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게임 죽이기 나선 韓 정부, 과거엔…

일반입력 :2013/10/27 09:14    수정: 2013/10/27 15:03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과 규제를 균형 있게 추진하겠다던 정부가 이제는 규제에 초점을 맞춰 오락가락 하는 정책과 기조를 보여 국내 게임업계를 큰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진흥을, 다른 한쪽에서는 규제를 주장하면서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때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한류 바람을 일으킨 애국자가 됐다가도, 단숨에 마약을 파는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이 국내 게임인들의 현실이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08년 12월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게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게임산업진흥 제2차 중장기계획 발표’를 통해 2012년까지 세계 3대 게임 강국 도약을 목표로 3천5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나아가 2012년까지 국내 게임산업 시장 규모를 10조원, 수출 규모 36억 달러를 달성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다. 또 유 전 장관은 2009년 6월 글로벌게임허브센터 개소식에서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보다 진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게임산업 진흥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내 게임산업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가운데서도 빠르게 성장했다. 환율이 상승한 시기 오히려 외화벌이에 효자 역할을 하며 침체된 국내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역군으로 맹활약 했다.

하지만 신바람 난 성장을 보였던 국내 게임산업은 현재 위기에 빠진 분위기다. 심지어 “한국 게임산업은 죽었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사용된다. 정부가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강제로 제한한 데 이어, 이제는 4대 중독법으로 규정함으로써 게임산업의 발목을 묶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이에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구 한국게임산업협회) 홈페이지에는 죽음을 뜻하는 근조 표시가 그려져 있다. 협회는 정부가 창조산업인 게임을 중독산업으로 몰아붙인다면서 이를 두고 구한말 쇄국정책에 빗대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남경필 협회장(새누리당)이 게임을 4대 중독으로 규정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지적한 것.

2012 게임백서에 따르면 작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8% 성장한 9조7천525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수출 규모도 전년에 비해 11% 증가해 26억3천891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 규모만 놓고 볼 때 당초 정부가 제시한 게임산업 중장기계획 목표치를 거의 달성했지만, 수출 규모에서는 약 10억 달러나 부족하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국내 게임산업이 목표만큼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지원 부족 때문이란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진흥과 규제를 나눠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사실상 규제에 무게가 실리면서 초래된 결과라는 것.

게임산업에 대한 각 정부 부처 간의 이견과 힘 겨루기식의 오락가락 정책도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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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고흥길 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도 과거 자신의 사위가 게임 개발자라고 밝히면서 게임 종사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노력하는지를 설명했었다”며 “일부 게임의 부작용으로 게임산업 전체를 마약과 같이 치부한다면 고 전 위원장 사위를 포함해 게임업계 종사자 모두를 마약상으로 몰아넣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인촌 장관 시절부터 정부는 게임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강조했지만 현실은 규제에만 혈안이 돼 있다”면서 “중국 등 다른 나라 정부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 정부는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만 몰두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