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갤럭시탭 폄하하는 진짜 이유

분기실적 발표장에서 “7인치태블릿은 너무작다” 강변

일반입력 :2010/10/19 11:30    수정: 2010/11/09 10:40

이재구 기자

“7인치(17.8cm)는 태블릿에서 고급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기에는 너무 작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자사 분기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아이패드의 경쟁제품인 삼성의 7인치 태블릿 갤럭시탭을 강하게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앞서의 발언에 이어 “아이패드도 이 때문에 그처럼 작은 사이즈로 만들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경쟁자들의 아이패드 견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스티브 잡스는 이날 “소비자들은 향후 6개월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안드로이드로 가동되는 더 작은 태블릿에 실망할 것”이라며 거듭 7인치 태블릿을 의식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발언이 유달리 주목을 끄는 이유는 자존심 강하기로 전세계 모든 CEO중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스티브 잡스에게서 나온 말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 그의 말에서 ‘7인치’태블릿이란 표현은 아이패드를 위협할 가장 유력한 주자로 떠오른 삼성의 ‘갤럭시 탭’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 있다.

IT업계에서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그의 자존심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안드로이드OS가 나오면서 아이폰을 견제하기 시작한 즈음 에릭 슈미트 구글 CEO를 만나기 전에 화를 내면서 빈센트의 가수 돈 맥클린의 플래티넘 앨범을 벽에 내던져 산산조각 냈을 정도다.

잡스의 애플 제품에 대한 강한 자존심은 아이폰4의 안테나 수신문제가 나올 때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가 억지로 항복해 환불을 약속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가 7인치 갤럭시탭으로 대표되는 7인치 태블릿에 이처럼 긴장하는 데는 실제로 아이패드가 예상외로 부진한 지난 6개월간의 예상외 실적 부진에 따른 초조함과 절박감도 숨어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외신은 “애플이 지난 7월부터 9월말까지 3개월 동안 아이패드를 420만대 밖에 팔지 못해 월가의 실망으로 이어졌다”며 “이는 호조의 실적을 발표에도 불구하고 장마감 후 애플 주가 6%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

물론 이미 실적 발표전에 애플의 주식이 10%나 오르면서 엄청난 애플의 실적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아이패드의 예상외부진은 변명할 여지없이 수치로 자명하게 나타났다.

결국 애플의 순조로운 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애플주가를 6%나 떨어뜨린 장본인으로 아이패드가 꼽힌 셈이다.

애플은 아이패드가 처음 도입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엔 330만대를 팔았다.

아이패드는 9.7인치(24.6cm)의 크기로 손으로 잡고 다니기엔 무겁다. 이 때문에 IT업계에서는 애플역시 내년에는 크기를 줄인 태블릿 PC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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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이같은 발언은 애플의 분기결산 보고서를 발표한 18일(현지시간) 나온 것으로서 이날 애플은 43억1천만달러의 이익(주당수익 4달러64센트)을 기록해 월가의 예상치를 넘어섰다. 지난해 동기 수익은 25억3천만달러(주당 2달러77센트)였다. 애플의 매출도 전년 동기 122억달러보다 67% 상승한 203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애플의 주식은 지난주 분기실적 발표를 앞두고 10% 상승한 끝에 주저앉았다.

애플의 4분기(7~9월) 이익상승의 최대 공신은 아이폰으로서 전년동기보다 91% 증가한 141만대나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