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터넷 쇼핑몰, 생존 노하우는?

전문몰, 가격경쟁 넘어 스타일 차별화로

이재석입력 :2011/12/28 10:11    수정: 2011/12/28 10:14

이재석
이재석

사업가는 자기 사업체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매일 같이 궁리한다. 전문 쇼핑몰 운영자도 예외는 아니다.

전자상거래 시장 형성 초기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은 가격을 무기로 내세웠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거래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던 시기라 품질이나 서비스보다 소비자가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가격을 강조한 것이다.

당시 쇼핑몰은 주로 도서, 음반, 공연 티켓처럼 규격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통로로 활용됐다. 같은 물건이라면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자리잡으면서 온라인 거래는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방법은 오프라인 경쟁자를 상대로 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온라인 판매자 간 경쟁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온라인에서 여러 판매자가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방식으로 판매한다면 승부는 가격에서 결정된다. 온라인 소비자들은 가격 비교 사이트에 제품 모델명을 적고 실시간으로 뜨는 가격표에서 10원이라도 싼 쇼핑몰로 간다. 극한의 가격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판매자가 남들과 다른 상품을, 혹은 비슷한 상품이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판매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판매자와 동일한 상품, 혹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처럼 가격경쟁을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것이 쇼핑몰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이다. 경영학에서 주로 아이덴티티(identity)로 표현하는 이 정체성 개념은 경쟁업체와 구분되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가리킨다.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종합 쇼핑몰과 달리 특정 품목을 깊게 다루는 전문몰의 경우 정체성 확립 작업은 더욱 중요하다. 전문몰에 고유한 스타일을 만드는 일은 가격 인하, 품목 다양화 같은 수치적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티셔츠를 팔고 있는 여성 의류 전문몰을 예로 들어보자. 이것이 하얀색 민무늬 티셔츠라면 동일한 상품은 얼마든지 있다. 이 상품을 타 쇼핑몰보다 싸게 판다면 이는 단순 가격차별화지만, 여기에 해당 쇼핑몰만의 고유한 무늬를 넣고 새롭게 디자인 한다면 제품 차별화가 된다. 비단 디자인뿐 아니라 모델, 사이트 구성, 고객응대 방법 등 전문몰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차별화 요소가 합쳐져 그 쇼핑몰만의 스타일, 곧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뚜렷한 정체성을 갖춘 전문몰의 경우 소비자들은 구매 포인트를 가격이 아닌 그 쇼핑몰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지 아닌지에 맞추게 된다. 판매자는 다른 판매자와의 가격 싸움이 아닌 자신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힘을 쏟고, 소비자는 다양한 스타일의 전문몰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로 인해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결국 전문몰의 정체성 구축은 시장 구성원인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유익한 일이다.

물론 취급 상품에 따라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 여지가 적은 경우도 있다. 위에서 예로 든 의류의 경우 균일화 된 상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기 쉬운 편이다. 설혹 동일한 의류라도 차별화된 코디를 통해 남과 다른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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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CPU, 타이어 같은 상품은 동일한 모델일 경우 상품이 균일하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 경우에도 손쉬운 방법인 가격 인하에만 매달리기 보다 사후 관리나 쇼핑몰의 이용 편이성 등 운영 스타일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오프라인보다 싸기 때문에 온라인을 이용하던 시대는 지났다. 전문 쇼핑몰은 상품과 서비스의 다양화, 세분화가 특징이기에 자기 몰만의 스타일, 곧 정체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어느 날 소비자들로부터 ‘여기는 스타일이 달라’와 같은 말을 듣게 된다면 정체성 확립에 성공한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석 IT컬럼니스트

이재석 대표는 포스텍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1999년 5월부터 심플렉스인터넷을 이끌어오고 있다. 벤처 버블에서 살아남은 국내 IT벤처 1세대로서 IT시장의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 분석 해보는 것이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