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콘텐츠 발전하려면 하드웨어 역할 크다"

일반입력 :2010/11/24 18:40    수정: 2010/11/30 16:06

남혜현 기자

3D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선 하드웨어 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디넷코리아가 지난 23일 '콘텐츠 제작 방식의 다양화에 따른 효율적인 CG 제작 인프라 구현'을 주제로 진행했던 전문가 좌담회에선 초반에는 하드웨어 업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쏟아졌다. 국내 디지털 콘텐츠 업계 상황이 다소 열악한 만큼, 생태계 육성을 위해서는 대형 하드웨어 업체들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컴퓨터 그래픽 전문지 그래픽스앤라이브의 이기명 편집장이 사회를 맡은 이번 좌담회에는 위원식 오토데스크코리아 이사와 서민성 디지털아이디어 상무, 김병우 삼지애니메이션 실장, 나승주 인텔코리아 부장, 정운영 한국HP 이사가 참석해 콘텐츠 제작 환경 변화에 따른 소프트웨어, 콘텐츠 제작, 하드웨어 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고민거리를 공유했다.

다음은 좌담회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콘텐츠 제작 대형화 추세…인프라 구축 '시급'

이기명 그래픽스앤라이브 편집장, 좌장(이하 좌장): 아바타 이후 3D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3D는 일반적인 2D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데이터가 두 배 이상 늘어난다. 3D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전반적으로 사실적이고 거대한 장면을 많이 담다 보니 하드웨어가 처리해줘야 할 부분도 같이 늘어났다. 콘텐츠 제작자들 입장에선 애로가 많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제작 등 현장에 있는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부장(이하 나승주): 3D작업을 비롯해 점점 더 많은 데이터 처리가 필요해졌다. 더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인텔에선 지난 상반기에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해 50% 가량 성능을 향상시킨 '제온 프로세서 5600' 시리즈 제품군을 발표했다.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 제온 기반 워크스테이션이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거라 생각한다. 제온 신제품은 작업자 상황에 맞춰 '스마트'하게 움직인다는게 특징이다. 예컨대 캐드 작업 하면서 동시에 렌더링을 한다면, 거기에 맞게 더 많은 코어가 그 일에 집중하도록 알아서 조절해준다. 하이퍼스레딩 기술도 지원한다. 컴퓨팅 파워가 크게 필요치 않을 때는 자동으로 사용되는 코어 수를 줄여 좀 더 조용한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서민성 디지털아이디어 상무(이하 서민성): 디지털 아이디어는 소규모 스튜디오 세 곳이 합쳐져 올해 초 출범했다. 시각효과(VFX)가 영화 시나리오, 제작기획에 까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대규모 작업이 많아졌기 때문에 예전처럼 소규모로는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 요새는 작업을 할때 워킹 데이터 세트가 한번에 100테라바이트(TB)가 나오는데 기존 20~30TB로는 어림도 없다. 이 때문에 컴퓨팅 인프라도 200TB 이상의 데이터를 한번에 서버에 올리더라도 무리가 없도록 구축해야 한다. 김병우 삼지애니메이션 실장(이하 김병우): 세븐씨(7C)라는 3D애니메이션을 2012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평면화면(2D)를 입체화면(3D)로 바꿔주는 렌더링 타임이나 풀HD 화질 등을 고려했을 때 장비나 랜선 등 기반 인프라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 서버용량과 랜 속도, 하드웨어 성능이 모두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좌장: 콘텐츠 제작에 점점 사실감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얘기 같다. 그런데 국내 인프라 측면에서는 사실상 힘든 부분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 입장에선 이런 부분을 어떻게 보나.

위원식 오토데스크코리아 이사(이하 위원식): 한국에선 시각효과(VFX) 전문업체와 하드웨어 업체들간에 유기적 관계가 잘 안되고 있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아바타의 경우 4년간 오토데스크 모션빌더라는 제품을 바탕으로 제작진이 오랫동한 함께 한 프로덕션을 통해 응용기술을 만들었다. 이건 오토데스크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인텔이나 HP워크스테이션 등 고성능 하드웨어가 결합된 결과다. 오토데스크는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파이프라인 활성화에 힘을 쏟고 싶다.

정운영 한국HP 이사(이하 정운영): 아태지역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여러곳을 돌아다녀 보면 스테레오나 디스플레이는 한국 패널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런데 3D 콘텐츠가 없어서 국내 시장이 제대로 안돌아간다는 얘기가 들린다. 인도에 가보면 할리우드 유명 스튜디오로부터 외주를 받은 콘텐츠 제작 업체들이 어마어마한 장비를 가져다고 놓고 3D 콘텐츠 작업을 한다. 이런 걸 보면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직책상 워크스테이션을 맡으면서 픽사나 디즈니 직원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이 IT차원에서 하드웨어에 반영됐으면 하는 점을 얘기하곤 하는데, 그런 의견들을 HP제품에 반영하려 한다.

■ 아바타를 넘어서는 방법은?

