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임단협 최종 타결…남은 과제는?

통상임금·임금피크제 합의 미뤄, 내년 갈등 불씨

카테크입력 :2015/12/29 08:24    수정: 2015/12/29 10:39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2015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안에 최종 합의했다. 다만 최대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확대 적용과 임금피크제 시행은 내년 협상으로 미뤄 향후 노사관계에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29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전날 노조가 전체 조합원 4만8천850명을 대상으로 '2015 임단협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 4만2천149명(투표율 86.28%) 중 2만5천172명(59.72%)의 찬성으로 과반을 넘겨 가결됐다. 반대는 1만6천752명(39.74%), 무효는 225명(0.53%)으로 각각 집계됐다.

노사는 오는 30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단협 타결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형제 계열사인 기아차도 통상 현대차의 협상 수순에 보조를 맞춰온 전례를 감안하면 조만간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파업손실 2천687억…합의 내용은?

앞서 지난 6월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을 시작한 현대차 노사는 6개월여 만인 이달 24일 열린 32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노사는 올해 임단협의 최대 쟁점인 임금피크제 도입과 통상임금 확대 등 임금체계 개선안은 내년 노사협상까지 지속적으로 논의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임금피크제의 경우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만 우선 대상으로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전년대비 임금은 각각 만 59세에 10%, 만 60세에 10%가 감소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만 60세뿐만 아니라 만 59세 간부사원도 임금이 10% 감액된다. 임금피크제 전면 시행에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현대차가 대표적인 강성 노조인 점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또 잠정합의안에는 ▲임금 8만5천원 인상 ▲성과급 300% + 200만원 지급 ▲고급차 출시 격려금 50% + 100만원 ▲품질 격려금 50% + 100만원 ▲주식 20주 ▲소상인·전통시장 활성화와 지역경제 기여를 위해 재래시장 상품권 1인당 2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작년 대비 기본급 인상 폭은 1만3천원, 성과급은 300만원 줄어든 수준이다.

이밖에 노사는 완전한 주간연속2교대제 형태인 8+8 근무형태 도입에도 합의했다. 2조 근무자 근무 시간을 기존 9시간에서 8시간으로 1시간 단축해 장시간 노동과 심야 근로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다만 사측은 노조의 해외·국내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해고자 복직,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등 인사 경영권 관련 요구에 대해서는 회사가 '수용불가' 원칙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올 임단협 과정에서 사흘간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사측은 차량 1만8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2천23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또 민주노총의 정치파업 동참으로 인한 생산차질까지 포함할 경우 올해 손실 규모는 약 1만3천15대, 2천68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의 경우 총 6차례 부분파업과 잔업·특근 거부로 4만2천200여대의 차량을 만들지 못해 9천1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노사 양보로 얻은 극적 타결…주요 쟁점 완전 봉합은 유보

적지 않은 손실을 빚은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노사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해 '연내 타결'이라는 극적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당초 올해 협상은 통상임금 확대문제와 임금피크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추석 전 타결에 실패한 뒤 노조가 새 집행부 선거에 돌입, 2개월여의 시간 동안 협상이 중지되기도 했다. 이후 강성 노조가 재집권하면서 사측과 갈등을 빚으며 한 때 연내 타결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올해 임금과 성과금 인상 규모도 지난해보다 축소됐다.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위기감이 적극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와 신차 효과 등 호재로 내수 판매량이 19년 만에 120만대를 돌파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치인 820만대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내놓고 내년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생산차질로 인한 파국을 피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도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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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가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피크제 시행 등 쟁점을 완전히 봉합했다기 보다는 해결을 뒤로 미루며 갈등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가 주요 쟁점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내년 협상으로 공을 넘겼다"며 "강성 노조와 내년 협상 테이블에서 또 다시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피크제 시행 등을 조율해야 하는 만큼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