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위헌 소송…시달리는 방통위

일반입력 :2011/02/16 17:16    수정: 2011/02/16 17:45

정현정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잇따른 위헌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미네르바 사건에 기소 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010 번호 통합 문제와 방통위 설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터넷 게시물을 심의해 온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위헌 논란에 휘말렸다.

■쓰레기 시멘트 논란에 방통심의위 흔들

서울고등법원은 15일 인터넷 게시물 심의 근거가 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는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가 ‘쓰레기 시멘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삭제되자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 조항은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 요구’를 방통심의위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전한 통신윤리라는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해 가치관과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명확성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최병성 목사는 지난 2009년 포털 사이트 다음 블로그에 ‘국내산 시멘트가 제조 과정에서 폐기물이 사용돼 발암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으나 방통심의위는 한국양회공업협회 등의 신청을 받아들여 다음 측에 삭제를 요청했다.

이에 최목사는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방통심의위는 “심의위가 민간 독립기구이고 시정요구는 권고에 불과해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중이다.

■미네르바 ‘무죄’, 010 통합 ‘반대’ 줄줄이…

지난해 12월에는 ‘미네르바’ 기소에 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인터넷에 허위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건 결정문에서 “전기통신기본법은 형벌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떤 행위가 공익을 해할 목적인지 사안마다 다르고 법률전문가라도 알기 힘들다”라며 “해당 법 조항이 법의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돼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박 씨는 지난 2008년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외환 보유고가 고갈돼 외환 업무가 마비된다는 등의 허위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헌법 소원을 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시민단체들이 방통위의 010 번호통합 정책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공권력이라며 헌법재판소에 01x 이용자를 차별하는 010 통합정책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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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기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대표는 “방통위의 010 번호통합 계획과 번호이동 차별적 운영은 적법한 근거도 없이 01x 이용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위헌적 공권력 행사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위헌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방통위 설치에 근거가 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한 개정 요구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돼 방통위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