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에도 '앱스토어 생태계' 열린다

뉴지스탁, 알고리즘 투자 프로그램 거래 장터 공개 예정

인터넷입력 :2016/07/26 09:22    수정: 2016/07/26 10:15

손경호 기자

주식 투자에도 '앱스토어 모델'이 통할 수 있을까? 주식 투자 노하우를 담은 앱을 공개 거래하는 장터가 등장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핀테크 스타트업인 뉴지스탁. 뉴지스탁은 머릿 속 주식 투자 전략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직접 운용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을 사고 팔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하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그 동안 개미투자자들이 투자 정보를 얻기엔 한계가 적지 않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발간한 보고서, 온라인 커뮤니티나 각종 현안에 대한 뉴스, 이마저도 아니면 어떤 주가 좋다더라는 입소문이나 테마주 등에 주로 의존했다. 그나마 차트를 분석할 수 있는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액셀로 통계를 내는 정도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뉴지스탁은 일부 전문 투자자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알고리즘 기반 투자를 일반 투자자들도 손쉽게 만들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고안해 냈다. 수익률이 좋은 프로그램은 플랫폼 내에서 유료 앱을 다운로드 받는 것처럼 다른 투자자들이 구매해서 활용할 수도 있다.

■ "하반기 중 '젠마켓 오픈 계획"

최근 서울 여의도 옐로금융그룹 사옥에서 만난 문경록 뉴지스탁 공동대표는 일반 투자자가 어떤 투자 전략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일이 주식을 매도, 매수해보고, 결과를 확인해봐야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만 했다고 말한다. 더구나 거래소에 상장된 종목들 중 4분의1만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통해 분석, 평가가 이뤄진다. 나머지 대부분은 제대로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경록 뉴지스탁 공동대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회사는 상장된 전 종목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뉴지랭크를 내놓은데 이에 이달 초 주식 기반 맞춤형 로보어드바이저인 '젠포트'라는 서비스를 오픈했다. 뉴지스탁은 전 종목에 대한 과거 거래데이터, 각 상장사별 제무정보 등 160여개 수치화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사용자들이 직접 머릿속에 들어있는 투자 전략을 알고리즘으로 만든 뒤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테스트해 보는 방법으로 수익률을 검증해 이후 투자에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부터는 개인투자자들이 젠포트를 통해 직접 만들어 낸 알고리즘을 올리면 다른 투자자들이 이를 구매해 자신만의 투자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 활용할 수 있는 '젠마켓'을 서비스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직접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가진 로보어드바이저를 만들거나 남들이 만든 로보어드바이저를 써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뉴지스탁은 젠포트와 젠마켓을 통해 마치 개발자들이 만든 앱들을 앱스토어에서 누구나 유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쓸 수 있듯이 준전문가 수준의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고안한 알고리즘을 사고 팔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 현재 800여 알고리즘 확보…이를 토대로 인프라 구축

뉴지스탁의 기술력을 책임지는 인물은 문홍집 공동대표다. 그는 MS-DOS 시절, 대신증권 최고정보책임자(CIO)로 근무하면서 전 세계 최초로 윈도에서 쓸 수 있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인 '사이보스(CYBOS)'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2001년 비즈니스위크 선정 아시아의 스타 50인에 선정됐고, 이후에도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대신투자신탁운용 대표 등을 역임한 증권업계 전문가로 꼽힌다. 그의 아들이자 사업파트너인 문경록 공동대표가 기술 개발 외에 전반적인 회사 운영을 맡았다.

현재 젠포트와 젠마켓은 주요 증권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API를 활용해 유료로 서비스 되는 중이다. 해당 증권사 고객이 부가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더 내면 고객들이 나만의 투자전략을 손쉽게 설정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뉴지스탁은 하반기에는 이러한 서비스를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젠마켓에는 800여개 알고리즘이 쌓여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초기단계라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이후에는 알고리즘을 제공한 투자자를 위한 보상체계, 이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금체계를 하반기 중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문경록 대표는 "일반 투자자들 중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투자자는 5%도 안 될 것이지만 이들이 좋은 알고리즘을 판매해 수익을 얻고, 이 알고리즘을 구매한 투자자들이 더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선순환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아예 웹사이트에 알고리즘 투자를 위한 코딩창이 뜨는 퀀토피아(quantopian.com)나 디자인적으로 신경을 썼지만 수익률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알고리즘을 거래하는 모티프인베스팅(motifinvesting.com)과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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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록 대표는 "이들 서비스가 미국을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뉴지스탁의 경우 사용편의성을 개선하면서도 알고리즘을 검증해 볼 수 있는 모델을 취했다"고 밝혔다.

뉴지스탁은 2012년부터 서비스를 런칭한 뒤 2014년에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적지 않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를 수익모델과 연결시키지 못해 사라져버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는 2013년 2억2천만원에서 2014년 4억3천만원, 지난해에는 8억8천만원 매출을 올리면서 매년 2배 성장을 기록하는 중이다. 중국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런칭한데 이어 내년에는 중국 현지에 직접 진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