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 안드레아스' 쓰나미 장면 어떻게 찍었나

스캔라인 VFX 아티스트가 말하는 CG의 세계

컴퓨팅입력 :2017/10/11 16:23    수정: 2018/04/28 11:58

강진으로 고층빌딩이 한 순간 무너지거나 쓰나미가 도시 전체를 집어 삼키는 장면은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빠지면 서운한 볼거리다. 영화 '2012' '인디펜던스 데이' '샌 안드레아스' 등이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로 호평받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다 보면 문뜩 이런 물음이 떠오른다. 규모 9.6 강진이 발생하면 고층 빌딩은 진짜 저렇게 무너질까? 아니면,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든 허구일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최근 글로벌 컴퓨터그래픽(CG) 스튜디오 '스캔라인 VFX'의 두 한국인 아티스트를 만났다. 스캔라인 VFX는 위에 언급한 재난 영화에 모두 참여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배트맨 대 슈퍼맨 같은 히어로 영화도 다수 작업한 대형 스튜디오다.

스캔라인 VFX 3D제너럴리스트 이시내씨(왼쪽)와 VFX 아티스트 서재일 씨

스캔라인 VFX의 수석 3D 제너럴리스트 이시내 씨는 영화 샌 안드레아스에서 15층 규모의 쓰나미가 대형 유람선을 덮치는 장면을 보여주며 "이런 장면은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실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극적인 장면은 필요할 경우 '연출'도 가미되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의 물리 현상에 기반한다"고 덧붙였다.

샌 안드레아스 예고편 캡처

영화 CG까지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구현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물이나 불의 움직임, 사람 머리카락이나 옷의 주름의 디테일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같지 않으면 단번에 CG라고 느끼고 보고 몰입감이 떨어지기 쉽다.

이런 이유로 오히려 가상의 물체를 만들어 낼 때가 더 어렵다. 이시내 씨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의 작업 중 주인공 스타로드의 아버지 에고가 우주를 파괴하기 위해 만든 점액질 괴물 '블랍(Blob)'을 만들어 내는 일이 어려웠다고 한다.

스캔라인의 가디언즈오브갤럭시2 VFX제작 유튜브 영상 캡처

스캔라인 VFX는 불과 물에 관련된 CG 제작에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는 스튜디오로, 영화에서 불과 물을 보다 사실적을 표현하기 위해 유체역학 시뮬레이션 툴 '플로우라인'을 직접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오토데스크의 마야와 맥스가 전체 CG 툴이면 플로라인은 유체시뮬레이션만을 위한 스캔라인의 인하우스 솔루션이다. 오토데스크 맥스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게 개발했다.

그렇다면 CG스튜디오가 유체 시뮬레이션 툴을 직접 개발한 이유는 뭘까? 후디니나 리얼플로우 등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기존 툴도 있고, 오토데스크의 애니메이션 툴 마야에서도 '바이프로스트(Bifrost)'라는 유체 시뮬레이션 플러그인을 기본 제공하지만, 스캔라인은 차별화된 유체 시뮬레이션 툴이 필요했다.

스캔라인은 다른 툴보다 강력한 유체시뮬레이션 SW로 물, 불, 연기 등 유체 표현에 특화하며 대형 스튜디오로 거듭날 수 있었다. 회사가 성장하는데 플로라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캔라인 측에 따르면 플로우라인은 후디니나 리얼플로우보다 빠르고, 1천억개 이상의 입자(파티클)를 운용할 수 있으며 1cm 보다 작은 크기까지 시뮬레이션 가능하다. 여러 컴퓨터에 분산해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대용량 데이터 관리체계를 갖췄고, 3D 상에서 공간적 제약설정없이 자유롭게 시뮬레이션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스캔라인 VFX의 VFX 아티스트 서재일 씨는 "회사의 오너인 스테판 트로잔스키가 플로라인을 개발해 아카데미상(2008년 과학기술상)을 받고 영화 2012(2009년 개봉)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큰 회사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캔라인은 독일과 미국 스튜디오에 6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계속 사세를 확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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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일 씨를 한국 매니저로 지정하고, 한국 지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실력 좋은 한국인 CG 아티스트들을 더 많이 영입하기 위해서다. 이미 스캔라인에는 두 사람을 포함해 16명의 한국인이 일하고 있다.

서재일 씨는 "한국인 CG아티스트들이 실력도 좋고 성실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높게 평가해 한국 진출에 관심이 많았다"며 "기회와 여건이 맞으면 지사를 설립해 함께 헐리우드 작품을 작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