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젤리빈' 업데이트…아쉬운 디테일

일반입력 :2013/02/24 08:42    수정: 2013/02/25 11:49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S2에 안드로이드4.1.2 업데이트를 내놔 전반적인 호평을 이끈 가운데 일부 사용자들은 세심한 부분에서 아쉬운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 회사가 지난해말부터 갤럭시S3, 갤럭시S2 HD 및 LTE, 갤럭시노트로 이어온 '젤리빈' 업데이트 행렬에 사용자 입장의 최적화 노력을 보태라는 주문이 뒤따른다.

삼성은 갤럭시S2 젤리빈을 통해 일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사용성과 홈스크린 및 앱간 이동 성능을 높였다. 프리로드(내장) 앱으로 도움말, 구글플러스, 플러스톡, 플레이북, 플레이무비를 추가했다. 팝업플레이, 동영상촬영중 일시정지, 이지모드와 차단모드, 스마트스테이 등 기존 내장 앱 기능도 개선했다.

22일 현재까지 사용자들에게 꼽힌 갤럭시S2 젤리빈 업데이트의 문제점은 2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개별 단말기에 최적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사용자인터페이스(UI), 다른 하나는 눈에 띄게 줄어든 배터리 지속시간이다. 다만 삼성측은 해당 현상을 배포한 운영체제(OS) 업데이트에 따른 문제라 인정하지 않는다.

■떨어진 가독성-빨라진 배터리 소모

기존 갤럭시S2 사용자가 젤리빈 업데이트를 마치면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변화는 홈 화면과 '앱스'에 나타나는 아이콘 아래 글꼴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점이다. 이와 더불어, 어두운 바탕의 천지인 터치 자판에 표시되는 글쇠도 약간 작아지면서 색상도 흰색에서 회색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져 불만을 사고 있다.

기본 화면과 앱스는 윈도PC로 치면 바탕화면과 탐색기에 해당한다. 자판은 스마트폰에서 인터넷과 여러 앱을 쓰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휴대폰 기본 기능인 문자를 주고받는 데 필수적인 UI 요소다. 그런데 여기에 표시되는 글씨의 가독성이 저시력자나 연령대가 높은 사용자에게는 나빠진 것이다.

사실 안드로이드OS에는 텍스트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표시되는 글꼴 크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물론 삼성 갤럭시 시리즈에도 들어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자판과 홈 화면의 글꼴 크기를 조절해주지 않는다. 환경설정 메뉴나 콘텐츠의 글꼴 크기만 조절할 수 있어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젤리빈 업데이트 후 갤럭시S2 배터리 지속시간이 너무 짧아졌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우선 안쓰던 앱이나 위젯을 쓴 것도 아닌데 체감 실사용시간이 확 줄었다는 평가다. 실제 사용시간이 줄었을 뿐아니라 대부분 통화대기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하루를 못 가게 됐다는 지적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를 문제로 제기한 사용자들에게 배터리 사용시간은 통신사업자의 서비스형태, 사용환경, 배터리 사용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서비스센터를 이용해 전문 엔지니어와 상담후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점검을 진행해 보라는 답변을 통해 해당 단말기에 국한된 문제로 대응하고 있다.

게다가 갤럭시S2 젤리빈 업데이트후 빨라진 배터리 소진 현상은 해외 사용자들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 출시된 인터내셔널판 갤럭시S2 'GT-I9100G' 모델에도 젤리빈 업데이트 적용 후 ICS를 쓸 때보다 실사용시간이 줄었다는 지적이다.

■갤S3용 만든 뒤 갤S2용 '대충' 만든 탓?

물론 배터리 용량은 쓰다 보면 줄어든다. 하지만 OS 업데이트 전과 후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단기간에 느낄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업데이트 적용여부 하나로 단말기 사용 습관이 좌우될 가능성도 낮다. 체감상 배터리 소모가 빨라졌다면 가장 먼저 업데이트의 배터리 효율 측면에 대한 결함을 의심하는 게 타당하다.

