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중립성 논쟁, 美 이통시장 뒤흔든다

일반입력 :2009/09/24 08:53

황치규 기자

줄리어스 제나코스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의 넷중립성 강화 발언으로 미국 통신 시장이 들끓고 있다. 유선 인터넷는 물론 이동통신 서비스 업계도 폭풍전야에 휩싸였다.

제나코스키 의장 발언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통신 회사들은 자신들의 네트워크에 대한 통제권을 대부분 풀어야 한다. 이렇게되면 그동안 틀어쥐었던 권력을 내줄 수 있을 뿐더러 개방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 통신 네트워크에 들어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울고 웃을 수 밖에 없는 구글이나 스카이프 같은 업체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통신사들에겐 최악의 시나리오인 것이다.

그래서다. 통신 업체들은 벌써부터 FCC와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야당인 공화당도 FCC를 견제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그럼에도 제나코스키 FCC 의장은 '열린 인터넷'을 외치고 있다. 인터넷 진영도 "환영한다"는 메시지로 화답한다. 소비자 보호 단체들도 FCC를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논쟁의 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통신 업체들, 열어야 한다"

제나코스키 FCC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부루킹스연구소 초청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들이 인터넷에서 정보 흐름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망 중립성' 규정을 발표했다. 2005년 세워진 넷중립성 규정보다 강도가 세진게 특징이다.

FCC는 2005년 사용자들은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기기 선택에 대한 자유를 갖는다는 것을 골자로하는 망중립성 관련 4대 원칙을 내걸었다. 제나코스키 의장은 이번에 발표된 내용에서 정보차별 금지와 투명한 네트워크 관리를 추가했다.

제나코스키 의장의 발언대로 정책이 만들어질 경우 AT&T나 버라이즌, 콤캐스트와 같은 ISP들은 특정 콘텐츠나 프로그램, 서비스 유통을 차단하거나 속도를 떨어뜨릴 수 없게 된다.

네트워크 운영에 있어 제한을 받게된 ISP들이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유다. ISP들은 "제나코스키 의장이 제안한 원칙은 네트워크를 원활히 운영하는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는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제나코스키 의장의 발표는 유선보다는 이동통신 서비스 업계에 보다 강력한 충격파를 던지는 양상이다. 제나코스키 의장은 넷중립성 원칙은 유선 인터넷 네트워크 뿐 아니라 모바일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선 네트워크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자신들의 3G 네트워크에서 돌아가는 서비스나 콘텐츠에 통제력을 행사해왔던 이통 업계로선 날벼락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통업계, "무선과 유선은 다르다"

미국 이통 통신 시장의 양대산맥인 버라이즌과 AT&T는 제나코스키 의장이 제안한 넷중립성 정책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동통신 네트워크는 유선 인터넷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AT&T의 짐 치콘 부사장은 21일(현지시간) 씨넷뉴스를 통해 "FCC의 현재 4가지 넷중립성 원칙은 지지한다"면서도 "이동통신 시장은 대역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면 투자가 축소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동통신업체를 대표하는 산업단체인 CTIA도 FCC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CTIA는 "유선 인터넷은 수요를 감안해 용량을 구축할 수 있지만 이동통신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면서 "넷중립성은 이동통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넷중립성 지지자들은 새로운 규정이 이통 시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사용자들이  점점 모바일 기기를 통해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게 되는 만큼,  이통사들도 개방이란 대세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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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넷뉴스는 "기존 이통사들은 넷중립성 정책을 반대하지만 신규 업체들을 이를 지지할 수 있다"면서 4G 네트워크를 구축중인 클리어와이어를 예로 들었다. 구글, 인텔도 FCC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FCC는 제나코스키 의장이 제안한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인 규정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다음달 투표를 진행한다. 공이 어디로 튀느냐에 따라 업계 판세가 춤을 출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