좌장: 콘텐츠 제작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엔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이런 도전에 대해 각 부문들에선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위원식: 다시 아바타 이야기를 하겠다. 아바타에는 감정(emotion) 캡처가 적용됐다. 감정 갭처는 애니메이션과 배우의 관계를 감정으로까지 이끌어낸 기술이다. 아바타에 오토데스크 마야 플랫폼이 들어갔지만, 그건 정말 기본 툴로 제공된 거였다. 결과적으로 아바타 제작팀에서 엄청난 연구개발을 통해서 작품과 제작환경에 맞게 마야를 응용개발한거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부문은 바로 이것이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경쟁력있게 치고 나가야 한다. 아바타의 뒤를 좇는게 아니라 그 이상의 앞선 기술을 연구주제로 삼아야 한다.

또 한가지 핵심 주제는 '클라우드'다. 클라우드 이슈에는 모든 업체들이 포함된다.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훨씬 좋은 성능과 렌더링 이슈가 풀려간다면 국내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앞서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거다. 향후 하드웨어 부문은 인텔이나 HP가, 소프트웨어는 오토코리아가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 협력하고 유대관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들이 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API같은 개발 툴킷을 제공하는 것도 물론 포함된다.

좌장: 대형화를 추구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이제 효율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한 걸로 보인다. 디지털아이디어 같은 경우 좋은 케이스다. 인프라 구축하면서 직면한 문제가 있었나?

서민성: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다만 각각 25TB 정도 스토리지를 갖춘 30여명 규모의 세 업체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인원도 100명이 됐다. 당연히 공간이 복잡해졌고 더 큰 규모의 스토리지와 워크스테이션이 필요해졌다. 작업 패턴도 완전히 바뀌었다. 200TB 이상 협업할 공간이 필요해졌다.

데이터 집중으로 인한 병목현상도 일어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해줄 엔지니어도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소규모 스튜디오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이 이 시스템을 구축할 엔지니어가 없다는 거다. 있어도 한 두명 정도에 불과하다. 업체들이 대규모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 때 굉장히 좋은 엔지니어들이 대거 투입돼야 한다.

좌장: 하드웨어 유통업체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준비를 좀 해야하지 않겠나.

나승주: (콘텐츠 제작업체들의) 의견에 공감한다. 컴퓨팅 측면에선 새로운 프로세서와 서버, 워크스테이션이 나오면 빨리 교체 통해서 더 뛰어난 가치 제공해 줄 수 있다. 디지털아이디어가 말했듯이 새로운 환경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작품 퀄리티도 좋아졌고, 전기료 등 부대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기존 1기가바이트(GB) 제품보다 10GB 제품을 사용하면 더 넓은 대역폭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장애률도 적어진다.

정운영: 고객사를 만나면 신뢰성 있는 제품을 강조하게 된다. 최근들어 캐드 시장하고 맞먹을 정도로 커진 시장이 바로 디지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다. CPU 발열을 줄여주는 기술 등 전력 효율성도 고객 입장에선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예컨대 특정 경쟁업체의 보급형 워크스테이션 같은 경우 HP 제품의 전력 효율성이 60% 밖에 안 되는 제품도 있다. HP는 85%까지 전력 효율성이 나온다. 전력 효율이 나쁘면 돈이 새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뜨거워진 CPU 메모리를 식히기 위해 팬도 자꾸만 돌아가야 한다. 시끄러운 소리는 작업 효율성을 떨어트린다.

김병우: 공감한다. 서버 운영에 대한 고민이 많다. 사실 인텔이나 HP의 제품이 좋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제품이 조금 더 저렴하게 나오면 좋을텐데, 해외처럼 자본력을 갖춘 대형 스튜디오가 아니기 때문에 선뜻 비싼 제품을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서민성: 렌더링을 걸때 이빨이 빠진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중간에 한 장면이 렌더링에서 빠져 버리는 거다. 이러면 처음부터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 길게는 몇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비효율적이다. CPU 코어의 자원 배분을 자동화 해야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애초에 이런 부분을 튜닝해서 제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근본적으로는 효율서을 핸들링 할 수 있는 솔루션, 노하우가 콘텐츠 제작업체 입장에선 더 중요하다. 검색팀이나 다른 소프트웨어와 연관된 노하우가 중요하다. 포털쪽에서 적용하는 분산 기술등에서 상상이나 노하우를 일부 적용한다면 적어도 렌더링에서 이빨이 빠지는 것과 같은 부분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좌장: 이런 문제는 소프트웨어에서도 해결 가능한 것 아닌가.

위원식: 이 이슈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IT쪽에서 엔지니어와 아티스트를 구분하다보니 결합이 어려웠다. 아티스트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작업을 창의적으로 하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툴을 응용한다기 보다 쉽게 사서 쓰는 것을 채택했다. 그런데 기존 제공되는 툴은 한계가 있다. 이런게 작업에 비효율을 일으킨다.

