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하늘로 쏘아올린 나침반,GPS⑬개인용수신기 시대

일반입력 :2013/04/28 07:15    수정: 2013/04/29 05:08

이재구 기자

13■개인용GPS시대가 열리다.

미군 군함,잠수함,비행기 등에 장착된 위치파악용 GPS위성 수신기는 큰 불편없이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미고등국방기술연구소(DARPA)는 여기서 더 나아갔다. 시스템 수준의 대형수신기를 소형화하는 논의가 그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병사 개개인도 GPS항법장치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1980년대 초 미국방부 전략기술사무국(Strategic T echnology Office, STO)셔먼 카프 박사와 앤서니 J. 테더 박사가 GPS신호를 디지타이징한 혁명적인 GPS수신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는 미니어처 GPS수신기에 VLSI(very large-scale integration)반도체 칩에 들어갈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테더박사가 물었다.

“GPS수신기가 얼마 만큼 작아질까?”

그러자 카프박사가 책상 위에 있던 버지니아 슬림 담배갑을 집어 들었다.

“이만큼 작아질 거야.”

“........”

이렇게 해서 미국방부의 소형 미니어처GPS수신기(MGR)프로젝트 ‘버지니아 슬림’이 시작됐다.

하지만 버지니아슬림 프로젝트 결과 나온 최초의 모델 DARPA55는 무거웠다. 완전 군장한 배낭 무게인 22.5kg이나 됐다. 대표적 GPS수신기 모델 PSN-8맨팩(ManPack)보다도 4.5kg이나 더 무거웠다.

1991년까지 이 휴대형 GPS수신기를 만들어낸 사람은 MGR프로그램매니저였던 래리 스코츠박사였다.

버지니아슬림 크기의 수신기를 만드는 과정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았다.

1988년 미국방부는 해군이 요구하는 작전능력에 대응, 새로운 배터리,군사용 P(Precise)코드를 사용하는 휴대용GPS수신기 개발환경에 대한 논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ARPA의 MGR프로그램초기에 카프박사의 지도아래 5개 국방부 계약자가 GPS수신기 계약을 따내기 위해 경쟁했다.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그나복스리서치랩과 록웰콜린스의 디자인이 개발용으로 선정됐다.이 과정에서 마그나복스의 제조비가 너무 비싸졌고 결국 록웰 콜린스가 유일한 MGR프로그램 공급자로 남았다.

“갈륨비소반도체칩으로 도전해 보는 거야!”

록웰 콜린스 측은 이로써 새로운 칩으로 도전해 소형화의 진화를 향해 내딛기 시작했다.

이 화합물반도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기능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은 물론 최초의 완전한 디지털GPS수신칩으로서 MMIC칩이 등장할 때까지 핵심반도체 소재로서 그 역할을 다했다.

원래 단말기당 5천달러에 만들어질 예정이었던 소형GPS수신기의 제조 가격 인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새 단말기 가격은 1천달러로 떨어졌다. 이제 군용GPS수신기카드는 이동 중일 때 가속도와 각도율까지 제공하는 500달러 이하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1994년엔 좀더 정밀해진 경량급GPS수신기(PLGR)이, 2004년엔 방어용첨단GPS(DAGR)등이 등장했다.

GPS수신기는 충분히 진화한 듯 보였다.

병사들은 더 이상 무거운 P코드수신용 GPS수신기를 메고 다니기 위해 탄약과 식량을 줄이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PLGR은 무게가 1.25킬로그램(kg)으로 작아졌고 문자만 보여주었다. 하지만 DAGR은 무게가 426그램에 불과한데다 완전한 지도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더구나 배터리 4개면 5천시간까지 너끈히 사용할 수 있었다.

이같은 정밀하고 값싼 칩셋기반의 단말기 등장은 미군 병사의 작전능력 향상과도 직결됐다.

1990년부터 91년까지 벌어졌던 걸프전(사막의 방패작전과 사막의 폭풍작전)에서 GPS위성 시스템은 지상군에게 나침반이 돼 주었다.

연합군은 거의 전적으로 지상과 우주를 연결시켜 주는 나침반 GPS위성수신기에만 의존해 막막한 아라비아 사막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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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방부는 해당지역의 군용 GPS사용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가운데 민간GPS수신기를 방해전파로 교란할 수 있었다. 미군은 GPS시스템의 신호강도나 정확성을 제한하거나 아예 GPS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었다. 즉 선택적 사용권을 허용하는 암호화기능인 SA(Selective Availability) 기술을 적용해 미국방부는 미군과 연합군만이 GPS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미군의 GPS수신기는 더욱더 작아졌다.

걸프전쟁은 우주에 떠있는 GPS위성을 해군의 잠수함,공군 비행기,대형 미사일 외에 병사 개개인의 위치파악용으로 적극 활용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