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감원 칼바람, “해외도 똑같네”

일반입력 :2013/02/15 11:38    수정: 2013/02/15 11:40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고, 경영난 극복을 위한 게임사들의 몸부림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위기 탈출을 위해 인재가 생명인 게임사들도 매서운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실시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전세계에 불어닥친 게임업계 한파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조조정 칼날이 드리워진 대표적인 국내 게임사는 네오위즈게임즈다. 수년 째 상승세를 이어가던 이 회사는 ‘피파온라인2’ 서비스 종료와 ‘크로스파이어’ 계약 조건 변경 등 여러 리스크가 한꺼번에 닥치면서 대규모 인원 감축에 들어갔다.

또 위기 극복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네오위즈인터넷과의 합병도 추진하려 했지만 주식매수청구액 한도 초과로 무산이 되면서 네오위즈게임즈는 또 한 번 어려움에 봉착했다.

결국 네오위즈게임즈는 희망퇴직자 접수 등을 통한 방법으로 대규모 인력을 내보냈으며, 이 과정에서 전체 인원의 약 40% 가량이 빠져 나간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또 최근 2차 희망퇴직자를 받는다는 소문까지 나오면서 구조조정 한파가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실의 경우는 전체 인력 중 절반 이상이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일 만큼 감원 규모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국내 게임사들의 대규모 인력 감축은 지난해 엔씨소프트 때부터 더욱 부각됐다. 당시 구조조정은 없다던 엔씨소프트는 결국 희망퇴직자를 받는 형태로 약 30%에 달하는 인력을 줄였다. 이 때 약 400명 정도의 인력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최대 주주가 넥슨으로 바뀐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 배급 인력과 캐주얼 게임 부문 인력 등을 대폭 줄이는 등 온라인 게임 개발에만 주력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바 있다. 잘하는 부문에 더욱 집중도를 높이자는 전략이었지만, 이 회사는 다시 자회사 등을 통한 모바일 게임 사업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겟앰프드’로 잘 알려진 중소게임사 윈디소프트는 최근 마케팅 업무를 다른 부서에 이관하고, 마케팅 팀을 통째로 날리는 등 갑작스러운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마케팅 인력 약 4~5명이 그대로 퇴사했고, 사업부에서 홍보 업무와 PC방 마케팅 업무를 이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CJ E&M 넷마블은 모바일 사업 확장을 위해 3개였던 퍼블리싱 사업본부 하나를 줄이고, 대신 하나였던 모바일 사업본부를 두 곳으로 늘리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모바일 게임 사업이 커지면서 이뤄진 조직개편이었으며, 인력 감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조직개편을 실시한 한게임은 NHN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온라인 게임 배급과 모바일 게임 사업에 더욱 전념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 결정은 빠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NHN 내부 판단 때문이다.

게임사들의 구조조정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스팀’을 서비스하는 밸브도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여러 외신들을 통해 보도됐다. 하드웨어 및 안드로이드 플랫폼 관련 사업부 인력을 잇달아 해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것.

외신에 따르면 밸브는 하프라이프 개발자와 스팀의 디지털 배급 서비스 운영자, 안드로이드 개발 부서 등의 인력을 감축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회사가 개발 중인 PC형 콘솔 게임기 ‘스팀박스’를 담당했던 한 하드웨어 담당 기술자까지 해고되면서 스팀박스 출시 계획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외신은 해고된 직원이 최대 25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에 대해 게이브 뉴웰 밸브 대표는 “중단되는 프로젝트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더빌’ 등으로 소셜 게임의 대부였던 징가 역시 실적 악화로 스튜디오 폐쇄, 인력 감축을 단행한 대표적인 해외 게임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전체 인력의 5%(약 150명)를 줄이고 수십 종의 게임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 미국 동부 보스턴과 일본, 영국 등의 글로벌 스튜디오 폐쇄하는 등 악화된 재정난을 극복하고자 인력과 사업 규모를 대폭 줄였다.

이 과정에서 텍사스 오스틴 스튜디오의 경우는 100명 이상의 해고됐는데, 2시간 안에 자리를 비우라는 지시가 내려질 만큼 차가운 ‘칼바람’이 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THQ도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최근 파산 보호를 신청, 각 스튜디오를 경쟁사에 분할 입찰하는 등 뼈 아픈 구조조정과 사업 정리를 단행했다. 작년 초에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도 600여명 규모로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이처럼 앞 다퉈 매년 몇 차례 공개채용을 실시했던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게임즈뿐 아니라, 글로벌 게임사조차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 이유는 결국 급변하는 게임시장 환경 탓이 크다. 공룡 게임사들이 빠르게 변하는 게임 트렌드를 뒤 쫓는 데 오히려 한발 더디게 반응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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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관계자는 “승승장구하던 게임사들도 시장 환경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인력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는 상황”이라며 “갑자기 덩치가 커진 게임사들이 그만큼 체력을 키우지 못한 결과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그는 “새로운 변화에 발 빠르게 전략을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는 것, 또 자체적으로 체력을 키우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게임사들에게 더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