두번째는 OS다. 국내서는 윈도 기반이 많지만 실제 해외에서는 80% 이상 리눅스 기반으로 작업한다. 리눅스가 작업속도나 안정도가 사실상 높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워낙 윈도 이미지가 강하다. 접근성이 높아서다. 그러나 그만큼 윈도는 인프라와 결합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하이엔드 제작을 하는 경우 성능이나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리눅스 기반 제작환경으로 가야한다.

마지막으로 렌더링 작업 방식도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은 레이어마다 각도를 별도로 뽑아서 따로 렌더링한 후 합성했다. 근데 지금은 레이어별로 렌더링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브러리 형태로 렌더링을 한다. 라이브러리 안에 레이어가 들어가 있고, 작업자가 원하는 것만 뽑아 오는 방식이다. 표준화와 오픈EXR환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퀄리티의 작품을 속도감 있게 작업할 수있는 환경이 구축될 거다.

■신제품 너무 비싸다 VS 비용 효율성을 따져라

좌장: 국내 대부분 스튜디오는 드림웍스나 디즈니같은 부자가 아니다. 굉장히 영세하다. 때문에 고가 제품을 무조건 추천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다.

서민성: 제작자 입장에선 아무래도 가격대비 효율성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브랜드의 신제품은 너무 비싸다. CG업체들이 먼저 이 기술을 채택할 때 하드웨어 제조업체로부터 어떤 베네핏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지금 가격으로는 CG업체가 CPU나 보드에 투자할 때 안타깝게도 새로운 기술을 바로 적용해 보는게 아니라 가격이 굉장히 떨어진 상태에서 가능하다. 이건 굉장히 큰 문제다.

정운영: 브랜드 완제품이 다소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효율성을 따져봤을 때 그렇게 비싼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캐드 작업을 한 후 CAE 작업(구조해석, 유체해석, 충돌해석)이 한 달이 이 걸릴수도 있고, 3일이 걸릴수도 있다. 문제는 작업 도중 시스템이 죽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시스템을 자체 구축할 경우 장비를 균일하게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한 장비만 잘 안맞아도 곧바로 시스템이 죽어버린다. 어마어마한 손실이다. 따라서 구입 당시에는 비쌀지 몰라도 2~3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

국내 콘텐츠제작업체들의 그래픽카드 교체 주기가 1년이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드림웍스랑 이야기 했을 때, 관계자는 영화 스토리가 결정이 되고 나면 그 이후부터 IT작업을 하는데 그 순간부터 작품이 끝날때까지는 장비 안바꾼다고 하더라. 일일이 그거 관리하면 손도 많이 들어가고, 다른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서다. 통일된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거다. 안정성 유지를 위해 딱 한번 사서 오래 쓰기 때문에 다소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장비를 구입한다는 얘기다. 또 최근 독일에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버를 하나 사서 계속해서 시스템을 켜놓았떠니 2년이 채 안되서 전기값이 서버값과 비슷하게 나온다고 하더라. 제품의 전력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제품 가격이 비싸다고 볼수만은 없다.

나승주: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하면 ECC(에러체크시스템)가 지원된다. 메모리에 에러났을 때 고쳐주는 거다. 미국 컨설팅 업체가 조사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대략 258메가바이트(MB)에서 750시간마다 한번씩 에러가 발생한다. 워크스테이션으로 따지자면 한달에 한 번정도고, 기본 16GB를 사용하게 되면 하루에 한번씩 발생하는 꼴이다. 에러가 발생하면 몇시간동안 작업한 내용을 모두 잃게 된다. 흐름도 깨진다. 복구에도 시간이 들어간다. 에러 발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싼 제품을 쓸 것인지, 애초에 비용이 좀 들더라도 효율성이 높은 제품을 살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좌장: 토론회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마이크를 플로어로 넘기겠다.

황치규 지디넷코리아 기자: 해외에서는 드림웍스 카첸버그 CEO가 나와 HP와 협업을 사례로 내놓기도 한다. 긴밀한 협력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지금 토론에서는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하드업체에게 원하는 바가 주로 이야기됐다. 반대로 긴밀한 협력을 위해 하드웨어 업체에서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에게 바라는 점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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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영: 소비자 요구에 맞는 기능을 보다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때문에 어떤게 필요한지 알려주면 우리가 그것에 집중해 좋은 기능이 들어간 제품을 만드는 장을 마련해보고 싶다. 그 외에도 한국의 우수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는 마케팅 작업도 콘텐츠 제작자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

위원식: 하드웨어와 긴밀하게 갈 거다. 콘텐츠 제작자들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한국만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플러그인이든, 파이프라인이든 간에 여기에 투자를 해줬으면 좋겠다. 오토데스크는 기본 베이스 툴을 제공하는 업체지만 이걸 업그레이드해서 돈을 만들어내는 곳은 제작업체다. 마야로 돈을 벌 수는 없었지만 아바타는 대박이 났다. 마야는 기본 툴킷 제공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지만 이걸 기반으로 연구개발해서 자기만의 색깔을 집어 넣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수한 툴을 개발해 우리와 협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