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구글 아라폰, 페이스북서 부활하나

핵심 인력 3인방, 구글 비밀사업부 '빌딩8' 합류

홈&모바일입력 :2016/11/06 16:16    수정: 2016/11/06 16:22

구글에서 포기한 모듈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Ara)’가 페이스북에서 비밀 프로젝트로 되살아날 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구글이 아라 프로젝트를 폐기한 후 사업에 연관됐던 핵심인물 3명이 페이스북으로 이직해 비밀 프로젝트에 투입됐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씨넷에 따르면, 구글 아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라파 카마르고, 리처드 울드릿지, 블레이즈 베르트랑 등이 최근 페이스북의 비밀 사업부에 합류했다.

아라폰은 조립PC처럼 카메라, 스피커 등 각종 부품을 모듈화해 레고블록처럼 원하는 기능을 조합해 쓸 수 있도록 한 스마트폰이다.

구글 아라폰 개발자용 프로토타입 (사진=구글)

2012년 구글의 자회사였던 모토로라에서 시작된 비밀 프로젝트다. 구글은 아라폰 출시를 연기하다 지난 5월 개발자 행사인 ‘구글I/O 2016’에서 올 가을 개발자용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구글이 아라 프로젝트 자체를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라파 카마르고, 리처드 울드릿지, 블레이즈 베르트랑 등은 구글 아라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 엔지니어, 제조전문가 등이다. 이들은 현재 페이스북 본사의 ‘빌딩8’이란 건물의 사무실에서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한다.

페이스북은 최근 내슨트 오브젝트란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3D 프린터 등을 활용해 하드웨어 기기를 만드는 '모듈식 전자제품 플랫폼’을 개발해왔다.

이 내슨트 오브젝트 인력이 페이스북 빌딩8에 합류했다. 빌딩8은 지난 4월 설립된 페이스북 연구개발 조직으로, 페이스북의 향후 10년의 로드맵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이곳의 수장은 구글의 개발 책임자를 지낸 레지나 듀건이다.

페이스북 빌딩8은 360도 촬영 비디오카메라나 증강현실(VR),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 빌딩8은 다수의 구인공고를 내며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씨넷은 최근 올라온 약 50건의 페이스북 구인공고를 분석해 링크드인에서 빌딩8에 고용된 12명의 인물들을 찾아냈다.

이들은 산업디자인, 기계공학, 전자공학,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제조, 공급망, 고객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었고, 각 분야별 팀의 수장을 맡았다.

이는 페이스북의 빌딩8을 단순히 기상천외하고 흥미로운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조직으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각 분야들은 세밀하게 조직된 신제품 개발체계를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콘셉트잡기, 디자인, 생산, 출하, 하드웨어판매, 고객관리 등의 사업체계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빌딩8에 고용된 인물의 면면을 자세히 보면, 모바일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 빌딩8의 전자공학시스템 아키텍트 구인공고에 의하면, 모바일 프로세서, 센서 기술, 카메라 및 음향장치 관련 지식과 안테나 및 열량 디자인 등의 경력을 요구한다. 카메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커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구인공고는 5년 이상의 모바일 프로세서와 안드로이드 프레임워크 관련 경험을 요구한다.

또 다른 구인공고는 휴대폰 액세서리도 판매할 것이란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최근 페이스북 빌딩8에 고용된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먼저 리처드 울드릿지는 빌딩8의 최고운영책임자(COO)다. 그는 구글 아라 프로젝트의 운영을 맡았었고, 모토로라의 글로벌공급망관리를 4년간 책임지기도 했다.

라파 카마르고가 지난해 구글 아라폰 시제품을 공개하는 모습

라파 카마르고는 제품엔지니어링 수장이다. 구글 아라폰의 개발부 수장이었다. 구글을 떠나 아마존의 하드웨어 그룹이자 파이어폰을 개발한 랩126에서 1년6개월 간 근무했다. 모토로라에서는 13년 동안 드로이드, 레이저, 스타택 등 대표작 개발에 참여했다.

블레이즈 베르트랑은 크리에이티브 수장이다. 그는 모토로라에서 3년간 디자인을 맡았고, 디자인회사 IDEO에 근무했다.

비레시 루스타기는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수장이다. 구글 아라폰의 소프트웨어를 책임졌었다. 아마존에서 킨들파이어 태블릿, 셋톱박스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약 2년간 이끌었다. 이전엔 브로드컴에서 12년간 모바일 프로세서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나단 켈리는 글로벌 공급망 수장이다. 그는 소노스, 테슬라, HP(팜), 마이크로소프트, 소니에릭스 등에서 공급망을 구축했던 경력을 가졌다.

리치 헬리는 제조담당 수장이다. 그는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맥 등의 알루미늄 바디 대량생산 노하우를 가진 것으로 나온다. 테슬라에서 최근 3년간 제품기술 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푸르한 자파르는 모토로라의 ‘모토 메이커’ 공급망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모토 메이커는 스마트폰 후면과 버튼의 색상을 구매자 선택에 따라 맞춤생산, 공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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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맥큔은 시스템엔지니어링 수장을 맡고 있다. 그는 17년 간 모토로라에서 근무했고, 잠시 애플에서 일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각 조직의 수장뿐 아니라 고용책임자를 포함, 다수의 전직 애플 직원을 고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