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혁신성장과 서포트 타워의 자세

[이균성 칼럼] 피마르는 창업 고통부터 이해해야

데스크 칼럼입력 :2017/11/29 16:51    수정: 2018/11/16 11:23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주역은 민간이고 중소기업"이라며 "정부는 민간 혁신 역량이 실현되도록 산업 생태계 기반을 조성하고 기술개발자금지원규제혁신 등을 지원하는 '서포트 타워'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또 "경제부총리가 사령탑이 돼 각 부처와 4차산업혁명위원회·노사정위원회 등이 고유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협업체계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한데, 무엇보다 민간의 지혜와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민간 위원이 주축이 된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민관 협력을 통해 규제혁신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와 함께 "혁신성장을 체감할 선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구체적인 사업으로 보여 줄 것도 강조하였죠.

문재인 대통령

대부분 환영할 만한 이야기로 보이는데, 독자 여러분은 어떤가요. 다만 이 중에서 두 가지는 다시 한 번 곰곰 곱씹어봤으면 합니다. 혁신성장의 주역이 누구인가, 하는 부분과 민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혁신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논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 이 지점이라 생각되는 것입니다. 바꾸는 차원을 넘어 ‘의식혁명’이 필요해 보이는 영역이겠죠.

사실 이 이야기는 길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간단한 장면 하나만 떠올려보시죠. 국회의원과 정부 관료 그리고 중소기업인이 모인 자리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직도 많은 경우 중소기업인들은 의원과 관료에 대한 의전 때문에 정신없으실 겁니다. 갑(甲)과 을(乙)의 관계가 명약관화한 거죠. 의원과 관료는 뭔가 시혜(그러니까 특혜)를 베푸는 쪽이고 기업인은 받는 쪽이라 믿기 때문 아니겠어요.

자리 배치부터 그렇지 않나요. 의원과 관료가 상석이고 기업인들은 기업 크기에 따라 주변으로 내몰리지요. 행사마다 끝까지 다 듣고 가는 의원과 관료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상석에 앉아 적당히 자기 할 말하고 먼저 사라지지요. 기업인들도 그 자리에 가는 것은 애로사항을 전하기 위함보다 어쩌면 시혜를 바라고 눈도장(?) 찍고자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아직도 많은 경우가 그렇지요.

문재인 대통령께서 그렇다는 건 물론 아닙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진심으로 국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그게 높은 지지율의 배경일 거구요. 문제는 아직 바뀌지 않은 관료와 정치인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서포트 타워’가 아니라 여전히 권력자일 뿐입니다. 또 스스로를 ‘주역’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구요.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깁니다.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드는 기업인을 업어주겠다고 말했을 정돕니다. 대통령이 민간 특히 중소기업을 혁신성장의 주역이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겠죠.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이 그들이란 걸 잘 아는 것이죠. 그런데 현실은 위 장면과 같습니다. 그러면서 주역이라고 한다면 뭔가 옹색한 일이겠죠. 무엇이 문젤까요. 또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가 존경받는 일은 참 드물죠. 그보다 돈만 밝히고 노동자를 착취하고 정경유착이나 횡령 등 비리나 저지르는 존재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그렇지만 그건 진짜 일부가 아닐까요. 잘못된 일부 때문에 전체를 매도하는 건 올바른 일이 아닐 것입니다. 결과도 더 나을 게 없을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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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든 작든 창업은 자신의 전부를 건 용맹스러운 도전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전부를 걸 때에야 혁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혁신하지 않으면 전부를 잃기 때문이지요. 결국 목숨을 건 그 도전이 일자리를 만듭니다. 작은 가게 하나라도 내본 사람은 다 아실 겁니다. 하루하루 얼마나 피가 마르는지. 그러므로 자신의 전부를 건, 그러니까 목숨을 건 그 도전들을 어찌 쉽게 폄하할 수 있겠습니까.

정부가 진짜로 이들을 위한 '서포트 타워'가 되려면 그 도전의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그런 이유로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부터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야 혁신성장의 주역인 그들을 보는 눈이 바뀔 겁니다. 또 보는 눈이 바뀌어야 그들의 말에 제대로 귀를 기울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기업가들도 크든 작든 한 번 창업할 경우 자신의 책임이 얼마나 커지는 지를 다시금 되새겨야 할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