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하늘로쏘아올린 나침반, GPS ⑫내브스타 탄생

일반입력 :2013/04/27 09:28    수정: 2013/04/30 15:59

이재구 기자

12■해군과 공군의 측위위성 프로젝트를 통합하다

1973년 9월 8일. 미국의 노동절 주말이었다. 워싱턴 D.C.소재 펜타곤에는 12명의 군부 고위관계자, 그리고 매사추세츠공대(MIT) 관계자들이 모였다.

직원 대부분이 자리를 비웠고 건물복도엔 불조차 켜져 있지 않은 거대한 펜타곤 건물의 한 방에서 방위항법위성시스템(Defense Navigation Satellite System·DNSS)관련 회의가 열렸다.

미국방부가 공군과 해군이 각각 추진하고 있는 항법시스템을 통합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이른바 합동프로그램 사무국(Joint Program Office)모임이었다.

60년대 들어 해군과 공군이 제각각 항법위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따른 비호환성 부작용을 막기 위해 통합을 통한 최적의 항법 시슽메 구축 논의가 이뤄져 왔다. 하지만 공군의 에그비터621B, 해군의 트랜짓 및 타이메이션로 나뉘어진 시스템을 통합하는데 따른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당장 해군 위치측정위성 트랜짓부터 손봐야 합니다. 너무 느린 업데이트가 공군작전의 속도에 대지 못해 곤란합니다.”

공군측이 지적하고 나섰다.

공군은 우주미사일시스템단(Space and Missile Systems Organization)의 에그비터 621B프로그램을 밀고 있었다. 이 시스템은 교란을 막기 위해 의사랜덤노이즈(pseudo-random noise)를 채택한 신호를 사용했다.

이 날 모임을 주재한 브랫포드 파킨슨 공군 대령은 이미 1964년부터 켄 슐츠 공군중장의 지시로 현재의 621B 위치측정용 위성 시스템을 고안하고 개발한 주역이었다.

“저희는 타이메이션으로 성능의 진전을 보였습니다.”

해군 측에서 되받았다.

해군과 공군 측 참석자들은 각기 자체 기술솔루션을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으면 합동 측위위성 프로젝트를 그만 둘 것이라고 위협했다

회의를 주재한 파킨슨 대령의 첫 번째 의무는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타협안을 찾는 것이었다.

해군측이 제시한 타이메이션의 기반이 된, 그리고 후일 내브스타GPS위성의 근간이 될 해군측 참석자 로저이스턴의 항법위성 특허는 주목할 만 했다.

그가 1970년에 출원해 74년에 특허받은 항법위성 위치확인 특허기술은 '위성과 수동식 거리측정 기술(Navigation System Using Satellites and Passive Ranging Tecniques)'이었다. 1970년 10월 8일 출원되고 1974년 1월 2일 등록된 미특허3,789,409호의 기술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내비게이터의 거리를 위치가 알려진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위성으로부터 내비게이터의 위치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 각 위성은 내비게이터장비와 동기화된 안정된 오실레이터로부터 나오는 여러 주파수의 신호를 전송한다. 지역적으로 만들어진 신호와 위성에서 받은 신호들 사이의 상비교(phase comparison)는 내비게이터와 위성간 거리 , 그리고 내비게이터의 위치를 알려준다.”

NRL의 컨셉과 성과는 시간 기반의 필수적 항법시스템이었다. 해군의 타이메이션프로젝트와 공군의 621B로 불리는 항법프로젝트는 결국 호환성을 위해 하나로 통합하는 논의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공군측의 개발책임자인 파킨슨 대령이 해군 타이메이션 방식에 동의했다.

공군의 에그비터 621B방식은 해군의 타이메이션에 비해 결정적 약점을 갖고 있었다. 지상기지국에서 위성에 신호를 쏜 후 위성서 신호를 받을 때 신호가 손상되는데다 그 정확성도 떨어졌다.

“위성의 수정진동자 시계를 좀 더 정확한 초정밀 시계로 바꾸게 됩니다. 2개(L1,L2)의 주파수 신호를 쏘게 한 후 이를 계산하면 훨씬 더 정확한 위치정보를 얻게 됩니다.

