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우리, 퍼블리싱 합니다"

일반입력 :2013/09/23 11:41    수정: 2013/09/23 11:49

남혜현 기자

개발 중심 회사로만 보시는데, 저희 퍼블리싱도 많이 해요

'모바일 명가' 컴투스의 힘은 '잘 만든 자체 개발작'에서 나온다. 그런 컴투스가 최근 관심을 쏟는 곳은 퍼블리싱 사업이다. 달마다 트렌드가 바뀌는 모바일 게임 환경 변화에, 경쟁력 센 개발사도 많아졌다.

정문희㊶ 컴투스 퍼블리싱 총괄 이사를 최근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이 회사 회의실에서 만났다.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이지만 대외 인터뷰를 꺼리던 그가 직접 나선 이유가 있다.

컴투스가 퍼블리싱도 해요?

정문희 이사가 퍼블리싱 사업을 도맡은 지 1년. 그간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다. 들을 때 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했다. 지난 1년, 인력을 확충하고 자원 투입을 늘리며 키워온 퍼블리싱 사업부다.

그래도 아직 많은 이들이 모른다. 컴투스는 자체 개발작에 더 투자하지 않겠느냐란 뿌리깊은 시선도 있다. 경쟁사인 게임빌과 비교하면서 컴투스는 자체 개발, 게임빌은 퍼블리싱이라고 정의도 내린다.

경쟁사랑 비교했을 때 퍼블리싱을 본격 시작한 기간이 짧은 것은 있어요. 하지만 충분히 자원을 투입해서 결과를 내보려고 해요. 예를 들면, 게임이 나올 때까지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개발사에 찾아가요. 기획부터 함께 고민해서 시스템적으로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자, 그런 거죠.

그는 퍼블리싱 업체들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단순히 마케팅에 돈만 대는 역할에 머물러선 죽도 밥도 안된다.

모바일 게임도 업데이트를 어떻게 할까, 이용자들을 어떻게 끌고 갈까 같은 온라인적 요소가 들어오면서 프로덕트 매니저(PM)와 퍼블리셔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퍼블리셔가 들어가서 기획 부터 소셜 그래프 요소까지 개발사들과 함께 고민해야죠.

컴투스는 중소 개발사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면 한 게임에 최소 한 명의 PM들을 배치한다. 규모가 큰 온라인 게임시절 방식이다. 그래야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한 식구처럼 하나의 게임 개발에 매진할 수 있다는 이유다. 한 마디로 말하면 '꼼꼼'한 작업 방식이다.

개발사와 자주 보다보면, 그 회사가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도 빠르게 알아낼 수 있다. 퍼블리셔가 적절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기초다. 컴투스는 투자와 퍼블리싱이 별개의 성질이 아니라고 말한다. 퍼블리셔가 '돈을 쓰는 회사'라면, 꼭 필요한 곳에 잘 쓰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기도 해서다.

투자를 강조하는데는 정 이사의 배경도 역할을 한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의 첫 직장은 KTB네트워크. 벤처캐피탈 심사역을 맡다가 인디애나대학교에서 MBA를 마쳤다. 컴투스에 들어와선 IR과 투자를 담당했다. 그에게 '퍼블리싱'이란 새로운 역할이 주어진 것은 지난 2012년이다.

1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래도 정 이사의 공이 혁혁했다 말하는 이들이 있다.

'쿠키런'으로 대박을 친 김종흔 데브시스터즈 공동대표가 그중 한 사람이다. 김 대표는 올 봄 본지와 인터뷰에서 쿠키런의 카카오톡 시장 안착에 정문희 이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내 모바일 시장서 컴투스의 업력은 크다. 그런데 정 이사는 컴투스의 또 다른 장점으로 해외 시장 개척을 말한다. 국내외를 두루 퍼블리싱한 경험을 개발사와 나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데브시스터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발사들은 인프라나 인력이 부족해요. 그래서 게임을 만드는데만 집중하죠. 시장에 대한 분석이나 사업 모델(BM)을 세우기가 힘들어요. 데브시스터즈에도 개발사가 모르는 정보들, 그러니까 컴투스 글로벌 지사들로부터 들어오는 시장과 게임 변화, 어떤 BM을 썼을 때 얼마만큼 매출이 나오는지 등이에요.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지사가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죠.

컴투스허브에 가입된 이용자 층과 언어 문제 등도 글로벌 퍼블리셔로서 컴투스가 가진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008년부터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하며 쌓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력과 자체 플랫폼인 컴투스 허브가 강점이다. 외산 퍼블리셔들과 달리 컴투스 임직원들이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

정 이사는 향후 컴투스가 중소 개발업체들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계획도 밝혔다. 인수합병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퍼블리싱이 끝나면 안녕하는 단기적 관계말고, 개발사들이 잘 클 수 있도록 투자와 퍼블리싱을 연계하겠단 것이다.

단순히 게임 퍼블리싱만하고 끝나는 관계 말고요. 개발사가 어느정도 성장하면 자체 서비스를 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계속 사업 기획을 같이 해나갈 동반성장을 만들고 싶어요.

그는 10년 후 컴투스가 NHN엔터테인먼트나 엔씨소프트 같은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큰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자체 개발작은 물론 퍼블리싱 사업도 탄탄히 커가야 한다. 모바일 게임사가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해외서 성과를 내야 하는데, 어떤 퍼블리싱 게임을 선택하느냐가 성패의 열쇠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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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그는 경쟁력 있는 개발사들을 설득, 한 배를 타게 하는데 동분서주다. 그와 함께 일하는 컴투스 직원들은 개발사 게임 출시 직전엔 '월화수목금금금'이다. 술도 잘 못마신다면서, 소주 한 잔씩 꺾어가며 개발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모범생처럼 보이는 그가, 사람 좋게 웃으며 말한다.

컴투스, 퍼블리싱 많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