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특허' 핵심 건드린 삼성-애플 소송

美 주요 기업들이 삼성 편들고 나선 이유

데스크 칼럼입력 :2015/07/21 18:39    수정: 2015/08/14 11:2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흔히 특허 소송 같은 대형 사건이 있을 땐 ‘승패’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삼성이 특허 침해했다고? 그렇다면 애플이 이긴거구만.” 같은 결론을 쉽게 내는 겁니다.

하지만 법적 분쟁이란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복잡한 논리와 법 이론이 동원되기 때문입니다. 2012년 이후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삼성-애플 간 특허 소송이 대표적입니다.

1심에선 삼성이 완패했습니다. 10억5천만 달러 배상금을 부과받았을 정도입니다. 배심원들은 ‘고의로(willfully)’ 특허 침해했다면서 징벌적 제재까지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항소심에선 ‘트레이드 드레스’ 부분이 무죄로 판명됐습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특정 제품의 모양이나 크기, 색깔 등 고유한 분위기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1차 소송 당시 애플은 삼성이 둥근 모서리를 비롯한 아이폰 특유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침해했다고 주장해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냈습니다.

삼성과 애플간 특허소송이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손해 배상금 산정 기준에 관한 공방으로 확대되고 있다.

잃어버린 수익을 어떻게 산정할까

그런데 여기 또 다른 이슈가 남아 있습니다. 삼성이 디자인 특허권 침해로 애플에 부여받은 배상금이 과하다는 주장입니다. 여기까지 들으신 분들은 “또 삼성 편드는구만”이라고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편견은 잠시 내려놓으시고 찬찬히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삼성이 1심에서 애플 디자인 특허권 침해로 부과받은 배상금이 약 5억9천만 달러에 이릅니다. 배심원들이 애플 디자인 특허 침해를 통해 삼성이 올린 수익 전체를 기준으로 배상금으로 부과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배심원들의 배상금 계산 방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닙니다. 미국 특허법 289조를 근거로 했습니다. 잠시 그 조항을 살펴볼까요?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윤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미국 특허법 289조)

삼성에 부과된 디자인 특허 침해 관련 배상금은 이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5천4천8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배상금은 이런 방식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그렇다면 특허 침해 소송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피해 계산은 어떤 기준을 따를까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잃어버린 수익(lost profit)이란 기준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특허 침해로 손해 본 금액을 배상해준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합리적 로열티(reasonable royalty)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원고와 피고가 침해 행위가 있기 전 로열티 협상을 했을 경우 적용됐을 금액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산정한다는 거지요.

삼성과 애플 간 소송에선 ‘잃어버린 수익’이 중요한 기준이 됐습니다. 여기서도 복잡한 계산 방법이 적용됩니다. 잃어버린 수익(a)을 계산한 뒤 피고가 다른 기술을 사용해서 제품을 생산했을 경우 얻었을 수익(b)을 또 다른 변수로 사용합니다. a에서 b를 뺀 것을 피고가 실제로 입은 피해로 간주하는 겁니다.

배심원들은 이런 기준을 토대로 특허 침해 기기로 삼성이 올린 수익의 40% 가량을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그 기준을 적용한 금액이 현재 삼성에게 부과된 배상금입니다.

전체 수익 기준 땐 혁신 말살 비판 거세

당연히 삼성은 이런 배상금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삼성 뿐만이 아닙니다.

구글, 페이스북, 휴렛패커드(HP), 델, 이베이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IT 기업들도 일제히 삼성 쪽 편을 들고 나섰습니다. 간단한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을 때도 전체 수익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겁니다.

물론 삼성도 지난 5월 끝난 항소심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법원은 “그 문제는 정책과 관련된 것”이라면서 “(디자인 특허 배상 범위는) 의회에 가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판결했지요.

어쩌면 항소법원으로선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법원은 의회가 제정한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특허법이 엄연히 디자인 특허에 대해 ‘전체 이윤 상당액을’ 배상하도록 하고 있는 상황에선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거지요.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은 앞으로 이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대법원까지 가게 될 지도 모를 이번 소송은 어쩌면 미국에서 디자인 특허 침해와 관련한 배상금 산정 기준이 될 중요한 판례로 이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철저한 상고 허가제가 적용되는 미국이지만, 이번 소송은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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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삼성과 애플 특허 소송이 디자인 특허 침해와 관련한 새로운 판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보세요? 한번 판단해보세요.

법에 대해서 잘 모르신다구요? 상관 없습니다. 법이란 게 어차피 인간의 상식 위에 구축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식대로 판단해보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