해군이 타이메이션위성과 향후 발전방향을 설명하면서 시간 항법 위성 타이메이션의 당위성을 강력하게 제안했다.

“해군이 이 프로젝트에서 위성용 정밀시계 개발에 참여해 주시오. ”

결국 국방부차관인 맬컴 R. 큐리 박사가 결단을 내렸다. 이렇게 해서 해군의 타이메이션이 미군의 측위시스템용 위성으로 결정됐다.

이후 로저 이스턴 (Roger Easton)이 이끄는 해군연구소팀(NRL)팀이 제안한 루비듐시계, 세슘표준시계가 위성 신호전송용 초정밀 시계 후보로 선택됐다.

이 해 말 DNSS프로그램의 이름이 내브스타(NAVSTAR )로 지어졌다. 보다 더 정확하게 하기 위해 내브스타 –GPS라고 이름지어졌다. 후일 간단히 'GPS'로 불릴 바로 그 시스템이었다.

NRL은 1974년 7월 발사되는 세번째 타이메이션 위성의 이름을 NTS-1(Navigation Technology Satellite –1)으로 명명했다. 내브스타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1년 후였다. 이 위성은 원자시계를 장착하고 궤도를 돌기 시작한 최초의 위성이었으며 우주에서 작동하고 있는 위성에서 2개의 루비듐 전파를 발사하는 실험을 했다.

1977년 6월에 발사된 네 번째 타이메이션위성(NTS-2)은 루비듐보다 더 정확한 초고정밀 세슘원자시계를 최초로 장착해 가동한 위성이었다. 하루에 오차가 10억분의 1초(1나노초)밖에 나지 않았다.

위성에 장착된 시계에서 보내진 디지털신호를 분석하면 위치측정을 위한 모든 데이터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초고정밀 데이터로 위치측정 신호는 놀랄 만큼 정교해지게 됐다.

NTS-2는 이듬해 발사될 내브스타GPS(GPS)위성을 위한 위성기지국, SW,시스템을 점검하는 데 사용됐다.

이는 1978년 2월 22일 최초의 GPS위성(Block-I GPS)발사의 토대가 됐다.

1994년에 24번째 GPS위성이 발사되면서 비로소 오늘날의 24개 GPS위성군(群)이 작동해 언제어디서든 실시간 위치를 알 수 있는 운영체제를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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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위성시스템: 이 시스템은 24개의 2천파운드(907kg)짜리 GPS위성으로 구성돼 있다. 지구상 2만200km상공에서 시속 1만4천km속도로 12시간마다 지구궤도를 한바퀴씩 돈다. GPS수신기는 4개 또는 그 이상의 GPS위성을 통해 지구상의 어느 위치에 있건 실시간으로 끊김없이 위치와 시간정보를 제공받게 해 준다.

이 시스템은 GPS위성신호 수신기 사용자의 위치, 속도 및 고도를 몇미터 이내의 오차로 아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현재 내브스타GPS시스템의 운영 및 관리는 지난 2004년 미대통령령으로 만들어진 국립우주기반위치,항법 및 시간설정시행위원회(National Space-Based Positioning, Navigation and Timing Executive Committee)가 맡고 있다. 실행위원회는 국방 차관과 교통부차관이 책임지고 있다. 위원은 국무차관,상무차관,국토안보부차관, 그리고 미연방통신위원회(FCC),미항공우주국(NASA)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미콜로라도에 있는 미국공군 내브스타GPS 관제시스템기지에서는 미군과 우방국, 그리고 전세계 민간인에게 위치데이터를 제공한다.

1983년 대한항공참사가 발생했을 때의 항로(위치)이탈같은 상황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전세계 어느 민항기라도 GPS위성 6~10대로부터 진행하는 방향의 정확한 위치를 수신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상의 주행중인 차량에서 사용되는 GPS 수신기는 차량의 위치는 물론 달리는 속도, 방향과 실시간까지 지도상에서 나타내 보여준다. 이같은 정확성을 보이는 GPS위성 원자시계의 오차는 20나노~30나노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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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의 GPS는 분쟁지역에서 미군은 물론 적군도 사용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 또한 기업이 상업용 솔루션과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GPS위성을 활용하고 있으며 일자리창출과 함께 여기서 파생되는 수천억달러 규모의 GPS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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