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 이공계 학생들에 SW 가르쳐보니...

이민석 교수가 말하는 국민대 SW 융합교육 실험

컴퓨팅입력 :2015/06/25 08:23    수정: 2015/06/25 13:54

국민대는 올해 1학기부터 전공을 불문하고 모든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SW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대학 분위기를 봤을 때 국민대의 행보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다.

이제 한 학기가 끝난 지금 국민대의 실험은 어떤 중간 평가를 얻었을까?

최근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이민석 교수를 만나 한 학기 동안 비(非) 이공계 학생들에게 SW를 가르친 경험담을 들어봤다.

국민대는 올해부터 신입생들에게 SW수업을 두 학기에 걸쳐 필수로 이수하도록 했다. 이번 학기에 학생들은 엑셀을 이용해 데이터를 넣어 계산을 하고 데이터를 분류하는 방법을 배우고 MIT가 개발한 기초 프로그래밍 언어 스크래치를 익혔다. 다음학기에는 실제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선을 배우게 된다.

한 학기 동안 SW 수업을 들어본 학생들에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민석 교수에 따르면 비 이공계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62%의 학생들이 SW를 배운 것에 "매우 긍정적이거나 해 볼만 하다"고 응답했다. 38% 정도는 "SW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응답했다.

SW 수업의 재미를 묻는 질문에는 52%의 학생이 "재미 있었다"고 답했고 나머지 48% 중 "그냥 그랬다"라는 학생과 "별로 재미가 없었다"고 응답한 학생이 반반 정도로 나뉘었다.

많은 학생들이 SW수업을 통해 SW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재미를 느꼈다고 응답한 것은 국민대에게 꽤 의미 있는 결과다. SW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것이 국민대가 비 이공계 학생들에게 SW를 가르치는 이유이자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이민석 교수는 “국민대가 비 이공계 학생들에게 SW를 가르치는 이유는 이 학생들을 개발자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소프트웨어를 잘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교육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학생들이 SW를 접해 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민석 교수의 생각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SW가 모든 산업에서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SW적인 분석이나 접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며 "학생들이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 간에 그 일을 하는데 있어서 SW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켠에 가지고 있으면 우리 교육은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학기 동안 SW를 가르쳐 보니 처음엔 예상치 못했던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쉽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나 스탠포드에서 비 이공계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 컴퓨터사이언스(CS) 수업의 난도는 꽤 높다. 첫날에 스크래치로 개념을 익혔다면 다음날 바로 파이선으로 숙제를 내주는 식이다. 한 3주 정도 지나면 전공자들이 2학년 때 배우는 자료구조알고리즘 같은 숙제도 내준다고 한다.

국내 대학들 중에는 하버드나 스탠포드의 인기 기초CS 수업을 벤치마킹하려는 곳이 많다. 하지만 실제 한 학기 수업을 진행해 본 결과 그보다 훨씬 더 쉽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경험이다.

국민대는 스크래치 수업을 초등학생 수준으로 만들어진 동영상을 가지고 진행했는데 이것도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은 초등학교에서 스크래치를 가르치는 것보다 좀 더 쉽게 만들고 차츰 수준을 높여 더 고난도까지 가도록 교육내용을 만들었다.

이 교수는 "생각보다 파일이나 폴더의 개념을 모르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처음에 굉장히 어려워하고 벽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는 초중고에서 SW교육이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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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도 생겼다. SW가 모든 산업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다음학기에는 예술대나 경상대 등 각 그룹 별로 그 분야의 선배들 중 SW를 하는 사람을 섭외해서 이 산업에서 왜 SW가 중요한지 얘기를 들려주는 시간도 가질 계획이다.

또 이 교수는 "학생들이 스크래치를 통해 뭔가 입력을 하면 그림도 바뀌고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재미를 느끼니 꽤 높은 수준의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재미가 동기를 일으켜 줄 수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스크래치나 엔트리 같은 기초 프로그래밍 도구에 하드웨어를 같이 엮어서 수업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