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스크린 시대…TV플랫폼 '별들의 전쟁'

일반입력 :2011/01/06 15:41    수정: 2011/01/06 19:32

시스코시스템즈가 미디어 콘텐츠를 어떤 기기로든 배포할 수 있게 해주는 TV플랫폼 ‘비디오스케이프’를 출시했다. 애플TV와 로지텍 레뷰(구글TV) 등 셋톱박스와 경쟁구도를 형성해 스마트TV시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시스코 비디오스케이프는 단일 제품이 아닌 클라우드 컴퓨팅 아키텍처에 기반한 플랫폼이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5일(현지시간) ‘소비자가전쇼(CES)2011’에서 “네트워크는 플랫폼이다”라며 “언제 어디서, 어떤 디바이스에서든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미디어스케이프는 TV이용자의 경험을 뒤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콘텐츠 사업자와 통신, 방송사에게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추라 손짓한 것이다.■클라우드 인프라 기반의 TV서비스 가능해져

이 플랫폼은 서버, 스토리지, 라우터, 스위치 등의 하드웨어와 SW, IP셋톱박스 및 게이트웨이로 구성된다.

케이블TV, IPTV 등 방송사(SP)나 콘텐츠 사업자(CP)는 시스코의 유니파이드컴퓨팅시스템(UCS)서버와 스토리지, 서비스라우터(ISR) 등으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UI를 구성해 가입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개인 소비자는 기존처럼 유료방송 서비스에 가입하면 시스코의 셋톱박스를 TV에 연결하면 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데스크톱, TV 등 IP를 통해 연결되는 모든 디바이스는 셋톱박스와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공유하며, 클라이언트 SW를 설치하면 어디서든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다.

실시간 방송, 주문형비디오(VOD), 넷플릭스 등 모든 형태의 미디어 콘텐츠를 한 화면에서 시청할 수 있다. 개인이 보유한 영상 콘텐츠도 함께 멀티스크린으로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TV로 곧장 전송하면 모든 기기에 영상이 동기화된다.

존 챔버스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시스코의 플립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을 비디오스케이프 게이트웨이에 연결해 이용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와 연동되고, 시스코의 가정용 화상회의 시스템 ‘유미’도 연동된다.

■“콘텐츠사업자 영역침범 없다”…애플, 구글 등과 대조

시스코는 비디오스케이프 플랫폼을 개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블TV 등 방송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케이블TV나 IPTV 등 콘텐츠사업자는 클라우드에 기반해 N스크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UI를 마음대로 구성하면서 광고삽입, 부가정보제공 등으로 수익모델을 다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비디오스케이프는 셋톱박스만 놓고 볼 때 애플TV와 유사한 개념이다. 애플TV가 아이튠스를 통한 자체 사업모델이라면 시스코 비디오스케이프는 기존 방송사업자를 통한 플랫폼 사업이다.

애플이나 구글 등이 TV사업을 진행하면서 방송사와 CP들과 긴장관계를 형성나는 것과 달리, 시스코는 이들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형태다.

존 챔버스 회장은 “우리는 이를 혼자 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트너는 시스코의 클라우드에 기반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무한하게 확장해 신규 수익원을 얻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애플TV, 구글TV를 따로 구매하지 않고 유료방송에 가입만 하면 멀티스크린을 가정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때문에 향후 애플과 로지텍의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구글TV는 출시 후 방송사의 협력을을 끌어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ABC, CBS, 뉴스코프, NBC 등이 구글TV에 등을 돌렸다. 애플 역시 콘텐츠 판매가격을 두고 방송사들과 힘겨루기를 벌이는 중이다.

■시스코 보더리스 네트워크, 방송업계 클라우드 이끈다

비디오스케이프는 시스코의 보더리스 네트워크 비전을 방송사업 영역으로 확장한 형태다.

시스코의 IP 기반 시스템으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콘텐츠 전송과 배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방송업계의 클라우드 컴퓨팅 진입을 가속화해 수익원을 끌어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시스코는 이른바 보더리스 네트워크 비전을 발표하고 활발한 투자를 통해 비디오, 사진 등 미디어 콘텐츠 기술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드웨어와 SW 개발을 진행하면서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여러 디바이스의 접속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최근까지 네트워크와 비디오를 결합한 시스코의 전략은 사업모델이나 제품군 등에서 뚜렷한 실체를 보이지 않았다. 개념만 나돌았고, 관련 제품도 개별적으로 따로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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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는 지난해부터 ‘비디오는 음성의 다음 세대’란 구호를 외쳐왔다. 2014년까지 인터넷과 네트워크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중 90%이상이 비디오로 채워질 것이란 자체조사 결과를 근거로 내민다.

일단 방송업계의 클라우드 도입을 이끌려는 시스코의 시도는 첫 시도는 성공적이다. 호주의 통신사 텔스트라가 시스코의 비디오스케이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 존 챔버스 회장의 발표에도 텔스트라의 데이비드 토디 CEO의 얼굴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