다만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추측되는 원인 내용은 엇갈린다. 사실 젤리빈 적용에 따른 배터리 소모는 갤럭시S3 업데이트 때부터 오간 얘기다. 어떤 스마트폰이든 업데이트 후 일시적인 배터리 소진 현상을 보인다는 견해가 있었다. 젤리빈에 생긴 '구글나우'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많은 전력을 쓴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이 갤럭시S3 업데이트 후 그 일부 설정값을 조정없이 갤럭시S2에 고스란히 적용해 문제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근거는 통신3사 젤리빈 업데이트에 포함된 'framework-res.apk' 파일 내용이다. 그 배터리용량 표기숫자와 대기 및 사용중 프로세서의 전력소모 표기값이 갤럭시S3의 값으로 돼있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framework-res.apk 파일 내용이 단말기의 그래픽UI를 구성하는 역할뿐아니라 안드로이드OS의 대기소모전력을 제어하는 기능도 포함하는 것처럼 알려졌다. 앞서 갤럭시S3 배터리소진 현상을 겪은 개발자가 파일 내용을 보니 '3.4mA'로 설정돼 있어야 할 대기전력이 '34mA'로 돼있었다는 제보도 있다.

그러나 이 파일은 단지 UI상의 전력소비 현황이나 배터리 잔량 표기에 관여할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삼성쪽에서도 갤럭시S2 젤리빈의 과도한 배터리 소모 현상에 대해 문의한 사용자에게 이 파일 내용과는 무관하다고 답한 바 있다.

일단 삼성쪽이 갤럭시S3를 위해 만든 젤리빈 업데이트 구성요소 일부를 갤럭시S2에 재사용했을 가능성은 있다. 일부 파일 내용이 겹친다는 지적뿐 아니라, 불편할 정도로 줄어든 홈 화면과 자판의 글꼴 크기가 갤럭시S3의 화면비율에 맞춰 조정된 결과라는 견해도 이를 뒷받침한다.

■SW, 생산성과 품질의 함수관계

업계서는 갤럭시S4 출시설이 흘러나온다. 갤럭시S3 이후 업데이트된 단말기들은 여전히 시판되고 있지만 후속 기종에 비하면 남은 수명이 짧다. 제조사 입장에선 이미 출시된 기기의 사후지원에 신제품을 위한 SW 개발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줄 수 없다. 실제로 젤리빈 업데이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더라도, 삼성의 발빠른 대응을 기대하긴 어렵다.

회사가 갤럭시S3용으로 최초 젤리빈 업데이트를 내놓은 뒤 후속 기종을 지원하기까지는 몇달이 걸렸지만, 나머지 제품간의 젤리빈 업데이트는 1주일 간격으로 진행됐다. 회사가 SW개발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갤럭시S3 젤리빈을 뼈대삼아 나머지 기기용 업데이트를 만들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정황이다.

갤럭시S3에는 지난해 10월9일 3G모델용 업데이트가 제공됐고 그달 31일 LTE기기용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갤럭시S2용 젤리빈은 지난 7일 공개됐고, 갤럭시S2 HD와 LTE는 지난 14일 나왔다. 지난해 갤럭시S2보다 먼저 업데이트를 예고한 5.3인치 갤럭시노트는 오히려 맨 마지막으로 지난 21일 등장했다.

일부 사용자들이 파헤친 이상 현상이 분명하다면 삼성에서도 조만간 갤럭시S2 젤리빈의 '배터리 버그'를 해소할 추가 업데이트를 내놔야 한다. 삼성이 이 문제를 인정하거나 관련 조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최근 영국 미디어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갤럭시S3 출시후 몇주만에 확인된 '복사 버그'도 8개월째 방치해왔다. 복사버그는 사용자가 20가지 이상 항목을 클립보드에 담을 경우 어떤 앱이든 오작동하는 상태가 돼 공장초기화로 모든 데이터를 날리기 전까진 정상화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는 안드로이들 기기가운데 삼성이 만든 '터치위즈' UI를 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만 발생해, 명백히 삼성 SW기술의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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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삼성의 태도는 애플이 최근 iOS 기기의 비정상적인 배터리 소모 현상을 인정하고 단기간에 수차례 업데이트를 제공하려는 반응과 대조적이다. 이 회사는 시판중인 모든 단말기용 주요 업데이트를 동시에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당장은 SW 결함으로 논란을 겪더라도 사용자 불만을 발빠르게 완화시키기 위한 상책으로 비친다.

한편 삼성이 배터리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갤럭시S2 화면 크기에 맞지 않는 UI 글꼴을 개선할 필요는 남는다. 애초에 이는 업데이트 배포를 앞두고 물리적인 단말기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조율됐어야 할 부분이지만, 이번에 젤리빈 업데이트를 맡은 담당자들에게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