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인치 TV 패널 화면비 왜곡 논란

20:11을 16:9로 표기…영상도 왜곡될 수 있어

일반입력 :2014/08/06 13:10    수정: 2014/08/06 15:53

송주영 기자

TV용 LCD 패널 사이즈가 다양화되면서 일부 제품의 경우 수익성을 고려해 화면비를 왜곡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베스트바이 자체 브랜드(PB)인 인시그니아는 39.5인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의 화면비는 20:11로 국제 표준기구가 정한 16:9와 다르다.

화면비의 차이는 영상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의 화면비 표준은 16:9다. 표준 화면비를 벗어난 디스플레이를 이용할 경우 영상의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갖는다. 영상의 비율이 달라져 가로 또는 세로로 길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베스트바이 인시그니아는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16:9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실제 제품 사양과는 다른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 인시그니아 외에도 일부 대만업체 패널을 채택한 미국, 중국 등의 TV제품의 경우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인시그니아 39.5인치 TV는 40인치 제품과 경쟁하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인시그니아 사양을 공지하며 39.5인치로 알리는 동시에 40인치급(40 class)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40인치 제품으로 가격을 낮춰 경쟁에 뛰어들며 화면비까지 표준을 벗어났지만 이에 대한 소비자 공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주요 디스플레이업체들은 큰 사이즈의 원장에 LCD 패널을 형성한 뒤 이를 원하는 사이즈로 잘라 세트업체에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제조공정에서 버려지는 부분의 비율을 줄이고 화면 크기를 기존 제품보다 더 키우면 판가는 올릴 수 있고 버려지는 면적은 줄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화면비 20대 11 제품을 버젓이 16대 9로 판매

최근 화면비 왜곡에 대한 지적이 나온 베스트바이 인시그니아의 경우 대만 이노룩스의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이노룩스의 패널을 채택한 TV제품은 베스트바이 외에도 중국 등에서 40인치형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노룩스 39.5인치 패널의 가로세로 비율은 1.809227로 16대9의 비율인 1.7778과 달라 20대 11로 표기해야 한다고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표준을 정하는 IDMS(구 VESA)의 기준에 따르면 화면비는 정수로 표기해야 하는데 표준안에 따르면 1.09227의 화면비는 16대9가 아니라 20대11로 표기해야 한다.

화면 비율이 달라짐에 따라 16대 9로 제공되는 컨텐츠의 왜곡은 불가피하다. 16대9는 HD방송 송출의 표준 규격으로 미국, 유럽,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하고 표준이다.

한국 역시 2010년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방송으로 전환 되면서 16대 9가 방송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 출시된 TV 제품중에서 16대 9의 규격을 위반한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

모든 디스플레이 패널의 경우 픽셀의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같은 정사각형이지만 이노룩스의 39.5인치 제품은 가로 1대 세로 1.02의 비율로 이미지가 실제와 달리 옆으로 길어 보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인물 사진을 예로 든다면 사진이 옆으로 더 길게 보여 실제 촬영된 인물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지적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는 이노룩스의 39.5인치 패널을 채택한 TV가 미국이나 중국에서 소비자들에게 16대 9 화면비로 소개되고 있지만 이는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소비자 기만행위라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제품을 용인할 경우 위와 같은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 이라고 강조했다.

■수익 위해 패널사이즈 확대 경쟁

지난 2011년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폭락하면서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마다 수익성 제고와 제품 차별화를 위해 종전에는 선보이지 않던 다양한 LCD 패널들을 생산하고 있다.

21.5, 21.6, 23.6, 39, 48, 49,52인치 같은 이전에 없던 사이즈인데 이중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시장의 대세가 된 제품도 있다.

대만 패널사인 이노룩스는 이형제품의 트렌드를 가장 먼저 선도한 업체다. 지금은 대세가 된 23.6인치는 2010년도 출시된 이노룩스의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시장의 주류 사이즈로 자리 잡았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도 지난해부터 원장 1매에서 46인치와 47인치를 각각 6개 제조하던 7세대 라인에서 48인치와 49인치 패널을 6개씩 제조하면서 제품 사이즈를 확대,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무리하게 사이즈를 키우려다 보니 표준 화면비와 다른 제품이 출현하고 있다. 대만의 이노룩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6세대 라인에서 39.5인치 제품을 원장 1장당 6개씩 생산해 40인치형 제품으로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 제품의 경우 패널의 가로세로 화면비율이 표준 사이즈인 16대 9가 아니라 20대 11이다.

16대 9의 정상비율인 39.5인치 제품의 패널 크기는 가로 874mm, 세로 492mm여야 하는데 이 제품은 가로 878mm, 세로 485mm로 측정됐다.

표준 사이즈보다 가로는 4mm 더 긴 반면 세로는 7mm가 더 작다. 가로 863mm, 세로 485mm인 표준 사이즈의 39인치 제품과 비교해보면 가로길이가 15mm 늘어났을 뿐 세로 길이는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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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룩스의 6세대 원장 크기는 가로 1,850mm 세로 1,500mm로 가로를 2분할, 세로를 3분할 해 표준 사이즈의 39.5인치 패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로변의 여유 공간이 24mm에 불과하다. 원장을 자르면서 불가피하게 손실되는 부분을 감안할 때 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노룩스측에서 세로를 줄이는 대신 가로를 늘려 대각선으로 측정하는 패널 사이즈를 39.5인치로 무리하게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