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인수 희망 기업들, 예비입찰 물밑 작업 들어가

中 텐센트, 자문사로 골드만삭스 선정...사모펀들도 움직여

디지털경제입력 :2019/01/21 10:39    수정: 2019/01/22 11:12

넥슨 설립자인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가 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놓은 가운데, 텐센트와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중국 최대 인터넷 사업자이면서 게임 부문 투자를 공격적으로 해온 텐센트의 경우 인수 자문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예비 입찰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투자 및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은 중국의 텐센트를 비롯해 글로벌 사모펀트인 KKR, TPG, 칼라일, MBK파트너스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주 NXC 대표.

이번에 매물로 나온 지분은 김정주 NXC 대표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 등이 보유한 98.64%에 달한다. 지분 가치는 약 10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같은 추정치는 NXC가 보유한 넥슨재팬의 지분 평가액(약 6조 원)에다 게임 IP 및 경영 프리미엄 등의 가치를 덧붙여 전문가들이 산정한 것이다.

김 대표의 지분 매각 공동주관사인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는 매각설명서를 배포하고 있으며, 다음 달 예비 입찰을 앞두고 개별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텐센트 등이 김 대표의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본에 상장한 NXC의 게임 계열사 넥슨재팬과 넥슨재팬 자회사인 넥슨코리아, 네오플 등이 보유한 게임 지식재산권(IP)의 파급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넥슨 측이 보유한 주요 게임 IP로는 세계 최초 2D 그래픽 게임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시리즈,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이 있다.

이중 네오플이 개발한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중국에서 매출 약 1조 6천억 원을 기록한 핵심 IP로 꼽힌다. 해당 게임의 중국 서비스를 맡고 있는 텐센트가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주요 배경이다.

김 대표의 지분 매각 추진은 아직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넥슨코리아 판교 사옥.

예비 입찰 이후 최종 매각으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지만, 현 분위기로 보면 지분 매각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업계와 학계, 넥슨 노조에서는 김 대표의 지분 매각 소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후폭풍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업계과 학계에선 김 대표의 지분이 매각된다면 기존 게임 사업 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 구조조정 등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또 외산 자본에 넥슨 브랜드와 IP가 넘어가면 우리나라 게임 경쟁력에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지난 14일 개최된 콘텐츠미래융합포럼에 참석한 자리서 "방탄소년단(BTS)을 만든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중국 완다그룹에 매각된다고 할 때도 이렇게 놔둘 수 있을까"라며 "넥슨 매각은 한국 게임 경쟁력의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넥슨코리아 노조인 스타팅포인트는 별도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넥슨코리아 임직원 수만 약 4천명으로, 1천명 이상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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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노조 측은 지난 7일 입장문을 통해 "분명히 해야 할 것 한 가지는 함께 넥슨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수천명의 고용안정과 삶의 터전을 위협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나아가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를 불러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전 직원들의 안정된 일터를 지켜 내기 위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변화들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의 지분에 텐센트와 글로벌 사모펀드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넥슨 브랜드와 IP를 흡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 때문이다"며 "김 대표가 개인 지분을 매각하는 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개인 지분 아닌가. 그럼에도 넥슨 브랜드를 함께 키운 임직원들과 국내 게임 산업 발전을 고려해 올바른 판단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