계사적 기회에 나의 작은 행동이 오염원일 수 있다면 최대한 자제하자.

‘한반도의 봄’을 위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마음까지 다 알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의 처지는 짐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가 올바로 대처할 수 있다. 그로서는, 핵(核) 아니면 체제를 유지하기 힘들고, 핵만으로 체제를 안정적으로 끌어갈 수 없다. 역설적이지만, 핵을 만들어야 살 수 있었고, 핵을 버려야만 장생할 수 있는 게 그의 처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가 우리에겐 기회다.

그는 긴 시간 핵을 만들며 봄이 오길 기다린 것처럼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 요청에 파격적으로 응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는가 하면, 전격적으로 북중 정상회담을 단행했다. 그는 불과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연속적인 파격 외교로 세계사를 다시 쓰는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의 마음에 이처럼 파격적인 봄바람을 불게 한 사람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남북 지도자 마음에 불어온 봄바람이 중요한 건 우리 민족의 평화와 번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역설적인 처지’를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성심성의껏 ‘한반도의 봄’ 노래를 불렀고 김정은 위원장은 그 노래 속에서 오래 준비한 ‘장생의 비전’을 본 것이다. 둘이 서로 화답할 수 있었던 건 물론 남북 상호간의 공통적인 이해 때문이다.

‘평화에 기반한 경제 번영’이 바로 그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북한의 산업을 키우기 위해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한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성장 한계에 직면한 한국 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완벽히 업그레이드 하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여러 방법론이 있겠지만 북한을 포함해 동북아 경제권을 새롭게 건설하는 것도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다. 개성공단 사례에서 봤듯 이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정전 체제의 확실한 종식이 필요하다. 평화체제를 만들어야만 남북이 경제 원리와 호혜의 원칙을 기반으로 동반 성장하는 든든한 선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선례들이 남북 평화를 안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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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예측일 수 있지만, 4월과 5월에 진행되는 다중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의 뜻대로 잘 풀려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6.13 지방선거가 끝난 뒤 한반도에서는 남북 경제 교류 협력의 바람이 거세게 불 수 있다. 우리 기업은 이미 4반세기동안 공산당이 집권한 국가들과 사업하는 방법과 노하우를 읽혀왔다. 중국와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모두 우리 3대 수출국이 됐다.

모르긴 하되, 김정은 위원장이 가려는 길이 중국과 베트남일 가능성이 높다. 옛 공산권의 개방 개혁과 같이 하며 공동으로 번영하는 일에 관한 한 우리에게는 이미 많은 노하우가 있다. 그 길에는 크고 작은 기업이 모두 나섰다. 이제 우리 기업이 다시 한 번 일을 낼 준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성에서 만드는 갤럭시S를 보고 싶다. 과연 ‘한반도의 봄’을 전파하는 첫 제비는 어떤 기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