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弗 폭탄' 맞은 애플 기사회생…이유는?

美 법원 "특정 특허침해 때 전체 제품가격 적용 부당"

홈&모바일입력 :2015/07/09 09:40    수정: 2015/07/09 10:1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지난 2월 5억 달러란 거액의 배상금 폭탄을 맞았던 애플이 기사회생했다. 1심 재판을 담당한 판사가 “배상금 산정이 잘못됐다”면서 새로운 재판을 하라고 명령한 덕분이다.

아스테크니카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의 로드니 질스트랩 판사는 8일(현지 시각) 배심원들이 애플에 부과한 배상금은 잘못 계산됐다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텍사스 동부법원 배심원들은 지난 2월 특허 전문 기업 스마트플래시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5억3천290만 달러 배상 평결을 했다. 애플이 아이튠스에 사용한 저작관관리시스템(DRM) 기술이 스마트플래시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배심원들의 판단이었다.

애플이 아이튠스 관련 특허권 소송에서 기사회생했다. 사진은 아이튠스 라디오 발표 장면. (사진=씨넷)

하지만 질스트랩 판사는 “배심원들에게 잘못된 지침을 내렸다”면서 “오는 9월 배상금 문제만 놓고 다시 재판을 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이와 함께 질스트랩 판사는 애플이 고의로 스마트플래시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배심원 평결도 뒤집었다. 애플의 특허 침해에 고의성은 없다는 것이 질스트랩 판사의 판결 요지였다.

이에 따라 애플은 오는 9월 새롭게 열릴 재판에선 배상금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 '전체시장 가치 규칙' 적용한 부분이 문제

5억 달러 이상의 거액 배상금을 부과한 배심원 평결을 뒤집고 새로운 재판을 하라고 판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당연히 “왜”란 궁금증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례적인 판결이 나온 것은 평결불복심리 과정에서 ‘전체시장 가치 규칙(entire market value rule)’을 적용한 부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때문이다. 전체시장 가치 원칙이란 완제품 판매 가격에 로열티를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질스트랩 판사는 “스마트플래시조차 전체시장 가치 규칙을 적용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새로운 재판이 필요하다는 애플 주장에 동의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재판에서 제기된 배상금 산정 기준 문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첨단 제품 소송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문제는 삼성과 애플간 소송 때도 제기된 바 있다.

애플과 스마트플래시 간 특허 소송이 열리고 있는 텍사스 동부지역법원. (사진=텍사스 법원)

이를테면 ‘밀어서 잠금 해제’ 같은 특정 특허권을 침해했을 경우 아이폰 전체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손해 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아이폰처럼 복잡한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대법원에서도 ‘전체시장 가치 규칙’ 대신 ‘할당 규칙(apportionment rule)’을 적용한 사례도 있다. 할당 규칙이란 특정 특허권이 제품 전체에 기여한 부분을 산정한 뒤 그것을 토대로 로열티를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질스트랩 판사의 판결문에서도 이 부분이 언급됐다. 그는 판결문에서 “(전체 제품에서) 특허권이 있는 기능과 없는 기능을 감안한 뒤 (특허 침해로 취득한) 피고의 이익과 특허권자의 손해를 할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스마트플래시, 삼성-구글 등과도 소송 중

스마트플래시가 이번 재판에서 적용한 피해 산정액도 ‘전체시장 가치 규칙’은 아니었다고 질스트랩 판사가 지적했다.

판사는 “스마트플래시는 소비자 서베이를 토대로 제품 가격에서 77%를 제외한 23%의 로열티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플래스 조차 제품 가격의 100%를 적용한 것이 아닌 데 배심원들이 과도하게 높은 기준을 토대로 배상금을 산정했다는 것이다.

질스트랩 판사는 이런 판결 취지를 토대로 “5억3천300만 달러 배상 판결은 기각한다”면서 “9월14일 오전 9시까지 새로운 배상금 산정을 위한 재판을 담당한 배심원들을 선정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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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플래시의 특허권. (사진=미국 특허청)

이번 재판에서 스마트플래시는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취득한 세 가지 데이터 저장 및 접속 시스템 관련 특허(720, 221, 772)을 무기로 사용했다. 아이튠스의 저작관관리시스템(DRM)과 데이터 스토리지 및 지불 시스템 관련 기술이 자사 특허권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플래시는 애플 뿐 아니라 삼성, 구글 등도 같은 특허권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