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재용 측, '뇌물죄 차별 적용' 공방

디지털경제입력 :2017/04/19 17:58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400억원 대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공판이 3주차에 접어들면서, 뇌물죄 성립 여부를 둘러싸고 특검과 변호인단의 날 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은 대기업 뇌물죄의 핵심으로 자사만 지목된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고, 특검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내밀며 삼성의 지원에 뇌물성이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4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KT 황창규 회장 등의 진술서를 공개하며 KT와 삼성의 행보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진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황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만난 자리서 더블루K(최 씨 소유 업체)의 ‘연구용역 제안서’와 ‘기업 스키단 창단 계획서’ 등을 건네받았다. 이 중 더블루K의 연구 용역비 대금은 3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당시 황 회장은 “상당 기간 동안 검토를 한 끝에 안종범 (당시) 수석에게 더블루K 등에 출연을 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황 회장의 진술서를 근거로 “KT의 경우 (더블루K의) 연구용역 명목의 계약금은 3억 원에 불과했으나 신중히 판단한 후 거절했다”면서 “그러나 삼성은 216억 원 상당의 승마 지원 계약을 맺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정상 계약’이라고 하는 것은 의문”라고 강조했다.

이날 특검이 KT의 사례를 언급한 것은 지난 3차 공판서 변호인단이 “타기업을 제외하고 삼성에게만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주장한 것에 반박하기 위해서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슷한 시기에 지원금을 요청 받은 삼성과 KT 등의 입장이 달랐으며, 대통령의 요청을 그대로 수용한 삼성의 경우 대가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삼성 측은 타 기업과 삼성을 자세하게 비교해야 된다며 특검의 이같은 주장에 거세게 반발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삼성과 KT가 청와대로부터 ‘같은 제안’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특검이 단순 비교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출연금을 지원했던 당시의) 정황과 액수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삼성의 금액이 KT 대비 11배가 넘는 것을 볼 때, 두 기업의 사회공헌비 규모가 다르고 부담 능력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社)였던 삼성은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해야 할 명분이 있었고, 반대로 KT는 더블루K의 제안을 받아드릴 명분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서 질책을 받는 등 삼성의 지원은 다른 기업의 사례와는 별개인 ‘강요에 의한 지원’이라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KT는 더블루K 지원 대신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냈다”며 이날 역시 삼성과 타 기업의 행동이 다른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400억원 대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공판이 3주차에 접어들면서, 뇌물죄 성립 여부를 둘러싸고 특검과 변호인단의 날 센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한편, 이날 오전 재판에선 삼성이 계열사(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측에 이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했고 전경련은 삼성 측에 우호 여론을 조성하는 작업을 도맡아왔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특검은 이날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전경련에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메일에는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장기 경영 계획이 무산될 상황에 직면한 회원사가 있다”며 “국익을 지켜낼 수 있도록 회원사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이메일을 근거로 “삼성이 계열사의 합병 문제를 국익과 연관시켜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여론을 회유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또한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휴대전화 복구 과정서 삼성이 전경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여론 조성을 하는 등 간접적으로 여론을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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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서 주주를 설득하는 과정이었으며 이는 불법행위가 아니다”라면서 “삼성이 합병을 위해 했던 노력을 모두 회유라고 보고 불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 전 차장의) 문자 그 자체로 삼성이 (그룹 차원서) 누구를 회유하는 것이 될 수 없다”며 전경련과 관련된 여론 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