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통시장, '넷중립성논쟁' 해법 찾나?

FCC, 인터넷전화 등 모바일SW 진입장벽에 대한 조사 나설 듯

일반입력 :2009/08/30 18:42    수정: 2009/08/31 13:21

황치규 기자

바야흐로 컨버전스 시대다. 이동통신 서비스와 인터넷의 융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융합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융합에 따른 업체간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인터넷 업체들은 PC뿐 아니라 휴대폰 시장에서도 사용자들이 SW와 서비스에 제약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반면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일부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네트워크 안정성을 침해할 뿐더러 자사 매출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진입 장벽을 세웠다.

그런만큼 두 진영간 갈등은 점점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해관계의 정면충돌이다. 사용자 선택권 침해 논란도 거세지고 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 가이드라인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와 관련한 교통정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서 주목된다.

이통사 정책은 경쟁을 침해했는가

FCC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열린 청문회에서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조사를 준비중임을 시사했다.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경쟁을 침해했는지를 파악해보겠다는 것이었다.

FCC의 행보는 이통사들과 크고 작은 갈등에 직면해 있는 구글, 보니지, 스카이프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이들 업체는 모두 웹을 통해 사용자들이 전화를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쓸 수 있게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들도 자신들의 SW와 서비스에 보다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게 이들 업체 주장이다.

인터넷 전화 시장은 이통사와 웹서비스 업체간 갈등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통사는 사업적인 이유로 인터넷 전화 사용을 제한하려 하고 있고 해당 업체와 시민 단체는 소비자 선택권을 앞세워 사업자와 정부에 족쇄를 풀어줄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대립이 크게 불거진 것은 세계 최대 인터넷 전화 서비스 업체 스카이프가 올해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면서부터다.

스카이프를 음성 전화 매출을 갉아먹을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이통사들은 아이폰용 스카이프가 나오자마자 견제구를 던졌다.

독일 도이체텔레콤 산하 T모바일의 경우 아이폰판 스카이프가 발표된 뒤 자사 3G 네트워크에서 인터넷 전화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T모바일이 운영하는 와이파이(Wi-Fi) 무선랜 핫스팟 지역에서도 같은 규정이 적용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에서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는 AT&T도 스카이프에 까칠한 입장이다. 미국의 경우 아이폰 사용자들은 와이파이(Wi-Fi) 무선랜을 통해서만 스카이프를 쓸 수 있다. AT&T 3G 네트워크에선 쓸 수 없다. 이에 대해 AT&T가 스카이프를 경쟁자로 보고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AT&T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반경쟁적이란 비판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상황은 그대로다. 스카이프는 최근 FCC에 "미국 이통사들이 수개월간 스카이프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FCC는 휴대폰 SW 개발자 및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판매 업체들을 초청해 이통사들이 스마트폰 SW와 관련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침해했는지에 대해 의견을 들은 상황이다. 외신들은 FCC가 이들을 통해 들은 의견을 2010년 새로운 규제를 세우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FCC는 지난달 31일 애플이 구글 보이스 인터넷 전화 서비스에 대해 앱스토어 등록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AT&T, 애플, 구글에 질의서를 보냈다.

구글 보이스는 구글이 2007년에 인수한 그랜드센트럴 가상번호 기반 음성통화 서비스에 기반한다. 구글 보이스 번호를 등록하면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음성통화, 음성메일, 문자전송 등을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이동통신업체를 바꾸더라도 동일한 구글 전화번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스마트폰사용자의 경우 구글 보이스를 통해 음성통화도 할 수 있어 기존 음성 통화료를 절약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구글보이스의 결합이 주목을 끌었던 이유다.

구글보이스가 아이폰의 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과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미국내 아이폰 독점 공급 업체인 AT&T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보이스가 AT&T 매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AT&T가 스카이프보다도 구글 보이스를 위협적으로 바라봤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애플은 FCC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구글은 PC와 마찬가지로 아이폰에서도 사용자들이 구글보이스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구글보이스 등록을 거부한 것은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애플은 구글보이스 거절과 관련해 미국내 아이폰 독점 공급 업체인 AT&T와 사전에 의견을 교환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독자적인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이통사들, "네트워크에 한계 있다"

AT&T 등 이통사들은 네트워크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전화나 동영상 같은 특정 애플리케이션들에 대해 문호를 활짝 개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네트워크 운영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인터넷 전화를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진하게 풍긴다. AT&T는 스카이프가 아이폰용 서비스를 내놓을 당시 경쟁 업체 서비스를 프로모션하지 않을 권리를 강조하며  문호를 개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AT&T 한 경영진은 "스카이프는 AT&T 서비스를 판매할 의무가 없다. 반대 상황은 왜 안되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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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와 인터넷 업체간 갈등은 유선 인터넷 분야에서 벌어진 넷중립성 논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넷중립성 논쟁은 케이블 서비스 업체 등이 P2P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방해할 권리를 갖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네트워크 중립성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런만큼 지난 미국 대선에서 통신 업체들은 공화당의 매케인을, 인터넷 업체들은 오바마를 지지하는 성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