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올해 장비투자 40% 축소·R&D는 유지"

"시황 개선 안되면 투자 규모 추가로 줄일 수도 있어"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1/24 11:52    수정: 2019/01/24 11:53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30% 이상 깎인 영업이익 성적표를 받아든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비투자(CAPEX)를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상반기 불안한 업황이 예상됨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시황 전망은 매우 부정적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황이 급격히 악화한 탓에 재고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1분기가 비수기인 만큼 재고 증가율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하반기부터 업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확신하고, 연구개발(R&D) 등 미래 성장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작년 설비투자 17兆…장비투자만 40% 줄인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는 약 17조원으로 전년 대비 많이 증가했다"면서 "다만 올해는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에 매출 9조9천381억원, 영업이익 4조4천301억원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 늘었지만, 직전 분기인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1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 전분기 대비 32%나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직전 최고 기록이었던 57%에서 45%로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SK하이닉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이 수요 증가로 인해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갔지만, 하반기부터 수요가 둔화하고 공급 부족현상이 해소되면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실적도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올해 전체 설비투자 규모에 대해선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최근 거시 경기 변동성 등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장비 투자 금액을 40% 축소할 계획"이라며 "만약 시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필요에 따라 생산설비(CAPA) 감소에 대한 보완투자나 공정 속도 조절을 통해 투자 규모를 추가로 줄일 수도 있다"고 SK하이닉스는 덧붙였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가 시설투자에 투입한 비용은 17조원이다. D램 판매로 벌어들인 이윤 증가 폭이 컸음에도, 이천 M15 공장 등 신규 팹(Fab·반도체 생산설비) 투자와 중국 우시 공장 확장 등으로 지출도 늘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세대 10나노급(1y) DDR5 D램. (사진=SK하이닉스)

■ 4Q 'D램가격 11%↓·낸드21%↓'…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은 그대로

제품별로 살펴보면, 작년 4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 감소했고 평균판매가격(ASP)은 11%나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10% 증가했으나, 가격은 21%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D램은 지난해 초 1주 후반 수준의 재고가 연말에는 3주 중반대로 증가했다"면서 "이는 데이터센터(IDC) 업체들이 지난 2년간 D램 가격에 급등에 부담을 느껴왔기 때문인데, 당분간은 업체들이 자체 D램 재고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돼 서버 수요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4D 낸드 구조의 96단 512기가비트(Gb) 트리플 레벨셀(TLC)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재고가 쌓인 건 모바일 시장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하이엔드(Hige-end·고성능) 제품 판매량이 저조했다는 게 이유다. 작년 1~3분기 호실적에 상당량 보탬이 된 고성능 모바일 기기 중심의 수요 성장세가 하반기 들어 꺾였다는 분석이다.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부족 사태와 신규 팹 투자·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SK하이닉스는 밝혔다. 이러한 일회성 비용이 없었다는 4분기에도 예상했던 수준의 실적을 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CPU 공급 부족은 2분기 이후 회복돼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일회성 비용이 사라지는 2분기부터 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며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엔 낮고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진다)' 패턴이 예상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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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D램은 16기가비트(Gb) 기반 제품을 지원하는 신규 서버 플랫폼 출시와 멀티플(Multiple) 카메라를 탑재한 모바일 출시가 긍정적"이라며 "1분기는 계절적으로 가장 비수기인 만큼 추가적인 재고 증가가 불가피하고, 하반기 수요에 대비하는 제품 위주로 재고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낸드플래시는 고용량 제품 판매 증가가 예상되고, 작년보다 감소한 30% 중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PC 업체들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모바일 업체 용량이 확대되고 있어 감산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는 현재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