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요금, 얼마를 내리면 될까요?

[이균성 칼럼]선후가 뒤바뀐 통신비 논의

데스크 칼럼입력 :2017/12/06 07:52    수정: 2018/11/16 11:23

독자 여러분. 다들 우리 이동전화 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시지요? 왜 아니겠어요. 가계통신비 인하가 대통령 공약이었을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얼마 정도 내리면 좋을까요? 대부분 기억하실 테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기본료 폐지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요금제별로 존재하지도 않는 항목인) 그 기본료를 대충 1만1천 원 정도로 상정한 것 같습니다. 그 숫자 얘기 좀 해보겠습니다.

한 명 당 1만1천원을 내리면 전체 얼마일까요? 5500만 가입자를 곱한 뒤 다시 12달을 곱하면 나오겠지요. 대충 7조2천600억 원 정도 되네요. 이 돈이 어느 정도인 지 느낌이 오시나요? 지난해 통신 3사의 영업이익 합이 3조6천억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딱 두 배네요. 그러니 만약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1만1천원을 깎으면 통신 3사는 졸지에 3조6천억 원 적자가 되겠네요.

독자 여러분도 설마 그렇게까지 되는 걸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거구요. 그러니 요금을 1만1천원 내리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요. 통신사도 적정 이윤을 보장받고 소비자도 요금인하를 체감할 수 있는 그런 방법 말이지요. 일차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은 ‘쓸 모 없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겠구요. 그게 과연 뭘까요? 통신사의 비용 항목을 따져보면 되지 않을까요?

통신사 비용은 크게 마케팅, 시설투자, 인건비 등으로 나뉩니다.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소액이기 때문에 줄여봐야 소비자에게 돌아올 몫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시설투자는 서비스 품질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고 자칫하면 통신 산업 전체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손대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마케팅 비용만 남게 됩니다. 그럼, 그 마케팅 비용이란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 또한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광고홍보비, 단말기 보조금, 유통망 운영비 등이지요. 이중 광고홍보비는 소액이어서 줄여봐야 소비자에게 돌아갈 몫은 것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결국 보조금과 유통비용을 줄여야 하는 거지요. 그런데 보조금은 어차피 소비자에게 갈 돈이니 이러나저러나 조삼모사일 뿐입니다. 따라서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게 줄일 수 있는 것은 결국 유통 비용 뿐인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비자가 거품을 물고 비난하는 단통법의 풀 네임이 뭔지 아시나요? 단말기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입니다. 감이 오시나요? 그래요. 지나치게 커진 유통망을 구조조정하자는 취지가 담긴 법이지요. 다만 일시에 구조조정할 경우 생계형 소상공인의 피해가 너무 극심하니 자연스럽게 하자는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시장을 냉각시키면 유통점들이 조금씩 자발적으로 줄 거라 본 거겠죠.

이 취지는 잘 반영되고 있다고 봅니다. 유통점의 숫자가 상당히 줄어들었으니까요. 최근 입법조사처도 이 법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조금 공지를 통해 소비자 차별을 줄였고 특히 선택약정할인제도 도입을 통해 단말기를 오래 쓴 소비자의 경우 새로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니 단말기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을 추가로 할인받을 길이 열렸기 때문이죠.

유통 구조가 조금씩 개선되고 소비자 편익도 조금씩 늘어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변화가 너무 느리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준혁명의 시기이니까요. 한 마디로 눈에 띄게 확 바꾸라는 요구 같아요. 분리공시제 도입 등 단통법 개정으로 인한 추가적인 기대효과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지요. 완전자급제가 되면 뭔가 확 바뀌고 그 효과가 클 거라 보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효과의 순기능이 클지 역기능이 클 지는 가봐야 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완전자급제나 단통법은 취지가 똑같다는 사실은 아시나요? 둘 다 유통 구조를 개선하자는 거니까요. 다만 후자는 역기능을 우려해 천천히 가자는 거고 전자는 단 번에 끝내자는 거죠. 여기서 피해자는 누굴까요? 그래요. 소비자들이 ‘폰팔이’이라 비난하는 생계형 유통점이겠죠.

자, 그러면 다시 계산해볼까요. 가입자 1인당 1만1천 원 씩 내려주기 위한 재원 7조2천600억 원을 마련하는 방법 말이지요. 유통점 몇 개를 없앨까요? 그 전에 통신사도 양보를 해야 할 테니 영업이익 3조6천억 원 가운데 얼마를 내놓으라 할까요? 한 2조원이면 만족하시겠어요? 거기다 보조금이 연간 1500만대에 평균 13만원이라고 하면 약 2조원이네요. 그러니 3조2천억 원 만큼 없애야겠네요.

그렇습니다. 러프하게 계산한 거지만 완전자급제든 단통법 아래서든 가입자 1인당 요금 1만1천원을 깎아주려면 통신 3사 이익을 반토막을 내고, 보조금을 한 푼도 주지 않고, 영세 유통점(평균 매출 3억원으로 추정할 경우) 1만개를 없애야 가능하겠네요. 그런데 사회적 합의를 위해 구성됐다는 ‘가계통신비 협의회’라는 곳에서도 혹시 이런 계산을 할까요? 또 읽다보니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논의는 선후가 바뀐 것입니다. 이동전화 요금이든 단말기 값이든 소매가격입니다. 민간 상품의 소매가격을 이런 식으로 결정한다는 건 웃기는 발상인 거지요. 소매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산업 구조 혁신을 통해 경쟁이 촉진됐을 때 얻어지는 부수효과일 뿐입니다. 공정 경쟁 촉진의 산물이지요. 가격부터 강제로 통제하려는 것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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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가의 발목을 강제로 잘라야만 하는 일인 거지요. 그렇게 누군가를 갑자기 희생양으로 만드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한 걸까요? 구조 혁신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과 그 경쟁의 결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오게 하는 것이지요. 소비자에게 돌아올 혜택부터 미리 정해놓고 구조를 혁신한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고 자칫 산업구조를 왜곡할 우려가 있을 것입니다.

가계통신비 협의회가 이 점을 고민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