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12]통신비 내린다면서…‘공약 남발, 대안 실종’

일반입력 :2012/12/18 16:15    수정: 2012/12/19 13:42

정윤희 기자

“통신비 인하는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공약입니다. 그런데 산업구조는 모르고 무조건적으로 내리라고만 하니, 어디 제대로 성공한 적이 있었나요?”

통신비 인하가 대선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발전에 대한 고민 없는 인하 압박은 ‘표심 잡기’만을 위한 공약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가입비 폐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통신요금 체계 손질을 각각 내세웠다. 양측 모두 서민에게 부담이 되는 가계통신비를 낮추겠다는 목표는 동일하다.

구체적으로는 박근혜 후보는 가입비 폐지, 요금인가 심의 과정 공개, 단말유통구조 개선, 도매제공의무사업자 범위 확대, 보급형 스마트폰 확대 등을 주장한다. 문재인 후보는 단말 유통구조 개선, 계층별 특성에 맞춘 이용자 중심의 통신요금 체제 개편을 역설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공약이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없이 무조건적인 통신비 인하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통신시장의 유통 구조와 고가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한 단말기 값 부담 증가, 망 투자비 보장 등 전체적인 산업에 대한 후보들의 이해도는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양당의 공약이 통신비 인하와 인터넷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서로 유사해 차별점을 찾기 힘들다”며 “정책 속도가 IT 발전 및 시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또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마치 방송통신위원장의 공약 수준”이라며 “국가경쟁력, 산업경쟁력을 위한 IT활용 방안, 관광산업과 IT 산업의 융합과 같은 큰 그림은 찾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비싼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요즘, ‘폰 값’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다. 그나마(?) 90만원대에서 형성되던 스마트폰 가격이 올해 드디어 100만원을 넘어섰다. 자연히 고객 1인당 단말기 값 부담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통신비 인하와 함께 출고가 현실화가 반드시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함께 ‘통신비’로 인식하는 현재 상황 상 스마트폰 출고가가 내려가지 않는 이상 전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요원하다.

이 같은 상황은 이통사와 제조사의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 IM사업부(휴대폰 담당)의 영업이익율은 18.8%로, 통신3사의 평균 영업이익률 6.2% 대비 3배 이상 높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제조업체보다 훨씬 높은 것과는 정반대다.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팔아야 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보조금 경쟁이 일어난다. 방통위에서는 출혈 경쟁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현 상황에서의 보조금 규제는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과다 경쟁을 방지하는 취지는 좋지만, 결국 모든 소비자들이 100만원을 주고 스마트폰을 사야 되는 셈이다.

두 후보는 “비싼 스마트폰의 유통 체계도 공개해 가격이 인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 현재 양측 모두 인위적인 단말기 인하는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LTE 트래픽 폭증한다는데…투자는?

양측의 공약이 통신비 인하에만 방점을 찍다보니 네트워크에 대한 로드맵은 없다. 업계에서는 통신비를 내림으로써 발생하는 네트워크 투자비 축소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미 지난 10월 기준으로 LTE 가입자 1명이 사용하는 유튜브 데이터는 3G 대비 두 배를 넘어섰다. 연말에는 전체 LTE 트래픽이 3G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들이 통신망 업그레이드에 여념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 올해 통신사들이 내놓은 설비투자 비용만도 8조원에 이른다.

통신망의 부담은 결국 이용자의 피해로 돌아온다. 실제로 네트워크 용량 부족으로 미국 AT&T, 독일 O2, 일본 NTT도코모 등에서 빈번하게 통신망 장애가 발생키도 했다. 미국 AT&T의 경우 지난 2009년 네트워크 용량부족 문제에 직면해 뉴욕시 내 호 단절율(통화가 끊기는 비율)이 평균 30%를 기록할 정도였다. 반면 국내 이통사의 호 단절율은 1% 이하다.

통신업계 고위 임원은 “이통사에게도 적정 수준의 수익 보장을 통한 재투자 동인을 부여해야 한다”며 “현재처럼 무조건적인 인하만을 밀어붙이다가 나중에 장애가 발생하면 그때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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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특히나 LTE의 경우 주파수가 여러 대역에 파편화돼있어 여러 개의 주파수 대역에 각각 기지국을 구축해야 해 투자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지난해 중반에는 3G 네트워크 용량증설과 LTE 투자가 맞물려 엄청난 고생을 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표심을 겨냥한 단순한 숫자놀음에서 벗어나, 모바일-융합을 화두로 ICT 정책에 대한 장기적 로드맵을 만들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