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MS, SW 패키지 '박스'의 종언

일반입력 :2013/03/12 08:33    수정: 2013/03/12 10:54

어도비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통적인 박스형 소프트웨어(SW) 패키지 제품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한다. 설치형SW 공급방식을 영구라이선스 판매에서 기간제 사용권과 클라우드기반의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로 바꾸면서다. 생산성SW 시장의 중심이 데스크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났다는 진단을 뒷받침하는 모습이다.

어도비는 이에 더불어 국내서는 중소기업(SMB)사용자층을 겨냥한 회원가입형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을 상용화하고 시장공략에 나섰다.

한국어도비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포팀'을 출시했다.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포팀은 크리에이티브스위트(CS)제품과 어도비 클라우드 연계서비스를 가입한 사용자에게 기간제 과금방식으로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서비스의 중소중견기업(SMB)용 라이선스다.

CS로 묶이는 기존 제품군은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에서도 설치형SW로 제공된다.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사용자들은 CS 패키지에 해당하는 포토샵, 인디자인, 어도비엣지 등을 전체 또는 개별적으로 어도비 서버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어도비 아태지역 에반젤리스트 마이클 스토더트는 제품별 설치파일을 한 번 내려받으면 여러 컴퓨터에 별도 저장매체를 통해 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SW를 여러번 내려받을 필요는 없고, 제품별 설치 용량도 새로 출시되는 버전이 기존보다 점차 줄어들어왔다며 사용자에게 큰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구 SW라이선스, 아직 남아 있지만

향후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를 쓰지 않더라도 CS 영구라이선스를 구매하는 사용자들은 어도비 서버를 통해 설치프로그램을 내려받아야 한다. 회사가 더이상 오프라인매장에서 유통되는 CS 제품 박스패키지를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ESD라 불리는 디지털 SW 구매 및 다운로드 방식으로 제품 판매와 업그레이드가 제공될 전망이다.

정기수 한국어도비 마케팅 상무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출시에 따라 영구라이선스 판매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사라지는 것은 퍼페추얼(영구)라이선스 패키지가 아니라 이를 오프라인에서 박스형태로 판매하는 실물 SW제품이라며 사용자들은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와 별개로 여전히 영구라이선스 기반의 CS 제품을 구매해 사용 가능한데, 다만 온라인을 통해 디지털 방식으로 유통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회사는 이미 출시된 CS6 버전 오프라인패키지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물량 규모를 줄여가는 중이다. 이는 MS가 오피스2013 제품을 박스포장 제품으로 판매하긴 하지만 그 안에 DVD같은 설치 미디어를 담지 않고 제품키만 넣어 주는 방식을 도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MS 쪽에서도 오피스2013은 설치용 미디어를 포함한 풀패키지제품(FPP)으로 판매하지 않는다며 구매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할 수 있지만 박스포장된 형태는 총판과 기타 영업점을 통한 오프라인 경로로만 공급된다고 밝혔다.

어도비와 MS가 오프라인매장에서 박스단위로 판매하는 패키지SW를 없애기로 한 게 단순한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서라고 보긴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사업기반을 영구라이선스 판매 대신 클라우드서비스와 결합된 가입형 기간제서비스로 전환하려는 준비단계로 풀이된다.

어도비가 지난해부터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를 본격 상용화해 개인 전문가와 대기업시장을 겨냥해 기존 SW패키지와 클라우드가 연계된 서비스 확산에 나선 것도 이를 방증한다. 연초 한국MS도 오피스2010에 이어 오피스2013 버전에 한층 긴밀하게 결합된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서비스 '오피스365'를 출시한 상황이다.

한국어도비가 SMB라는 별도 시장을 겨냥하긴 했지만 'SW와 클라우드서비스를 결합해 공급한다'는 대전제를 벗어나진 않았다. SMB용으로 소개된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포팀은 소규모 조직에서 개인단위로 월정액 사용료를 내고 모든 CS 패키지 프로그램, 100GB용량의 온라인 저장공간, 조직간 협업 시스템, 사용자단위의 라이선스 관리체계, 기술지원까지 제공받는 서비스다.

다만 어도비는 아직 패키지SW 전용 제품(CS)과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의 라이선스를 별개로 취급한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이 기존 설치형SW의 영구 라이선스를 사용하는 관습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과도기다.

이와 관련해 정 상무는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국내 출시 시점에 임박해 CS를 구매한 고객들을 상대로 월정액 도입가격을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긴 했다면서도 원칙적으로 2가지 라이선스 모델간의 이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제공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CS와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통합의 전조

어도비 크리에이티브솔루션부문 아태지역 에반젤리스트 폴 버넷도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는 기존 어도비 고객들에게 CS를 사용하는 또하나의 방법이자, 새로운 고객군에게 제시하기 위한 선택권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에 포함되는 CS 제품들이 함께 업그레이드되는 방식인데, 언젠가 그 주기가 빨라지면 '버전'이란 개념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도비는 CS에서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로 전환시 가격, 도입 편의성, 관리부담 완화 등 사용자가 유리함을 느끼도록 만든 유인책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SMB용 제품 출시 현장에서는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에 포함된 CS프로그램이 영구라이선스 제품보다 기능적으로도 우월함을 과시했다.

버넷 에반젤리스트에 따르면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기반의 포토샵에는 영구라이선스 버전에 없는 신기능도 제공된다. 일례로 버넷은 이미지에 '픽셀유동화' 필터를 적용하는 과정을 시연하며 영구라이선스 버전의 포토샵에선 효과를 입은 이미지 파일 원본이 영구적으로 바뀌어 되돌릴 수 없지만,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사용 환경에서는 필터를 적용한 레이어가 생성돼 원본을 보존해 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어도비가 국내 시장에 클라우드 연계 서비스를 소개한 태도는 본사와 차이를 보인다. 어도비 본사는 지난해 상반기 개인사용자 서비스를 가장 먼저 선보이고 하반기중 대기업시장을 겨냥한 서비스를 예고한데 이어 불과 1개월전 SMB용인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포팀을 내놨다. 국내서는 개인용과 대기업용을 아직 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시 1개월밖에 안 된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포팀을 우선 상용화했다.

지준영 한국어도비 대표는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포팀을 우선적으로 상용화한 배경에 대해 SMB고객층은 표준화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이 서비스 방식을 지인들가운데 소규모 기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에게 소개했더니 도입방식과 자산관리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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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대기업들은 클라우드와 결합된 서비스를 도입시 작업물 저장공간을 조직내에 둘 것인지 어도비 인프라에 놓을지, 기존 업무시스템과 어떻게 연동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규격에 많은 유연성을 요구하는 특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서 당장 대기업 시장을 겨냥한 클라우드서비스 모델을 내놓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서 가장 먼저 등장한 개인용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역시 국내 출시될 가능성이 낮다. 이와 관련해 지 대표는 국내 시장의 개인 SW사용자 특성상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을 상용화하기란…(쉽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