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과징금 무용지물…가입자뺏기 치열

8만5천건 번호이동...보조금 제재에도 시장과열

일반입력 :2013/12/31 11:59    수정: 2013/12/31 17:29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통신 보조금 제재 이후 주말 동안 번호이동 시장이 다시 들썩였다. 1천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과징금 규제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과징금 폭탄을 맞은 이후에도 이동통신 시장의 번호이동은 하루 평균 3만건에 달해 시장 과열 지표인 2만4천건을 크게 웃돌았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과 같은 다른 제도와 방식으로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는 뜻을 거듭 밝히는 가운데, 통신 업계도 현행 법으론 이 같은 시장 상황이 근절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이에 새로운 보조금 시장 관리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규제 당국은 새로운 법을 통한 시장 관리를 기대하고, 통신 사업자들은 현실적인 이용자 차별 방지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3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방통위 보조금 제재 심결 이후 주말 사흘 동안 알뜰폰을 포함해 8만5천여건의 번호이동(MNP)이 일어났다.

하루 평균 3만건에 달하는 수치로, 시장 과열 지표인 2만4천건을 훌쩍 뛰어넘는다. 주말을 0.75일로 계산하는 업계 계산에 따르면 번호이동 수치는 더욱 올라간다. 즉, 보조금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도 과잉 보조금이 살포됐다는 설명이다.

이동통신3사가 방통위 심결 당시 피심자로 참석해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증언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적절 수준의 보조금만 집행하려 해도 유통 일선 현장에선 가입자를 주고 받는 시장 속에서 경쟁사의 움직임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보조금 경쟁이 위법 행위로 이어져 법적 제제를 받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정부의 시장 책임 관리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시장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부는 물론 사업자 가운데서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불편한 뜻을 내비치면서도 조사 방법의 한계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통과를 기대했으나 국회에 계류되면서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보조금 제재 심결 당시 김대희 상임위원은 KT와 LG유플러스에 단말기 유통법과 관련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새로운 규제틀에는 어떻게 임할 것이냐는 취지다.

KT는 이에 대해 “가격표시제도 선도적으로 했고, 파파라치제도도 그렇고 적극 협조하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LG유플러스는 “이용자 차별 행위에 대한 대처가 집합된 것인데, 법이 통과되면 규칙에 따라 잘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즉시조사를 통한 시장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2만 가입자를 빼앗기면서 상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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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SK텔레콤은 알뜰폰을 포함한 집계에 따라 2만819명의 가입자가 순감했다. 이 기간 KT는 1만1천504명, LG유플러스는 9천315명의 가입자가 늘었다. SK텔레콤은 억울하단 뜻을 피력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방통위 심결 직후 이통사들의 시장과열 주도를 통해 방통위가 시장 과열 주도사업자를 즉시 조사해 처벌할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심결 당시에도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은 방통위에 현행 방식으로 일정 기간 조사가 아닌 상시적인 즉시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오남석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단기간 조사와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정기조사와 같은 새로운 방식을 검토한다는 계획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