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쇄신위한 연말인사 키워드는?

사업재편·실적부진 '칼바람' 예고

카테크입력 :2015/11/24 16:25    수정: 2015/11/24 16:35

김태진, 송주영, 정기수, 정현정 기자

·재계의 연말 인사가 초읽기다. 이번 주 LG그룹을 시작으로 내달 초 삼성과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의 내년도 경영전략의 척도가 되는 인사가 연이어 단행된다.

올해 4대 그룹사의 주력 계열사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다, 사업 재편 및 구조조정,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등 대내외적인 요인까지 더해져 이번 연말 인사에서 예년보다 큰 폭의 물갈이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그룹의 경우 오너 복귀와 3세 경영인의 전면 부상 등에 따른 친정체제 강화와 세대교체도 가속화될 조짐이다.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사업 재편 나선 삼성, 인적 쇄신 폭 클 듯

24일 재계에 따르면 다음달 초로 예정된 올해 삼성그룹의 인사는 쇄신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실적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내년 글로벌 경기 전망 역시 불투명한 점도 인사 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삼성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적극 나서며 임원 수도 20~30%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승진 인사도 전년대비 20% 가량 줄었지만 이후에도 실적이 저조해 승진 인사를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원 일부가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승진자도 최소화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룹의 콘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 임원 축소설도 나오고 있다. 삼성이 지난해부터 화학 계열사 등을 매각하며 사업재편을 단행한 만큼, 그룹 미래전략실의 역할도 조정이 필요해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조정폭은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큰 폭의 인사이동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연말 인사를 통해 '이재용 시대'를 이끌어나갈 인재들의 윤곽도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그룹 인사는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사업부장 임원의 교체폭이 컸다. 무선사업부는 전략마케팅실장, 글로벌운영실장, 개발담당 등 3명의 사장이 교체됐다.

이에 반해 올해 일부 사업부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인사로 교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 사장 등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어려운 사업환경 속에서도 내부 살림을 잘 챙기며 신망을 쌓아 중책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삼성그룹 인사는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임을 감안해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좀 더 체제 전환기에 접어든 그룹의 방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 시기는 더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 정의선 체제-제네시스 브랜드 안착에 방점

현대차그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내달 25일을 전후해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올해 관전 포인트는 그룹의 사활을 건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을 위한 체제 강화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장 안착을 위한 인적 보강은 물론 제네시스 출범을 통해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보좌하기 위한 추가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에게 힘을 받쳐줄 수 있는 젋은 세대들이 전면에 부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 부회장과 동문인 장원신 부사장(해외영업본부장), 김걸 부사장(기획조정 1실장), 이용우 부사장(HMB법인장)은 물론 직접 영입한 조원홍 부사장(마케팅사업부장), 피터 슈라이어 사장,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 등의 거취가 주목받는 이유다.

제네시스 브랜드 선포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사진=지디넷코리아)

한때 14명에 달했지만 9명으로 숫자가 줄어든 부회장단에서도 승진자가 나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의 측근을 전진 배치하며 향후 조직 다지기를 위한 추가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포스트 양웅철'로 회자되며 그룹 내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권문식 부회장과 고성능차 개발을 뒷받침할 김해진 부회장, 정 부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부회장 등이 주요 인사로 분류된다.

올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실적 부진과 품질 논란 등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사장단급 인사를 수시로 단행해 온 만큼, 연말 인사에서 문책 인사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신종운 현대차 품질담당 부회장과 안병모 기아차 북미총괄 부회장이 자리를 비웠고 중국법인에 대한 인사도 최종적으로 김태윤 상근자문을 사장에 재차 불러들이며 마무리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과거 전례를 감안할 때 연말 정기인사는 승진 인사가 주축을 이룬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에 전사적인 힘을 싣기 위한 체제 강화는 물론,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싣고 있는 연구·개발(R&D) 분야의 승진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 무게중심 텔레콤→하이닉스 이동

SK그룹은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귀한 최태원 회장의 지배구조 및 기업구조 개편 여하에 따라 인사 폭의 크기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업계에서는 그동안 SK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SK텔레콤 위주에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분야로 그룹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어, 이에 따른 인사 개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 면에서도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각각 1조8천251억원과 5조1천95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외형적으로도 상황이 역전됐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이 경영복귀 직후 주요 관계사 CEO들을 소집한 ‘확대경영회의’에서도 투자가 시급한 반도체분야에 현재 건설 중인 공장의 장비투자와 2개의 신규공장 증설 등 46조원의 통 큰 투자방안을 우선 제시한바 있다.

실제, SK그룹은 24일 OCI 머티리얼즈 지분 인수를 발표하고 반도체 소재 사업을 확대한다. 또한 이를 통해 향후 글로벌 기업과의 사업제휴와 함께 중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업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변화를 꾀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따라서 올 연말 SK그룹의 인사도 그룹 내 위상이 한껏 높아진 SK하이닉스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등 SK그룹에서 미디어 플랫폼 분야를 향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향후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에 대비해 어떤 인사가 단행될지가 관심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경우 CEO를 교체한 지 불과 1년 밖에 되질 않아 큰 폭의 변화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따라, 그룹내에서 어느 정도의 파격을 줄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 전자 부진 속 에너지·자동차 부품 기업으로 활로 모색

LG그룹은 오는 26~27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가장 먼저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예년처럼 계열사별로 사장단 및 임원인사, 조직개편이 함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LG 인사는 실적 부진 돌파구를 찾는 동시에 내년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조직 개편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인사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실적 부진에 빠진 주력계열사 LG전자다. 최근 스마트폰 사업이 6분기 만에 적자전환했고 핵심 사업 중 하나인 TV 사업도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다만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조준호 MC사업본부장 사장과 TV 사업을 맡고 있는 권봉석 HE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업부 수장으로 임명된 만큼 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을 묻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많다.

또 LG전자 사업부문 중 유일하게 호실적을 내고 있는 생활가전 분야의 조성진 H&A사업본부장 역시 유임이 유력하다. 이우종 VC사업본부장 사장의 경우에도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자동차 부품 사업을 빠르게 성장궤도에 진입시키고 있어 4개 사업본부장이 전부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LG 인사는 자동차 부품, 에너지 솔루션, 빌트인 가전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 육성을 위한 조직 및 개편에 맞춰 단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LG전자는 이미 MC 사업본부 인력을 줄여 VC 사업본부를 보강하는 등 인력 재배치 작업을 진행해왔다.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스마트폰 시장 대응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0년 LG전자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구 부회장은 취임 이후 스마트폰 사업 위상을 회복하고 올레드 TV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자동차 부품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만 그룹 후계구도와 관련해 구 부회장이 LG전자에서 빠져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할 수 있는 지주회사인 LG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만큼, 구 부회장의 거취가 LG그룹 사장단 인사의 상당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룹 안팎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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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퇴임설과 함께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의 부회장 승진 및 이동 가능성 등도 거론하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호실적을 내고 있는 전자 계열사의 경우 유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의 전무 승진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 올해 38세인 구 상무의 경우 지난해 4월 LG전자에서 LG의 시너지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6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상무로 승진했다.

김태진, 송주영, 정기수, 정현정 기자tjk@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