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노조' 들어선 현대차...임단협 난항 예고

임금피크제 등 현안 놓고 이견 심화될 듯

카테크입력 :2015/11/30 14:07    수정: 2015/11/30 15:00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 새 노동조합위원장에 강성 노선의 후보가 재집권하면서 올해 아직 끝내지 못한 임금·단체협약 협상은 물론 향후 노사 관계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저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강성 노조와 테이블을 맞대게 된 사측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최근 연이은 신차 출시로 큰 폭의 개선이 기대되는 4분기에 이어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복안이었지만, 올해 미처 마무리짓지 못한 임단협 추이에 따라 뜻대로 되지 않을 공산이 커졌다. 불붙은 신차 초반 흥행이 조기에 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임 박유기 현대차노조위원장(사진=현대차 노조)

강성 노조가 파업 등 강경 드라이브를 걸게 될 경우 신차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점에 생산력 저하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글로벌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특히 내달 창사 이래 첫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데뷔작인 'EQ900(해외명 G90)'과 내년 초 기아차 준대형 세단 'K7'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등 연이어 플래그십 세단들의 신차가 예고돼 있는 시기에 임단협 교섭 재개가 맞물려 있는 점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28일 전체 조합원 4만8천8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위원장 선거에서 2만3천796표(53.41%)를 얻은 강성 노선의 박유기 후보(금속연대)가 신임 위원장에 당선됐다. 전 이경훈 집행부 수석위원장 출신의 중도 성향 홍성봉 후보(현장노동자회)는 1차 투표에서는 1위를 기록했으나 최종 결선투표에서 2만570표(46.17%)를 받는 데 그쳐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 2006년에도 노조위원장을 역임하며 당시 사측과 대립각을 세운 대표적인 강성 인사로 평가받는다. 재임 당시 현대차 노조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시켰고 비정규직법과 민주노총 총파업, 임단협 파업 등을 포함해 역대 최장 기간인 45일간 파업을 주도한 바 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9월말까지 진행된 29차례에 걸친 교섭에도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 확대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임단협은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다.

박 당선인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와 상여금 800% 인상(현 750%), 단계적 정년 연장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사측과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전 집행부가 도출해 낸 주간 연속 2교대제 근무시간 단축 안에 대한 재협상 등도 합의 도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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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행부는 임원 구성과 인수인계 등 절차를 거쳐 내달 중순께 사측과 다시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시간적으로 촉박한 관계로 임단협 연내 타결은 물론, 사측과 이견이 심화될 경우 내년에도 타결에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박 당선자는 집중교섭 기간 중 필요할 경우 강력한 총파업도 전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물론 대내외 경영환경을 감안해 노조가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설 수도 있지만, 기존 행보를 감안하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내달 9일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EQ900' 전측면 렌더링 이미지(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