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로봇 협업"…로보어드바이저 새바람

SW와 자산관리사 노하우 조합하면 효과↑

인터넷입력 :2016/07/27 14:13    수정: 2016/07/27 14:26

손경호 기자

인공지능이 세상에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게 로보어드바이저다. 자동화 알고리즘이 사람 대신 자산관리를 해주면서 사람 일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미국 웰스프론트, 베터먼트 등과 같은 핀테크 기업들이 선전하는 동안 국내서도 금융위원회가 직접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만들겠다고 밝힐 만큼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투자자문을 받고, 직접 투자까지 대행해주기도 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상당히 매력적인 서비스인 것은 분명하다. 반면 자산관리사들 입장에서는 밥그릇 측면에서 위협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와 자산관리사의 관계를 상극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진화 방향은 전문가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과거에는 없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와 사람이 협력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쪽으로 발전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진화 방향을 이렇게 보고 있다.

가트너는 최근 '로보어드바이저2.0' 시대가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회사가 운영 중인 웹사이트에 접속해 직접 선호도에 따라 투자계획을 짜고, 버튼을 클릭하면 알아서 투자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현재 로보어드바이저가 1.0으로 불린다.

이를 두고 가트너는 마치 사용자가 이케아 매장에서 사온 각종 자재로 가구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고 'DIY 로보어드바이저'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앞으로 다가올 2.0 시대는 자산관리사가 가진 고유 자산운용 노하우에 더해 고객관계관리(CRM) 애플리케이션, 각종 분석엔진까지 연동해 더 정확하게 투자자의 선호도를 반영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돕게될 것이라고 가트너는 전망했다.

PC나 노트북은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도 실시간으로 나의 자산 관리 내역을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2.0시대의 필수조건이다. 한번 투자자문을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산관리사와 개인 투자자 간 상호작용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1.0 시대에는 사람 관리사가 설 자리가 없었으나 2.0 시대는 자산관리사가 로보어드바이저라는 툴을 활용해 더 검증된 투자자문과 자산운용을 해 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자산관리회사 입장에서도 2.0 시대는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전까지 자산관리에 드는 IT비용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관리회사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자산관리사가 이끄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 IT비용 최적화하는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으로 가트너는 내다봤다.

가트너는 자산관리사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를 이끄는 로보어드바이저 2.0 시대가 온다고 내다봤다.(자료=가트너)

그동안 이런 회사들은 과거에 구축됐던 레거시 인프라에 대한 유지비용 탓에 새로운 디지털 채널을 발굴할 여력을 갖지 못했다. 자산관리사와 로보어드바이저의 조합으로 IT비용을 줄여 고객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로보어드바이저 1.0은 개인 투자자가 직접 해당 서비스를 활용해야하는 만큼 정교한 투자전략을 세우도록 돕는데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투자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특정 기간 투자가 이뤄진 뒤에 이를 재조정하는 리밸런싱,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 등을 알아서 처리해 주지만 대신 전반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거나 조금 더 복잡한 세금 관리 계획 등에 활용하기는 어렵다. 자산관리사가 이러한 역할을 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분석 비용, 시간을 낮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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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너는 2.0 시대를 자산관리사가 이끄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의미했다면 그 이후에는 개인 투자자와 자산관리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3.0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자와 자산관리사 사이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로보어드바이저가 이를 판단해 투자를 집행하는 진정한 의미의 '협업툴'로서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서는 증권사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주목한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관련 핀테크 스타트업과 협력해 '로보어드바이저 글로벌 자산 배분' 솔루션에 이러한 기술을 도입했다. 올해는 NH투자증권이 내놓은 'QV로보어카운트'가 등장했으며, 현대증권(현대able로보랩), 한국투자증권(한국투자로보랩), 삼성증권(삼성로보어드바이저) 등 증권사들이 잇달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내놨다. 은행권에서도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했으나 아직은 수익률을 검증받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