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릭슨 LTE 소송, 흥미로운 세 가지 이유

며칠 전까지 한편 사이…이례적 프랜드 공방도 관심

일반입력 :2015/01/16 16:28    수정: 2015/01/17 11:0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안드로이드 진영과 특허 전쟁 때 한 편에서 싸웠던 애플과 에릭슨이 이번엔 LTE 표준특허권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싸움을 건 것은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에릭슨을 상대로 한 특허 소송을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접수했다.

이번 소송에서 애플은 에릭슨의 LTE 특허권이 필수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자신들이 관련 특허권을 침해하지도 않았다는 선언적 판결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틀 뒤에는 에릭슨의 맞불을 놨다. 지난 14일 ‘특허권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에 애플을 제소한 것. 에릭슨은 프랜드(FRAND) 관련 선언을 해 달라는 흥미로운 요청을 했다.

프랜드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ion)’이란 말의 약어로 주로 필수표준특허권 행사 때 적용되는 규정이다.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가 제정한 특허기술 관련 조항에 포함되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 어제의 동지, 오늘은 적…소송 지역 놓고 공방

두 회사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직후인 지난 2008년 특허권 협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지난 해말 종료됐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라이선스 계약을 다시 해야 한다. 하지만 두 회사는 라이선스 조건에 이견을 보이면서 결국 소송으로 치닫게 됐다.

이번 소송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건 두 회사의 미묘한 관계다. 애플과 에릭슨은 며칠 전만 하더라도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특허 소송에서 힘을 합했던 사이다.

두 회사는 지난 2011년 노텔 특허권을 인수하기 위해 결성된 록스타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했다. 이후 44억 달러에 노텔 특허권을 인수한 뒤에는 구글,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을 제소했다.

이 소송은 지난 해 말 특허 클리어링 하우스로 유명한 PRX가 록스타 특허권을 인수하면서 마무리됐다.

소송 지역을 둘러싼 공방 역시 흥미롭다. 먼저 소송을 건 애플은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을 택했다. 반면 맞제소를 한 에릭슨은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잘 아는 것처럼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은 미국 내에서 특허권자들의 승소율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특허 괴물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에릭슨이 특허 괴물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특허권자인 만큼 승소율이 가장 높은 곳을 택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노텔 특허권으로 촉발된 록스타와 안드로이드 진영간 특허 소송 때도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과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을 놓고 팽팽한 공방을 벌인 적 있다.

■ 특허권자 에릭슨의 'FRAND 요율' 판결 요구 이례적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소송의 성격이다. 이번 소송에서 에릭슨은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에 프랜드 규정에 근거한 라이선스 요율을 결정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와 관련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는 “그 동안 프랜드 규정에 근거한 라이선스 요율을 결정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은 주로 특허권을 활용하는 기업들었다”면서 “내가 아는 한 대형 소송에선 특허권자가 이런 요청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포스페이턴츠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에릭슨이 소송에서 이길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란 것.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에서 소송을 계속하기 위한 전략이란 것이 포스페이턴츠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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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먼저 제기한 애플은 에릭슨 LTE 특허권에 대한 선언적 판결을 요구했다. 이틀 뒤 행동에 나선 에릭슨 입장에선 더 강도 높은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애플이 제기한 소송에 병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엔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맞제소 사건으로 다뤄지게 된다. 이는 특허권자인 에릭슨에겐 그다지 좋은 시나리오는 아니다. 따라서 사건이 병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한 요구를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설명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